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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9-07-17 17:59:25
  • 수정 2019-07-30 13:4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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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내일N 박효영 기자】일본 정부가 한국 기업에 부당한 무역 제재를 감행한 뒤 우리의 대응 방식을 두고 연일 백가쟁명식 이야기가 쏟아지고 있다. 시민들의 자발적인 불매운동부터 정부와 기업의 전략까지 각자 상황에 따라 무척 다양하다. 하지만 자유한국당과 조선일보 등 보수 진영에서 문재인 정부에 공세를 펴기 위한 방편으로 과도하게 일본의 편을 들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진보적 언론계와 역사학계 시민사회단체들(민주언론시민연합·전국언론노동조합·한국인터넷기자협회·민족문제연구소·사월혁명회)이 16일 오전 서울 광화문 조선일보 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한일 갈등이 극에 달한 시점에서 조선일보의 보도 논조를 규탄하기 위해서다.



▲ 언론계와 역사학계 시민단체 대표 인사들이 조선일보 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박효영 기자>


마이크를 잡은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대표는 “조선일보는 일찍이 친일 언론으로 역할을 해왔다. 최근에 보도를 보니까 아베(아베 신조 일본 총리) 앞잡이 언론이라는 진면목을 보여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 대표는 일종의 악순환적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면서 “조선일보가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는 보도를 하면 일본 극우 매체가 그걸 받아서 보도하고 그걸 다시 조선일보가 받아서 보도한다. 그리고 또 한국당이 그걸 빌미로 문재인 정부를 공격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문재인 정부와 조선일보가 싸우는 것은 1차적인 문제”라며 “아베가 문재인 정부를 터무니없이 공격하는 그 빌미가 돼 주고 있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강조했다.


실제 조선일보의 최근 기사들은 일본어판 홈페이지를 통해 일본에 발행되고 있다. 한국 정부를 비난하고 일본을 옹호하는 댓글까지 오롯이 번역돼 노출됐고 이에 따라 일본 극우 진영은 조선일보의 기사들을 대거 인용 및 확산시키고 있다.


마이크를 넘겨 받은 오정훈 전국언론노조위원장은 “자신의 보도가 진실을 추구하고 사실을 왜곡하지 않는 것이 언론의 본질이다. 비록 정파적 이해가 있고 나름의 논조가 있다고 하더라도 사실을 왜곡하거나 (이미) 보도된 사항을 반복해서 보도하면서 마치 그것이 사실인양 하면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이러한 인식에는 구체적인 근거들이 있다.


배포된 기자회견문에 따르면 △7월5일자 <청구권과 사법농단> 칼럼(일본이 1965년 한일 협정으로 인해 개인 간의 피해 배상 청구권이 소멸됐다는 억지 논리를 옹호) △5월17일자 <대량 살상무기로 전용 가능한데… 한국, 전략물자 불법 수출 3년 새 3배> 기사(조원진 우리공화당 공동대표의 일방적 주장을 검증없이 받아쓴 것이고 아베 내각의 그러한 주장은 거짓으로 판명됨) △7월13일자 사설(일본 불매운동을 두고 아베 내각은 전략적이고 치밀하게 묘사하고 한국 시민들은 감정적이기만 하다는 프레임을 덧씌움) 등이 제시됐다.



▲ 기자회견에서는 조선일보 폐간 구호가 나왔다. <사진=박효영 기자>


오 위원장은 권력과 결탁했던 조선일보의 역사를 풀어냈다.


이를테면 “제대로 된 언론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시민사회의 목소리에 대해 조선일보는 100여년간 묵살해왔다. 일제 강점기에는 친일 행각으로, 독재 정권 시절에는 독재에 빌붙어 밤의 대통령이라는 그런 말까지 나올 정도로 망가지고 또 망가졌다. 심지어 故 장자연 사건까지 무마시키면서 진실을 왜곡하고 있다. 외교 문제에 있어서 사실을 호도하고 여론을 왜곡하고 일본의 편을 드는 이런 막장에 와 있는 것이 조선일보의 현실이다. 조선일보 망하라고 할 것 없이 이러다가는 진짜 언젠가 조선일보는 망한다”는 외침이다.


오 위원장이 언급한 것은 ①친일 ②독재 ③장자연 리스트 3가지다.


①의 측면에서, 실제 조선일보는 1920년 창간된 뒤 1933년 골수 친일파 故 방응모(1890년~1950년)에게 경영권이 넘어가면서 급격히 친일 논조로 기울었다. 일제 강점기 후반에 전쟁터로 끌려가는 조선인의 비극을 외면하고 조선총독부의 입장을 적극 대변한 것이다. 방응모는 1935년 잡지 <조광>을 창간해 친일적 기고문을 수없이 실었고 강연회를 통해 일제의 전쟁 광기에 조선인이 적극 호응해야 한다고 선동했다.


②는 정권에 따라 부침이 있었지만 대부분 독재 정부의 입장에 서 있었다. 6.25 전쟁(1950년) 이후 조선일보는 완전히 자유당과 故 이승만 전 대통령의 편에 선 것을 시작으로, 故 박정희 전 대통령의 5.16 쿠데타(1961년)를 노골적으로 미화하고, 5.18 민주화운동(1980년)을 폭동으로 매도하고, 6월 항쟁(1987년) 때는 전두환씨와 민주정의당의 처지에서 기사를 썼다.


마지막 ③은 아직 진상규명이 미완으로 남아있지만 법무부 산하 검찰 과거사위원회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선일보는 2009년 당시에 사회부장이 경찰청장(강희락)과 경기지방경찰청장(조현오)을 찾아가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을 조사하지 말라고 압력과 협박을 가했다. 실제 검찰과 경찰의 조선일보에 대한 부실 수사 정황이 확인되기도 했다.


