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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9-07-21 23:26:51
  • 수정 2019-08-09 15:2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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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당 대표가 일본 경제 도발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회동했다. <사진=청와대>



【미디어내일N 박효영 기자】 1년 4개월 만에 문재인 대통령과 5당(더불어민주당·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 대표가 18일 오후 청와대에 마주 앉았다. 어찌 됐든 합의문이나 공동 성명서는 아니더라도 5당이 뜻을 모아 “발표문”을 도출해냈다. 그러나 뭔가 꺼림칙하다.


▲ 오태양 미래당 대표는 한국당의 무조건 반대 노선을 꼬집었다. <사진=박효영 기자>


오태양 미래당 공동대표는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당사에서 기자와 만나 “한국당은 두 가지가 있는 것 같다”며 운을 뗐다.


오 대표는 “원래 한국당의 뿌리 자체가 친일적 성격을 갖는 것도 있지만 지금 한국당의 정치 노선이나 정책 방향이라고 하는 게 그 이슈 자체에 대한 찬반이 아니라 문재인 정부가 하는 것은 무조건 반대의 목소리를 낸다. 일단 반대하고 본다”고 비판했다.


일단 발표문을 보면 이렇게 돼 있다.


①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는 자유무역 질서에 위배되는 부당한 경제 보복이며 한일 양국의 우호적 상호 호혜적 관계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조치라는데 정부와 여야는 인식을 같이한다. 일본 정부는 경제 보복 조치를 즉시 철회하고 화이트리스트 배제 등의 추가적 조치는 한일 관계 및 동북아 안보 협력을 위협한다는 것임을 분명히 인식하여 외교적 해결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


②여야 당 대표는 정부에 대해 일본의 경제 보복 조치로 인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차원의 적극적인 외교적 노력을 촉구하였으며 대통령은 이에 공감을 표하고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하기로 하였다.


③정부와 여야는 일본의 경제 보복 대응에 초당적으로 협력하고 우리 경제에 대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며 국가 경제의 펀더멘털 및 소재·부품·장비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함께 노력한다. 또한 범국가적 차원의 대응을 위해 비상협력기구를 설치하여 운영하기로 한다.


④정부는 여야와 함께 일본의 경제보복에 따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소통과 통합을 위해 노력한다.


일본의 경제 도발에 5당이 머리를 맞대는 자리인 만큼 일본 정부의 조치가 효과를 내지 못하는 방향으로 발표문의 내용을 구성해야 했음에도 한국당은 야당으로서의 대여 공세 카드를 고려했다.


두 가지가 있다.


먼저 ①에서 “일본 정부는 경제 보복 조치를 즉시 철회하고 화이트리스트 배제 등의 추가적 조치는 한일 관계 및 동북아 안보 협력을 위협한다는 것”이라는 대목이 겨우 들어갔다는 점이다.


18일 저녁 박주현 평화당 수석대변인은 청와대 회동을 마치고 국회로 돌아와 논의 내용을 설명하는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 문재인 대통령과 5당 대표 및 관계자들이 발표문 문구 조정을 위해 집단 토론을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발표문만 1시간 반 걸렸다. 10~20분 안에 만들어져야 될 것이 전희경 한국당 대변인이 화이트리스트 추가 제재 부분이 안보 협력을 심각하게 저해할 수 있다고 경고하는 부분에서 대통령과 당대표들 사이에선 거의 합의된 분위기여서 당연히 들어가는 거로 해서 공동 발표문을 적는데 그것에 대해 끝까지 반대해서 1차에서 빠졌다.”


일본 정부는 화이트리스트(안보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국가 목록)에 따라 수출 과정에서 편의를 봐주고 있는데 거기서 한국을 제외할 것으로 점쳐진다. 이미 한국을 지목해서 반도체 소재 수출을 까다롭게 만드는 제재를 발표했는데 만약 일본 정부가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빼버리면 모든 수출 품목에서 복잡한 절차를 거치게 되는 것이다.


같은 자리에서 정동영 평화당 대표는 이렇게 설명했다.


“수출 절차를 간소화해서 혜택을 주는 안보상 신뢰 국가 리스트 그게 화이트리스트다. (일본 정부가) 거기서 한국을 제외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 안보실장(정의용)과 정책실장(김상조)이 보고한 바에 따르면 7월 30일 또는 8월 1일 화이트리스트 배제를 발표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한국은 일본으로부터 안보상 신뢰할 수 없는 국가가 된다. 그 결과로 그동안 유효 기간 3년에 포괄 허가를 받던 방식으로부터 이제 850개가 넘는 품목에 대해 유효기간 6개월짜리 개별 허가를 받는 국가가 된다. 한국은 이제 소재를 수입할 때 개별적으로 건건이 심사를 받아야 되는 것이다.”


화이트리스트 배제가 곧 안보적 불신 선언이라면 한국 정부는 일본과 맺은 군사정보보호협정(General Security of Military Information Agreement/약칭 GSOMIA 지소미아)을 더는 유지할 수 없다는 카드를 내걸고 반격에 나설 수 있다. 이명박 정부 때 추진됐다가 박근혜 정부 기간인 2016년 11월 23일 체결된 한일 지소미아는 양국이 군사정보를 직접적으로 공유한다는 내용이다.


