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 기사등록 2019-08-05 10:58:40
  • 수정 2019-08-09 15:18:58
기사수정

【미디어내일N 박효영 기자】 도대체 일본은 왜 자기 피해를 감수하면서 한국을 때리는 걸까. 물건을 사는 쪽이 아닌 파는 쪽이 갑질을 하면서까지 일본이 노리는 것은 뭘까.


▲ 3일 저녁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아베 정권 규탄 촛불집회의 모습. <사진=정승호 기자>


박정호 연구원(KDI 한국개발연구원)은 7월 31일 방송된 SBS CNBC <임윤선의 블루베리>에서 “일본 정부는 예전부터 본인들이 2차 세계대전 전범국이었다는 사실이 많이 알려지는 것을 원치 않았다”며 “왜냐면 국제사회에서 전범국하면 독일과 나치만 떠오른다. 아시아에서 침략당한 국가들은 잘 알지만 국제사회에서는 잘 모른다”고 밝혔다.


이어 “처음에는 대법원판결을 이후 국가 간의 신뢰가 깨졌다고 이슈를 제기했는데 이걸 우리가 국제사회에서 위안부 문제, 전범국의 받지 못 했던 배상금 문제라고 이슈화하면서 자칫하다가는 일본이 2차 대전의 전범국 중 하나였어? 이렇게 될 것 같으니까 이슈를 전환하는 것”이라며 그래서 “북한 같은 우려되는 국가에 굉장히 위험한 물질이 수출될까 봐 규제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렇게 프레임 전환을 하는 것이다.


▲ 박정호 연구원은 일본이 전범국의 이미지를 확산시키지 않고 싶어한다는 점을 환기했다. <캡처사진=SBS CNBC>


일본은 2차 세계대전 패배 이후 전쟁을 일으킬 수 없는 평화헌법 체제로 강제 개편됐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헌법을 개정해서 다시 전쟁이 가능한 정상 국가로 가려고 한다. 이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지만 전후 74년이 흐른 지금 국제사회에서 일본의 이미지는 과거와 다르다. 하지만 전범국 이미지를 다시 환기할 수 있는 것이 피해국들의 존재다.


함께 출연한 알파고 시나씨 기자(터키 통신사 지한의 한국 특파원)는 “나도 한국에 와서 알게 됐다. 그 전에 (일본이 전범국인지) 1도 몰랐다“고 증언했다.


또 다른 패널인 문성후 박사(서울종합과학대학원 경영학)는 일본의 노림수에 대해 “왜 이렇게 말도 안 되는 궤변을 늘어놓고 비상식적인 조치를 했을까”라며 “첫 번째가 우리나라 경제를 견제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일본의 기술 패권을 놓고 싶지 않은 것이다. 세 번째는 트럼프한테 배운 것 같다. 밖을 때려서 안을 묶는 것. 미·중 간의 갈등을 통해서 트럼프의 지지 세력을 모으는 것이다. 못된 짓을 안 좋은 것을 배운 것이다. 아주 전략적이고 정교하게 게임의 규칙을 깬 것 같다”고 풀어냈다.


일본의 공격이 먹히는 이유는 뭘까.


일본 정부는 7월 1일 일본 기업이 한국 기업에 △포토레지스트(반도체 회로패턴 그릴 때 사용) △고순도 불화수소(반도체를 원하는 모양으로 깎을 때 사용) △플루오린 폴리이미드(접히는 디스플레이에 사용) 등 3가지 품목을 수출하는 것에 좀 더 복잡한 절차를 거치도록 규제했다.


