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내일N 김남미 기자】안산 화랑유원지. 5주기 기억식이 진행되는 장소까지 걸어들어가는 길에 설치된 글귀가 발걸음을 잠시 멈추게 했다. 세월호 가족 엄마가 페이스북에 쓴 글을 직접 옮겼다.
엄마가 기분이 안 좋을 때면 기분을 먼저 풀어주던 너. 어느날 하교하는 길. "000씨 나와보세요." 벚꽃이 곱게 피었다며, 그렇게 우울하게 있으면 안 된다고 데이트를 신청하던 너. 그래서 엄만, 벚꽃이 아파. 꽃이 피면 더 슬퍼. 네가 보고 싶어서.
최근 발간된 세월호 유가족의 인터뷰집 '그날이 우리의 창을 두드렸다'는 1부 '고통의 단어사전'으로 시작된다. 이 단어사전에는 문고리, 에어컨, 문진표, 임플란트 같은 일상어들이 등장한다. 416 작가 기록단의 박희정 씨는 " 참사는 내가 일상이라고 알고 있던 모든 것이 부서지는 경험입니다. ... 삶 속에서 뜻하지 않은 순간에 부재를 인식하고, 그 부재의 결과를 몸에 새기는 일이 반복됩니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사회적 고통은 이 부서진 일상의 결을 하나씩 더듬어 살필 때에야 희미하게라도 그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 아닐까요"라고 썼다.
그 엄마의 고통의 단어사전에는 '벚꽃'이 있었을까. 무심코 스치는 일상의 마디마디에서 '부재'와' 상실'을 발견하는 삶. 지난 5년은 그런 시간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김남미 기자 nammi215@usnpartner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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