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 기사등록 2019-04-22 23:56:47
  • 수정 2019-04-25 20:00:27
기사수정


▲ 19일, 장애인차별 철폐를 외치며 광화문 거리를 행진하고 있다 <사진: 김남미 기자>



【미디어내일N 김남미 기자】더운 날이었다. 쏟아지는 햇볕이 420장애인 날을 기점으로 일주일 사이에 반짝 쏠리는 관심처럼 따가웠다. 지난 19, 광화문 거리를 가득 채운 장애인 차별 철폐 요구를 위한 행렬. 딱 봐도 휠체어를 탄 이들이 많았다. 지나가던 행인들의 얼떨떨한 시선이 쏟아졌다.


길에서 장애인을 마주치는 순간, ‘낯설다고 느끼는 사회는 문제가 있다. 아이가 없는 거리, 여성이 전혀 지나다니지 않는 거리가 자연스럽게느껴지진 않을 것이다. 장애인이 보이지 않는 일상 풍경에 그 어떤 위화감도 느끼지 못 하는 사회는 그 자체로 차별적이다. 장애인들이 지역사회에 자연스럽게 섞이지 못 하고 고립되어 지내는 상태를 당연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8, 보건복지부는 63빌딩에서 장애인의 날(420) 기념식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이낙연 국무총리는 작년 발표한 5차 장애인정책종합계획에 대해 우리 역사상 처음 있는 진전이라고 평했다. 1988년 제정된 장애등급제가 7월부터 단계적으로 폐지된다. 31년의 변화라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그러나 정책의 모양새만 등급제에서 점수제로 바꿔치기 됐을 뿐 할당된 예산이 턱없이 부족하고, ‘탈시설 지원을 한다고 하지만 신규 입소는 계속 추진하는 등 앞뒤가 다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애인권단체들은 이대로 시행된다면 눈 가리고 아웅 식의 가짜 장애등급제 폐지가 될 수밖에 없다며 또 다시 거리로 나섰다.



거리의 영결식


19일 광화문 거리 행진 도중 영결식이 치러졌다.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 박경석 이사장은 기존 장애인 정책의 사각지대에서 목숨을 잃은 이들의 이름을 하나 하나 되뇌이며 그들이 죽어간 이유를 전했다.



▲ 기존 장애등급제도의 모순 속에서 목숨을 잃은 6인의 영정사진을 들고 있다 <사진: 김남미 기자>


2013, 박지우(13, 발달장애), 박지훈(11, 뇌병변 장애) 남매는 부모가 일하러 간 사이 집에 불이 난 상황에서 유독가스에 질식해 목숨을 잃었다. ‘파주 남매 화재 사건으로도 불리며 발달 장애 아동에 대한 돌봄 지원 체계를 촉구하는 계기가 되었다.


활동 지원 서비스의 부재는 화재 같은 위급 상황에서 자력으로 탈출할 수 없는 장애를 가진 이들에게는 생명권과도 직결된다. 2014년 송국형(뇌병변, 언어 장애) 씨는 탈시설 한 뒤 활동 지원 보조 서비스를 신청했지만, 장애 3급으로 자격미달 판정을 받았다. 그리고 얼마 뒤, 갑작스런 화재에서 미처 빠져나오지 못 하고 사망했다. 장애인 이동권 다큐를 연출했던 김주영(뇌병변 장애) 씨도 갑작스런 화재로 세상을 떠났다.


2014, 박진영 씨는 장애등급제 재심사 과정에서 등급 외 판정을 받아 기초생활수급자 자격을 박탈 당할 처지에 놓였다. 장애인이 쉽게 일자리를 구할 수 없는 사회에서 수급권은 생존을 위한 동아줄이나 다름없다. 그는 주민센터를 찾아가 유서를 복사해달라고 요청하고, 칼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2016, 권오진 씨는 박근혜 정부의 사회보장 정비방안으로 인해 24시간 활동지원이 14시간으로 축소 됐다. 이로 인해 야간 시간에 체위를 제 때 바꾸지 못 하게 되면서 욕창이 점점 심해졌고, 2018년 패혈증으로 사망했다.



살아갈 권리을 매기는 사회는 그만



▲ 대구피플퍼스트 문윤경 활동가가 발언 중인 모습 <사진: 김남미 기자>



최저임금법 제 7. 장신장애나 신체장애로 근로 능력이 현저히 낮은 자, 그 밖에 최저임금을 적용하는 것이 적당하지 않다고 인정되는 자에게 최저임금을 주지 않는다. 최저임금 적용제외 대상에는 장애인이 포함되어 있다. 그래서 보호 작업장에서 근무하는 발달 장애인 대부분이 오랜 시간을 일하고도 월급을 20~30만원 밖에 못 받는다. 그렇게 적은 월급으로는 먹고 싶은 것, 갖고 싶은 것을 살 수 없고 각종 세금이나 핸드폰 요금을 내기에도 부족하다.”


발달장애인단체 대구 피플 퍼스트 문윤경 활동가의 발언 중 일부다. 2015년 장애통계연보에 따르면, 한국 장애인 가구의 빈곤율은 34.5%3가구 중 1가구가 빈곤 상태인 것으로 조사되었다. 전체 가구 빈곤율보다 13.9% 높은 수치다. 여기에 장애인의 일자리가 극히 적고 비장애인에 비해 저임금을 받는 현실, 또 끈임 없이 의료비나 보조 기구 관련한 지출이 필요한 상황까지 겹쳐지면 기초생활수급 자격 박탈이 얼마나 위협적으로 다가올 지 알 수 있다.


장애인의 생존에 필요한 경제적 비용을 지원하는 것, 중증 장애인에게 24시간 활동 보조를 제공하는 것, 장애인을 (인권침해가 만연한) 시설로 격리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공존할 수 있도록 교육 및 주거 등 생활환경을 만드는 것. 이 모든 지원은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마찬가지로 삶의 기본 (경제적 생존, 이동의 자유, 인간관계 등)을 영위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제반 조건이다.


이에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대전 지부 최명진 씨는 비장애인이 누리는 모든 것을 저희 아들도 누렸으면 좋겠다. 왜 우리가 남들이 즐기는 걸 구경해야 하는 구경꾼이 되어야 하나?”고 물었다. 또 답답한 심정을 실어 있는 힘껏 지역사회에서 장애인이 살 수 있는 경험, 환경, 제공해준 적 한 번도 없다. 언제까지 그들은 갇혀 살아 하나?”라고 토로했다.


한편, 노동당은 19일 논평에서 장애인을 시민의 영역에서 배제시키는 사회 구조를 지적했다. 또 정부의 장애인 등급제 폐지 계획에 관해 실제는 그렇지 않다. 정책에 대한 실현 의지는 예산 확보로 확인되는 것인데, 정부는 장애인등급제폐지와 장애인거주시설의 폐쇄를 위한 예산을 세우지 않기 때문이라고 비판하며 장애인을 차별하는 구조를 그대로 유지한 채로 장애인을 포용하겠다는 것은 빈말(일 뿐)”이라고 밝혔다.



김남미 기자 nammi215@usnpartners.com


ⓒ 미디어내일N & medianext.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독자 여러분의 광고 클릭이 본 지와 같은 작은 언론사에는 큰 힘이 되며 좋은 기사 작성에 밑거름이 됩니다. 고맙습니다.

관련기사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medianext.co.kr/news/view.php?idx=2376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기사 작성의 동영상 등록에 동영상 소스를 넣어주세요.

 메인 기사
게시물이 없습니다.
focus더보기
    게시물이 없습니다.
 최신 기사
게시물이 없습니다.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