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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9-07-13 23:51:41
  • 수정 2019-07-15 18:0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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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내일엔 김원진 객원기자】2019년을 살아내고 있는 일용직 노동자들은 매일 같이 날아드는 과태료 우편물에 한숨만 쌓여가고 있다.


▲ <사진 = 김원진 객원기자>


오전 6시, 여느 날처럼 나건설 씨(30대, 가상 인물)는 집에서 한 시간 거리에 있는 건설 현장으로 승용차를 이용해 출근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좋겠지만, 일하는 현장이 외진 곳이 많기도 하고, 작업 용품을 챙겨야 하는 경우도 있어 2006년식 승용차를 이용한다.


나건설 씨의 일과는 오전 7시부터 오후 5시까지이며 한 달에 20여일 정도 일한다. 오늘도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오후 5시, 일을 마치고 퇴근 준비를 하는 그를 반긴 것은 차창에 붙은 빨간 주차딱지였다. 순간 “오늘 반나절 수당도 주차비로 날리겠구나”, 한숨이 절로 나왔다.


이런 일은 나건설 씨만의 특별한 일이 아니다. 대부분 건설 공사 현장은 '노동자들을 위한 주차시설‘이 따로 없는 탓에 도구와 자재를 싣고 온 차들을 도로나 공터 한쪽에 주차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이런 사정에 밝은 지자체 주차 단속원은 수시로 건설 현장 인근을 돌며 이들이 세워 놓은 차에 빨간 스티커를 붙이고 차량번호를 적어간다. 이러다 보니 건설 현장 부속 주차공간을 차지하려는 경쟁은 치열하다. 새벽에 출근해 차를 주차하고 출근 시간까지 차 안에서 토막잠을 자기도 한다.


2018 건설근로자공제회가 발표한 '2018 건설근로자 종합생활 실태조사'에 따르면, 건설 노동자들은 한 달 평균 20일 정도 일하고, 평균 16만 5299원을 일당으로 받고 있다. 직종에 따라 임금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건설 노동자들의 23.5%를 차지하는 조공(일반공)은 평균 13만 4528원을 하루 임금으로 받는다. 주차위반 과태료는 차종과 시간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도로의 경우 4만∼6만원 정도이고 견인 시에는 견인비와 보관료 등이 추가된다. 일당 13만여원을 받는 노동자가 잘못해 주차 딱지라도 끊는 날이면 하루 반나절을 공치는 셈이 된다.


울산광역시 셧다운 현장에서 만난 한 노동자는 "이번 달 총 13번 청구서가 날아왔는데 정말 너무 한다“며 ”주차 문제는 원청회사가 나서서 해결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하청업체는 계약된 공사 기간 안에 시운전까지 마쳐야 하고 공사 기간을 초과하면 지체보상금을 물어야 하는 처지이기 때문에 건설 공정 외에는 신경을 쓸 여력이 없다는 것이다. 당연히 노동자들이 겪는 주차문제, 주민과 벌어지는 주차 분쟁 등에는 신경 쓸 틈이 없다.


건설 현장과 관련한 주차장법이 있긴 하다. 주차장법 제 7조 4항을 보면 '「산업입지 및 개발에 관한 법률」 제2조 제8호에 따른 산업단지 안에 있는 공장인 경우, 부설주차장 인근 설치'라고 명시돼있다. 하지만 대기업 발주 현장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현장은 주차공간을 따로 갖추지 않는다.


퇴근길에 만난 노동자 A씨는 이렇게 말한다. "(주차)문제에 대해 발주처 및 각 지자체가 조금 더 관심을 가져 주었으면 한다“며 ”불법주차는 잘못된 일이지만, 계속 과태료를 물게 되는 현실은 노동자를 생존의 한계로 내모는 일임을 알아야 한다“고 하소연했다.


▲ 해설: ‘셧다운 현장’이란 공장 작업을 일시 중지하고, 시설을 보수하거나, 시설을 증설하는 현장 등을 일컫는다.


김원진 객원기자 medianext@usnpartner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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