박 연구원은 “이 3가지 품목을 (일본에서) 수입해오는데 2018년 기준 4500억원을 들였다. 그러나 수출액은 무려 176조원이다. 4500억원을 들여서 176조원을 막아버린 이런 효과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박 연구원은 “일본이 갖고 있는 부품·소재·기계장치에 대한 기술 우위는 상상을 초월한다. 전 세계 시장 점유율이 100%인 제품도 있다. 일본이 지금 어떻게 하다 보니 우리가 타깃이 됐지만 어떤 또 다른 나라에 치명상을 주겠다고 작심하면 그렇게 할 수 있는 구조가 있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워낙 직접적으로 교역을 하고 전후방 산업에 얽힌 게 많다 보니 그런 구조 때문에 치명상을 더 크게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 최재성 의원은 민주당 일본 특위 위원장으로서 여권의 종합 대책을 디자인하고 있다. <사진=박효영 기자>


최재성 더불어민주당 의원(일본 대응 관련 특별위원회 위원장)은 2일 방송된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한 마디로 한국이 화이트리스트(안보적 신뢰가 있는 국가들을 대상으로 포괄적 수출 허가 혜택 부여)에서 배제돼서 (개별 허가를 받아야 할) 품목이 1120개로 늘어나도 결국은 기승전반도체”라며 “대체로 현재로서는 불가능하거나 기술력 차이가 크고 시장이 크고 파장이 예상되는 것들을 압축하면 결국 반도체 관련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반도체는 정말 수백 개를 재료로 아주 정밀한 과정을 거쳐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반도체는 메모리와 비메모리를 구분해서 아베 정부에서 핸들하고 있다. 메모리는 우리의 시장 점유율이 압도적이라서 한국의 반도체 패권이라고까지 불린다. 비메모리는 133조원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투자해서 따라가겠다는 시스템 반도체 얘기다. 여기를 집중적으로 타격하는 것”이라며 “(첫 규제 조치의 대상이었던) 3가지 부품 소재의 핵심적인 내용은 비메모리를 타격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타격은 비메모리 중심인데 메모리도 타격이 올 수밖에 없다. 크지는 않은데 감산이 불가피한 상황까지 갈 수도 있다. 그러면 엄청난 혼란이 온다”고 전망했다.


▲ 문성훈 박사는 일본의 조치에는 미국의 이익에도 부합하는 대목이 있다고 주장했다. <캡처사진=SBS CNBC>


문 박사는 사실상 지금 국면에 미국이 웃고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를테면 “일본에서 규제 대상에 올린 EUV(극자외선) 포토레지스트는 비메모리 반도체의 핵심 소재인데 이게 미국이 세계 시장점유율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발전이 더딜수록 미국은 손해 볼 게 없는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한일 갈등에) 중재를 했다. 비즈니스맨 아닌가. 100% 청구서가 날아온다. 아니 그 전에 청구서를 내밀고 중재했을 수도 있고”라는 것이다.


더 나아가 문 박사는 “소설이지만 아베 총리가 트럼프가 어떻게 생각했을지는 분명히 생각했을 것이다. 나도 득을 보고 미국에도 해가 안 되겠구나. 그러면 중국은 어떤가. 엄청난 학습효과가 쌓일 것이다. 반도체 강국 한국도 일본이 소재 수출을 안 하니까 저렇게 휘청 되는 구나. 중국은 그럴 수 없어서 기술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어찌 됐든 대응 방법이 중요하다.


박 연구원은 한국 기업의 “부품·소재·첨단기계·장치 부분에 등한시했던 전략이 잘못된 걸까”라며 “절대 그렇지 않다”고 운을 뗐다.


세계 경제의 변화를 살펴보는 차원에서 박 연구원은 “1980년대까지 일본의 핵심 부품·소재·기계·장치 때문에 전 세계 미국까지도 일본에 휘둘렸던 것이 사실이다. 지금 어떻게 됐느냐. 국제사회에서 일본의 경제 규모는 나날이 추락하고 있다. 일본이 세계에서 1등 하던 품목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미국은 어떻게 돼 있나. IT란 새로운 판에 가장 먼저 뛰어들어서 가장 큰 기업들 시가총액 많은 기업 다수를 확보하고 있다. 지금은 격차가 더 벌어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 과정에서 우리도 어떻게 했냐면 부품·핵심·소재도 중요한 걸 알지만 더 많은 부가가치가 있는 곳에 투자해서 더 많은 수익을 벌어들였다. 일본의 1등 기업과 한국의 1등 기업은 매출이나 영업이익이 비슷하다. 예를 들어 두산중공업과 미쓰비시는 비슷하고, 삼성전자가 파나소닉보다 훨씬 높고, 포스코가 신일본제철보다 훨씬 큰 회사다. 지금까지 추구해온 전략이 상당히 유의미했다”고 밝혔다.


