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내일N 김남미 기자】지난 밤, 공중파 3사는 재난 특보에서 청각 장애인이 볼 수 있는 수어 통역을 제공하지 않았다. 간밤은 강원도 일대 주민에게 있어서 시뻘건 화마로부터 시시각각 생명을 위협 받는 공포스러운 시간이었다. 이런 때 언론사는 현장 주민들이 상황을 파악하고, 대피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할 책임을 갖는다. 그럼에도 주요 방송국들이 청각 장애인을 배제한 상태로 재난 보도를 내보낸 것이다.
특히 KBS는 지난 밤 내내 인터넷과 전화상으로 여러 차례 ‘수어 통역’ 투입하라는 요청을 받았지만 “새벽이라 어려움이 있다”며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밤 KBS는 밤 11시 25분경 본격적으로 재난 특보를 시작했다. 그 이전 ‘9시 뉴스’에 수어 통역을 포함해 보도했으나, 이는 정규 뉴스에 배치된 것으로 정작 두 시간 뒤 시작된 재난 특보에서는 사라졌다. 결국 수어 통역은 가장 급박한 시점에는 이뤄지지 않고, 오늘 오전에야 뒤늦게 투입됐다.
이에 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철균 활동가는 “재난방송의 내용을 자막만으로 다 알 수 없다, (수어통역 없는 방송으로는) 청각 장애인 당사자 분들이 (당시 상황 및 대피 동선) 파악에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어젯밤 상황을 지켜보던 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KBS에 전화해 입장을 전하고, SNS로 방송사의 무책임한 태도를 비판하기도 했다.
재난 상황 발생 시, 장애인 및 취약계층이 속수무책으로 방치 되고 고립되는 현실은 포항 지진 때도 제기된 바 있다. 박 활동가는 “사실 (포항 지진 이후로도) 재난 가이드가 잘 안 되어있는 게 사실이다. 특히 휠체어 이용자의 경우, 만약 엘리베이터가 꺼지면 어떻게 대피해야 하나? 대처법에 대한 설명이 없다. 몸이 불편한 어르신들도 마찬가지다. 어떻게 이동하고 대피해야 하는지 방송 3사 어디에도 나와 있지 않다”고 비판했다. 또 “내가 느낀 바로는 (방송이) ‘불이 났네? 어떻게 하지?’ 이 정도로 끝난 것 같다”며 재난 보도가 지나치게 허술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KBS는 세월호 참사 이후 재난방송 주관 방송사로 지정됐다. 방통위는 예방· 대비· 대응· 복구 4단계 구분에 따른 단계별 재난 방송이 이뤄지도록 재난 방송사의 역할을 규정했다. 이 중 특히 ‘대응’ 단계에서의 보도는 적절한 정보를 통해 현장에서 국민의 인명 피해를 최소화하는데 그 역할이 있다. 장애 여부, 고령 등 재난 시 취약계층의 다양성을 인지한 책임감 있는 재난 보도와 구조가 이뤄지고 있는지 비판과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남미 기자 nammi215@usnpartner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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