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 기사등록 2019-06-06 23:17:24
  • 수정 2019-06-06 23:39:25
기사수정


▲ 고 채명신 장군. <사진=정승호 기자>


【미디어내일N 정승호 기자】 “나를 파월 장병이 묻혀 있는 묘역에 묻어달라"는 유언을 한 채명신 장군은 오늘도 그가 사랑했던 월남 파병 전사자들과 함께 국립서울현충원의 2번 사병 묘역에 잠들어 있다.


채명신 장군은 주월 한국군 사령관을 지내면서 3000여명이 넘는 많은 부하 장병들이 타국에서 전사한 것을 항상 마음 아파하고 자신만 목숨을 부지했다는 것에 대해서도 속상해했다. 그는 군복을 벗은 후에도 서울현충원을 찾아 부하 사병들의 묘비를 붙잡고 통곡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고 한다. 채 사령관은 현충원을 찾을 때마다 “내가 죽으면 거기에 묻혀야 하겠다”고 말하곤 했다. 그가 항상 마음에 품고 있었던 소원은 결국 이뤄졌다.


원래 국방부는 2013년 채명신 장군이 사망했을 때 사병 묘역에 안장하는 것을 강력히 거절하고 장군 묘역으로 안장을 추진했다. 하지만 유가족들 요구와 청와대의 지시로 사병 묘역 안장이 결정됐다.


당시 국방부 관계자는 "장군이 자기 신분을 낮춰 사병 묘역에 안장되길 희망한 것은 현충원 설립 사상 최초"라면서 "숭고한 고인의 뜻을 받들어 서울현충원 사병 묘역에 안장하는 방안을 확정했다"고 발표했다. 그렇게 채명신 장군은 대한민국 장성 최초로 서울시립승화원에서 화장되어 서울현충원 사병 묘역에 안장됐다. 그리고 그가 사랑했던 부하들과 함께 영면에 들었다.

채명신은 황해도 곡산군 출신으로 조선경비사관학교 5기로 군문에 들어섰다. 첫 부임지가 바로 제주도 9연대도 제주 4.3 사건을 경험했고 비정규전을 경험했고 6.25전쟁 후에는 소장으로 진급한다.


▲ 고 채명신 장군 묘비. <사진=정승호 기자>


채명신은 월남 파병이 결정되면서 게릴라 부대 지휘관으로 이런 종류의 전쟁에 경험이 많은 적임자로 판단돼 파월 한국군 사령관으로 임명됐다. 그는 파월 당시 한국군의 열악한 군수 장비 개선을 위해 미군 지휘부와의 담판한 일은 유명하다. 채 사령관은 어쨌든 미국으로부터 많은 양보를 얻어내 한국군 복지 지원 확보, 전투 장비 신형으로 교체, 지휘권 확보 등에 큰 역할을 담당했다. 이는 파월 한국군이 전투력 향상으로 이어져 수많은 전공을 올리는 바탕이 됐다.


채 장군은 현재까지 유명 한국군 장성 중에서 장병 복지에 가장 신경 쓴 장성으로 평가받고 있다. 병사들을 자식처럼 생각하며 배려한 일화도 상당히 많다. 그 대표적인 일화가 병사들 무좀 사건이다. 그는 파월 전투부대 시찰 도중 병사들의 발바닥과 발가락을 일일이 손가락으로 만져보며 무좀이 있는지 없는지 확인했다고 한다. 병사 중 3분의 2가 넘는 병사가 무좀에 시달리고 있는 것을 확인하자 모든 작전을 중단하고 병력을 휴양소에 들어가게 해 무좀을 치료하게 했다.


이 외에도 파병 결정 후 여의도에서 퍼레이드를 하고 바로 출발할 예정이었던 장병들의 면회를 허용해달라고 국방부와 육군본부에 강력히 요청해 허가를 받았다. 채명신은 여기에 더해 당시 완전히 허허벌판이던 여의도에 공병대를 동원해 간단한 간이 면회 장소를 만들었다. 당연히 장병들은 생각지도 못했던 면회에 감격했다.


채명신 장군의 일화 중 백미는 백선엽 장군을 대한민국 최초로 명예원수에 추대하자는 의견에 반대한 일이다. 2009년 일부 장성들이 '백선엽 장군이 명예원수에 추대된다'고 하자 채명신 장군은 다음과 같이 말하며 강하게 반대했다.


“왜 우리나라 사람들은 역사의식이 희박한지 모를 일이다. 건국 이후의 첫 명예원수 추대는 역사적 의미와 상징성이 매우 중요하다. 만약 일본군, 만주군 출신에다 독립군 토벌 작전의 지휘관 경력자가 명예원수로 추대된다면 우리나라 건국사와 국군사는 하루아침에 북한 역사관에 종속될 거다.”


간도 토벌대 출신으로 ‘6·25 전쟁영웅’으로 알려진 백선엽 예비역 육군 대장이 한국군 최초의 명예원수(5성 장군)가 될 뻔했으나 채명신 장군과 6·25 전쟁에 함께 참전했던 군 원로들의 반대로 결국 무산됐다.


정승호 기자 saint@usnpartners.com


ⓒ 미디어내일N & medianext.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독자 여러분의 광고 클릭이 본 지와 같은 작은 언론사에는 큰 힘이 되며 좋은 기사 작성에 밑거름이 됩니다. 고맙습니다.

관련기사
TAG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medianext.co.kr/news/view.php?idx=2611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인기 오피니언더보기
게시물이 없습니다.
내일N 포커스더보기
게시물이 없습니다.
 많이본 뉴스
게시물이 없습니다.
최신 기사더보기
게시물이 없습니다.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