결론적으로 “이런 전략을 추구하는 데 우리가 보유했던 DNA는 순발력과 변화된 환경에 빨리 적응하는 것”이라며 “부품·소재·기계·장치는 그 순발력이 적용되는 산업이 아니다. 뚝심이고 지속가능성이고 계속 가는 힘이다. 그래서 지금은 바로 이러한 부분에 대한 새로운 필요성이 다시 환기된 것이다. 여기에 맞는 제도와 법 그리고 지원책이 만들어지면 우리나라는 완결체가 될 것이라고 말씀드리고 싶다”는 취지다.


▲ 일본의 행태에 대한 한국인들의 저항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사진=박효영 기자>


문 박사도 “대일본 무역 적자의 원인은 뭘까. 나는 기술이라고 본다”며 “우리가 수입 다변화를 하기 어려운 이유가 일본의 하이테크와도 일맥상통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하이테크는 업스트림(상부)부터 다운스트림(하부)까지 다 경험한 나라만이 그 부품·소재 산업의 펀더멘탈이 강하다. 일본은 기술을 자원처럼 생각한 나라다. 우리나라의 부품·소재 산업이 육성되지 못한 이유 중에 하나도 우리가 상하부 공정 모두 탑을 먹은 산업이 아직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자동차·철강·조선은 일본 의존도가 꽤 낮다. (다른 분야에서도 그렇게) 상하부 공정을 다 갖췄을 때 그때 그 안에 들어 있는 부품·소재가 국산화되고 대체될 수 있다”고 쓴소리 했다.


최 의원은 일본이 입을 타격에 관해서도 설명했다.


이를테면 “일본 10대 전자업체의 영업이익을 전부 합쳐도 30조원 정도밖에 안 되는데 삼성 한 군데에서 60조원의 영업이익을 보고 있다. 이 전자업체들이 전부 반도체를 쓰고 있다. 그래서 일본도 영향이 있다. 세계의 서플라이 체인(공급망)도 영향을 받게 된다. 이게 사실은 강력한 지렛대”라며 “이제 파괴적 주도권이 대한민국에 오는 것이다. 그런 상황까지 가면 안 되는데 우선 일본 소재·부품의 밑 재료가 되는 우리 기술과 소재들이 있다”는 것이다.


또한 최 의원은 “일본에서 우리에게 팔아야 할 1120개 부품·소재 중에 대다수가 우리가 갑”이라며 “우리한테 못 팔면 그 기업이 문 닫게 돼 있다. 우리가 수출해야 할 것에 대해서 우리 스스로 통제하는 방법이 있다. 일본 경제에 이것도 굉장한 타격이 된다. 그다음에 제3국에서 만나는 소재·부품과 완제품의 관계가 있다. 이런 4가지 영역에서 지도를 만들어서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마디로 “단기적으로는 일본이 승산 있고 중장기적으로는 대한민국이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박 연구원은 문재인 정부의 대응 전략과 관련 “싸움의 판을 다른 데로 옮겼으면 좋겠다. 일본이라는 전범국과 일본에 피해받은 말레이시아, 중국 등 다른 국가들과 연대해서 아직 반성하지 않는 일본이 있음을 알리고 그래서 일이 거기서 불거졌다는 프레임으로 바꿔야지, 반도체 규제를 풀지 말지로만 가면 안 된다. 그랬을 때는 우리가 가진 패를 활용하지 못하게 된다”고 조언했다.


박효영 기자 edunalist@usnpartners.com


Copyright ⓒ 미디어 내일엔 & www.nextmedia.co.kr 무단 복제 및 전재 – 재배포 금지


*독자 여러분의 광고 클릭이 본지와 같은 작은 언론사에는 큰 힘이 되며 좋은 기사 작성에 밑거름이 됩니다. 고맙습니다.

관련기사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medianext.co.kr/news/view.php?idx=2945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인기 오피니언더보기
게시물이 없습니다.
내일N 포커스더보기
게시물이 없습니다.
 많이본 뉴스
게시물이 없습니다.
최신 기사더보기
게시물이 없습니다.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