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깃발만 봐도 지난 한스러운 세월 때문에 가슴이 떨린다. 눈 감기 전에 시원하게 말이라도 해보고 싶었다"
-1991년 8월 14일, 김학순(金學順) 할머님-
【미디어내일N 정승호 기자】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수요시위'가 14일로 1천400회를 맞았다. 이날은 정부가 공식적으로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 기림의 날'이다.
종로구 중학동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는 27년 전 그날처럼 수요집회가 열렸다.
일본 대사관 앞에서 열리는 수요집회는 1992년 1월 8일 처음 시작했다. 일제 성노예로 고통받았던 고 김학순 할머님이 1991년 8월 처음으로 일본군 '성노예' 피해 사실을 공개 증언하면서다. 김 할머님의 증언은 한일 두 나라는 물론 국제사회에 널리 알려지면서 큰 파장을 일으켰다.
그리고 이듬해인 1992년 1월 8일 수요일, 일본 총리의 방한을 계기로 일본의 진실한 사과와 피해 배상을 요구하는 첫 수요집회가 열렸다. 이후 1995년 일본 고베 대지진 당시와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 때를 제외하고는 27년 7개월간 매주 빠짐없이 일본 대사관 앞 수요집회가 열렸다.
김 할머님 공개 증언 이후에도 용기를 내지 못했던 다른 피해 할머님들도 증언에 나서기 시작하면서 일제의 만행은 그 민낯을 드러냈다. 이후 일본은 세계인의 비난을 견디지 못하고 93년 8월 4일 고노 담화를, 95년 8월 15일 무라야마 담화를 발표하면서 일시적이나마 사과를 하기도 했다.
수요집회는 단일 주제로 세계 최장기간 집회 기록을 매주 경신하고 있다. 이 집회는 전 세계 인권·평화 문제로까지 확장해갔다. 콩고민주공화국·우간다·코소보 등 내전국의 전시 성폭력 범죄 피해자들과도 연대하고 있다. 집회에는 청소년 등 시민참여가 늘었고, 일본이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요즘은 규모가 훨씬 커졌다.
하지만 현재 정부에 등록된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 중 생존자는 20명에 불과하다. 일본군 성노예 피해를 세계에 널리 알린 김복동 할머님도 올해 1월 별세했다. 남아있는 할머님들도 평균 나이가 91세로 ‘일본군 성노예’ 문제 해결을 위한 시간은 그리 많이 남아있지 않다.
정승호 기자 saint@usnpartner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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