방학진 민족문제연구소 기획실장은 “조선일보는 조선총독부일보라고 해야 하는 것 아니냐”라며 힐난했다.



▲ 방학진 민족문제연구소 기획실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박효영 기자>


현재 아베 총리와 자민당(일본 집권여당 자유민주당)이 문재인 정부와의 역사 전쟁에 사활을 걸고 있고 이를 경제 전쟁으로 확대시킨 데에는 누가 봐도 정치적인 목적이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조선일보는 문재인 정부에 대한 비난 소재로 아베 내각의 몽니를 악용하고 있다.


방 실장은 “아베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승전국들이 패전국인 일본을 침략이 불가능한 평화 헌법체제의 국가로 만들었는데 다시) 전쟁가능 국가로 일본을 바꾸려고 하고 동아시아의 평화 지형을 완전히 거꾸로 뒤집어놓기 위해서 광분하고 있다. 여기에 밑장을 깔아주고 있는 것이 조선일보의 작태”라며 “민족의 이름으로 시민의 이름으로 조선일보를 폐간시켜야 한다”고 역설했다.


아베 내각의 경제적 도발에는 직접적인 계기가 두 가지 있다.


Ⓐ외교부가 박근혜 정부 때 성사된 12.28 위안부 합의에 대해 진상조사를 했고 많은 문제점이 있다고 결론을 냄

Ⓑ대법원이 일본 전범기업의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해 손해배상금 1억원을 지급하도록 판결


하지만 이 두 가지가 아니더라도 아베 총리의 정치적 목적에 따라 작금과 유사한 국면은 얼마든지 펼쳐질 수 있었다.


전우용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는 14일 방송된 KBS <저널리즘 토크쇼J>에서 “우리 언론들이 한국 정부의 외교력이 부족하다. 이렇게 굉장히 많이 비판을 하던데. 이렇게 쓰는 언론 자신들이 외교에 대해 너무 모르는 것 같다”며 “실제로 일본이 쓰는 국가 아젠다는 다 알고 있듯이 정상국가화다. 패전 이후 일본이 전범 국가가 되어서 군대도 못 갖고 다른 나라들에 비하면 국가로서의 행위에 상당한 제약을 받고 있다. 이걸 풀어주겠다는 것이 아베의 약속”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아베는 국가 아젠다를 향해 가고 있는 것이다. 제국주의의 향수화는 아베의 목적이다. 우리가 자초한 것이 아니라 아베는 이를 위해 주변에 어디든 건드리려고 했던 거다. 근대 이후 일본이 얼마나 많은 전쟁을 했는가. 수많은 전쟁을 도발했을 때 그것이 전부 전쟁을 공격 을 당한 당사자들의 책임으로 돌렸다. 핑계를 만들어서 공격한 것 뿐이지. 그것이 실제로 그쪽의 책임이 있어서 한 게 아니”라고 강조했다.


▲ 전우용 교수는 아베 총리의 전략을 세세히 설명했다. <캡처사진=KBS>


서구 근대화가 시작된 메이지유신(1868년) 이후 일본은 청일전쟁(1894년) →러일전쟁(1904년) →시베리아 간섭전쟁(1918년) →만주사변(1931년) →중일전쟁(1937년) →태평양전쟁(1941년) 등 끊임없이 전쟁을 일으켰다.


전 교수는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무슨 책임이 있어서 제국의 향수를 되살릴 빌미를 줬다. 일본의 의도를 정확히 이해했다면 결코 이런 식의 얘기를 할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16일 방송된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그러니까 과거사 문제를 가지고 한일 간에 싸움을 할 수 있지만 그걸 왜 반도체업을 가지고 물고 늘어지는가. 이건 굉장히 부당한 공격이다. 사실상 경제 전쟁이기 때문에 여기서는 국공 합작 이상으로 (국회의 여야가) 합작을 해서 우리가 맞서 싸워야 된다”고 주장했다.



▲ 하태경 의원은 현재 한일 갈등 국면에서는 한국 정치권이 똘똘 뭉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일본 정부는 한국 정부가 북한에 유엔 제재 품목을 밀반입시키고 있다는 허위 사실을 명분으로 경제 제재의 정당성을 찾으려고 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하 의원은 되려 일본 정부가 북한에 반입하면 안 되는 금지 품목을 수출하고 있다는 사실을 폭로했다. 일본 정부의 공식 문건에 근거한 것이라 반론도 불가능했다. 하 의원은 소위 진영논리에 따라 정부여당을 공격하려고만 하지 않고 한일 갈등 국면에서는 문재인 정부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를 연출했다.


하 의원은 “이번에 보니까 청와대가 내 자료 근거를 가지고 (일본 정부의 북한 관련 공세에) 역공을 했다. 나도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내가 대정부질의 할 때 앞장 서서 말한 게 보수가 나라 지키는 데 앞장 서야 된다. 그게 보수”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하 의원은 “(보수 진영에서 여전히) 지극히 당연한 상식을 계속 잊어버리고 있는 것이다. 왜? 문재인 정부 미운 게 너무 머릿속에 꽉 차 있다”며 “나도 미운 마음 있다. 있지만 외부의 부당한 공격이 있으면 맞서 싸워야지”라고 강조했다.


마침 문재인 대통령과 5당 당대표가 일본 문제를 주요 의제삼아 오는 18일 회동할 예정이다.



박효영 기자 edunalist@usnpartner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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