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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9-08-17 23:58:35
  • 수정 2019-08-18 00: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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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에움길` 상영관에서 만난 이승현 감독. <사진=남상오 기자>



【미디어내일N 유호영 기자】 지난 14일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로 고(故) 김학순 할머님이 1991년 8월 14일 위안부 피해자로서는 처음으로 실명으로 공개 증언하고 일본에 소송을 제기한 날이다. 정부는 이를 기리기 위해 2018년에 국가 기념일로 지정했다.


같은 날 여의도의 한 영화관에서는 ‘에움길’이라는 생소한 제목을 단 영화 상영회가 열렸다. ‘에움길’은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 할머님들의 공동생활공간인 광주시 ‘나눔의 집’에서 생활하시는 할머님들의 평범한 일상을 그려낸 영화다. ‘굽은 길, 또는 에워서 돌아가는 길’을 뜻하는 순우리말인 ‘에움길’이 제목이다. 영화는 피해자 할머님들이 걸어온 고난과 역경의 길을 차분하게 그리고 있다.


이야기는 시종일관 무겁지 않지만, 관객들이 할머님들의 슬픔과 아련함을 느끼기에는 충분했다. 제목이 의미하는 바를 모두 알기 때문일 것이다. 영화는 피해자 중 한 명인 이옥선(92) 할머님의 내레이션으로 진행한다. 할머님은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일본군 성노예 피해 증언 활동을 했고 지금도 수요집회에 참석해 일본 정부의 공식 사죄와 배상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 지난 14일 백범기년관에서 열린 제2회 기림의날 행사에 참석한 이옥선 할머님. <사진=유호영 기자>


이옥선 할머님은 지난 7월 6일 안산시 상록구 상록수역 광장에서 소녀상에 침을 뱉고 조롱하는 행동을 한 청년들에게 “내 얼굴에 왜 침을 뱉느냐”고 꾸짖기도 했다. “소녀상이 다른 사람 보기엔 사람 같지 않아도 다 살아있는 동상”이라며 이들을 나무랐다.


청년들의 철없는 행동은 험한 말을 듣는 것으로 끝났지만, 생지옥 같은 성노예 수용소를 견디고 지금껏 일본 정부의 사죄를 용기 내 외치는 할머님. 본인의 분신과 같은 소녀상이 모욕받는 걸 보며 쓰라린 상처를 다시 한번 어루만져야 했다.


그래도 할머님은 용기를 잃지 않는다. 지금까지 그랬듯, 이 또한 하나의 굽은 길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8월15일 광복절, 종로 보신각에서는 호사카 유지 세종대 독도종합연구소장과 독립유공자 후손 등이 타종행사에 나섰다. 이 중 누구보다 눈길을 끈 사람은 이옥선 할머님이었다. 할머님은 보행기 없이는 거동이 불편하지만, 이날도 기어이 종 앞에 섰다.


당목(종을 치는 나무)을 손에 쥐고 종을 울리는 순간 눈빛은 형형했고 앙다문 입은 그 무엇보다, 어떤 큰 외침보다 강했다.



유호영 기자 youhoyoung@usnpartner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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