보통 미국은 국제 전략상 부상하는 중국을 봉쇄하기 위해 동북아 군사 블록을 구축하고 싶어 하는데 여기서 한미 동맹과 미일 동맹의 축을 활용하게 된다. 미국의 적극적인 중재로 한미일 군사 협력 구도를 만드는 차원에서 지소미아가 체결된 것이다. 한국 정부가 일본 정부와의 갈등으로 지소미아를 파기한다고 선언하면 당연히 미국이 개입할 여지가 생긴다. 그러면 일본에 실효적인 압박이 가해질 수밖에 없다.


이런 차원에서 지소미아 파기를 암시하는 문구를 넣자고 아이디어를 낸 인물이 정 대표와 심상정 정의당 대표다. 박 수석대변인은 그런 성격의 문구가 수위 조절돼서 겨우 들어갈 수 있었다는 이야기를 풀어냈다.


“(대변인 간 문구 조율 실패로 화이트리스트 대목이) 빠진 상태에서 (발표문 초안을) 다시 갖고 (당 대표와 대통령의 논의 채널로) 들어가서 거기에서 원래는 정 대표와 심 대표가 화이트리스트 추가 제재를 확정하는 경우 사실상 지소미아를 파기할 수도 있다는 뉘앙스를 주면서 경고해야 할 필요성을 이야기했다. 다시 갖고 갔을 때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도 찬성하면서 서로 설득해서 황교안 한국당 대표도 그걸 넣는 것에 찬성해서 다시 나와서 (대변인 문구 조율 과정에서) 화이트리스트 추가 제재에 대한 부분을 다시 집어넣게 됐다.”


정 대표는 “전면적인 경제 보복의 의미와 함께 이것(화이트리스트 배제)은 안보상 신뢰가 없다는 것을 대외적으로 국제적으로 공포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런 국가와 군사 정보를 교류할 명분이 없어지는 것”이라며 논리적으로 화이트리스트 배제와 지소미아의 연계 전략을 강조했다.


청와대도 바로 지소미아를 파기하기에는 정치적 고려 요소들이 많지만 5당이 한목소리로 강력한 경고를 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하지만 한국당은 여기서 반대를 해서 아예 화이트리스트라는 키워드도 빠질 뻔했고 결과적으로 문구 수위가 조절됐다. 지소미아를 통한 일본 정부의 변화를 끌어내는 것이 어쩌면 문재인 정부의 성과가 될 수 있다고 여겼기 때문에 반대했던 것으로 관측된다.


두 번째로 ③에서 “국가 경제의 펀더멘털 및 소재·부품·장비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함께 노력한다”는 대목이다.


▲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취임 이후 처음으로 문 대통령과 회동해서 의견을 나눴다. <사진=청와대>


황 대표를 비롯한 현장에 있는 한국당 참모들은 해당 대목이 들어가는 것 자체에 손사래를 치거나 문구를 완곡하게 하려고 안간힘을 썼다. 일본으로부터 반도체 소재를 수입해오는 한국의 산업 구조를 전환하기 위해 소재·부품·장비 분야에 국가적 지원을 해줘야 하고 그래야 일본으로부터 좀 더 자유로워질 수 있다. 하지만 한국당 입장에서 그렇게 되면 정부와 여당이 바라는 추가경정예산안을 국회에서 통과시켜줘야 한다는 명분이 형성된다.


추경안에 관련 항목이 반영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당의 전략상 경기 불황은 부각돼야 하고, 그럴수록 문재인 정부에 대한 공세 강도를 더 높일 수 있고, 다음 총선에서 반사이익을 거둘 수 있다. 하지만 경기 불황을 부각할수록 동시에 추경의 필요성에 힘이 실린다. 무엇보다 여권이 추경을 강력하게 원할수록 제1야당인 한국당이 그걸 안 들어주면서 다른 요구사항을 관철시킬 협상력을 키울 수 있다.


심 대표는 18일 저녁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대통령의 주문에 4당 대표들은 다 전적으로 공감을 했고 한국당에서 예산이 수반될 수 있다는 이유로 계속 반대를 했다”며 “재차 토론 과정에서 조정해서 들어간 것이 ③의 국가 경제의 펀더멘탈 및 소재·부품·장비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함께 노력한다는 것이고 이런 식으로 조정됐다”고 밝혔다.


정 대표도 “문 대통령이 강력히 희망하고 황 대표를 여러 다른 야당 대표들이 설득해서 간신히 포함된 조항”이라고 증언했다.


오 대표는 “여기서 한국당의 스탭이 꼬이는 거다. 그러니까 지금 중소기업이나 소재 부품 사업을 하는 것에 지원하려면 추경을 해줘야 한다. 추경은 반대하면서 초당적 협력은 하겠다? 쉽게 말하면 자기모순에 빠지는 결과를 가져올 것 같다”고 주장했다.


그러니까 한국당은 문재인 정부를 곤란하게 할 협상용 카드를 보유하기 위해서 무조건 반대 노선을 취하고 있지만 스스로 내놓는 메시지와 상충할 요소가 많아진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이은혜 민중당 대변인은 19일 오후 논평을 내고 “모처럼 일본에 맞서 초당적 협력을 도모하는 자리였다. 황 대표가 추경을 내어주지 않겠다는 궁리보다 국가와 국민을 생각했다면 흔쾌히 동의했을 일”이라며 “일본에나 도움이 될 황 대표의 몽니를 보고 친일 정당의 면모를 다시금 확인했다. 한국당은 친일하랴 추경 발목 잡으랴 바쁘겠지만 우선 자유일본당으로 간판부터 바꿔 달길 권하는 바”라고 규탄했다.


박효영 기자 edunalist@usnpartner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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