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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9-07-30 10:13:18
  • 수정 2019-08-09 15: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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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내일N 박효영 기자】 학교는 학생을 위해 존재한다. 하지만 대한민국에서 학교는 학생의 의견이 철저히 배제된채로 운영된다.


황예희 활동가(강원도 원주중등연합학생회 가람)는 마이크를 잡고 “학교는 학생, 학부모, 교사 이렇게 세 주체가 함께 구성하는 공동체이지만 특히 학생들이 주로 활동하는 공간이다. 그렇기에 학교 운영에 참여할 권리는 줄 수도 있고 안 줄 수도 있는 권리가 아니라 학생에게 부여돼야 할 당연한 권리”라고 강조했다.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제정연대)와 청소년 활동가들은 29일 13시반 청와대 앞 광장(서울 종로구 효자동 삼거리)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 황예희 활동가는 학교운영위원회에 학생이 참여할 권리는 당연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물론 국가를 비롯해 여타 성인이 구성원으로 있는 일반 공동체와는 달리 학교는 훈육과 성장의 성격을 갖고 있다. 그럼에도 학생의 자율권을 원천 차단하고 학생을 단순히 수동적인 훈육의 대상으로만 규정하는 한국 교육은 문제가 있다.


정의당 소속 여영국 의원에 따르면 교육부는 학생회 법제화와 관련 “초중등교육법 17조 개정을 추진하고자 노력하고 있고 구체적인 개정안 내용 및 발의 방법 등은 내부 검토 중으로 7월 내에 확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17조를 보면 “학생의 자치 활동은 권장 및 보호되고 그 조직과 운영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은 학칙으로 정한다”고 돼 있다. 그러나 제정연대는 더 나아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해서 학교운영위원회(학운위)에 학생의 참가를 보장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시행령 58조 2항 1호~3호와 63조 1항에 따르면 국공립 및 사립학교는 △학부모위원 △교원위원 △지역위원 등을 적절히 배분해 학운위를 구성해야 한다. 학운위에서는 학교의 주요 의제에 대한 의사결정 과정이 진행된다. 문재인 대통령과 교육부가 의지만 있다면 국회를 거치지 않고 학운위에 학생 참가를 의무화하는 제도 개정을 할 수 있다.


황 활동가는 일선의 학교 현장에서 운용되는 학운위에 대해 △형식적인 학생 의견 수렴 절차가 있거나 △그마저도 없거나 둘 중 하나로 분류된다고 증언했다. 황 활동가의 학교는 그나마 전자에 속하지만 그야말로 보여주기식이다. 교사의 선의에만 의존하는 학생 의견 수렴 절차는 언제나 무시되기에 십상이다.


황 활동가는 “(학교가) 우리를 부른 이유는 무엇이고 그저 형식적인 모습을 위하여 부른 것인가 하는 생각을 수없이 많이 했다”며 “어차피 학생 의견을 듣지 않을 걸 알아서 포기하는 학생도 있었다. 우리 학교는 이 정도였지만 교사가 교칙을 정한 후 통보하는 학교도 적지 않게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와 청소년 활동가들은 학교 운영에 청소년 참여권을 법제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기자회견을 마치고 기자와 만난 황 활동가는 “학교마다 학생이 학운위 같은 기구에 참여할 수 있는 정도가 다 다른데 우리 학교는 참여할 수 있는 쪽으로 해줬다. 다른 학교에서는 정말 (학교의 주요 결정사항을) 통보받는 학생들이 많았다”며 “그나마 (우리 학교도) 형식적인 것은 있어도 실질적으로 저희에게 발언권은 거의 없다”고 밝혔다.


이어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설문조사를 부탁하는 경우도 있는데 저희가 그걸 (진행해서 학교에) 분명히 전달했는데 갑자기 (교사가) 막는 일도 많이 생긴다. 듣는다고(소통) 하지만 들어주는(수용) 경우는 적다. 결과가 선생님들 맘에 안 들면 그냥 잘리는 경우도 없지 않다”고 덧붙였다.


근본적으로는 학벌 사회와 입시 위주 교육으로 인해 청소년이 학대받는 환경을 개선해야 하지만 그럼에도 청소년 인권 운동을 지속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황 활동가는 “청소년기라는 것은 성인이 되기 이전에 준비하는 시기다. 지금 야간 자율학습 등을 통해 하는 시험공부나 이론적인 교육은 우리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것이 별로 없다. 그래서 자기 권리를 실현할 수 있도록 청소년 인권 운동이 확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런 관점에서 학운위에 학생이 참여해야 하는 이유는 “진짜 단순한 것”이다. 즉 “학교의 주인은 학생이다. 학교의 규칙을 적용받는 것은 학생이다. 학생이 지키고 학생의 생활 규율인데 그걸 왜 어른들이 만드는 것인지 모르겠다”는 결론이다.


▲ 이가영 활동가는 청소년 참정권의 중요성을 말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관련해서 당장 나오는 이야기가 청소년 참정권 문제다. 현행법상 만 19세(한국 나이 20세) 즉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시점에 투표권을 갖기 때문에 청소년의 정치적 의사는 무시될 수밖에 없다. 현재 패스트트랙(지정하고 330일 이후 본회의 표결 보장)에 선거권 연령을 만 18세로 하향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올라가 있지만 2018년 내내 청소년들은 관련 투쟁을 눈물겹게 수행했다.


기자와 만난 이가영 활동가(가람)는 “아무래도 실질적으로 학생들이 영향을 많이 받는 그런 선거(교육감 선거 및 교육 관련 공약이 부각된 여타 선거)에서는 학생들 의견이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학부모들의 환심을 사는 그런 공약(입시 공약)을 내세우는 분들만 많다”고 말했다.


▲ 2018년 3월22일 국회 정문 앞에서 진행된 청소년들의 삭발식. <사진=박효영 기자>


결국 참정권(선거권+피선거권+정당 가입+정치 활동)이 없기 때문에 청소년 인권은 성적 앞에 언제나 유예된다. 청소년 참정권 투쟁을 위해 삭발까지 감행한 김정민 씨는 작년 4월 19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렇게 말했다.


“농성장에 있으면 너희 다 (어른들에게) 이용당하는 것이라는 이상한 말을 자주 듣는다. 기분 나쁘지만, 한편으론 그렇게 물을 수 있는 여유가 부럽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보단 차라리 이용이라도 당하는 게 좀 더 인간다운 삶에 가깝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참정권을 외치기 전 학교에 다닐 때 나는 뭘 자발적으로 할 수 있었지 생각하면 떠오르는 것이 없다. 청소년이기 때문에 어딜 가나 이런 취급을 당한다. 실제로 학교 밖도 많이 다르지 않다. 그래서 청소년 참정권은 모든 청소년의 기본권이고 시급한 문제다. 말할 수 있는 권리가 있어야만 인간다운 삶이 시작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게 우리가 농성이건 삭발이건 할 수 있는 건 모두 하는 이유다.”


박효영 기자 edunalist@usnpartner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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