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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9-04-02 19:2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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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하루 주기로 돌아가는 생체 시계를 가지고 있다. 건강하게 일하려면, 매일 적절하게 일하고 적절하게 수면과 휴식을 취해야 한다. 노동자는 일만 하는 기계나 장비가 아니기 때문이다." 

- 탄력적근로시간제 기간 확대에 반대하는 의사 215명 공동 성명 중에서


▲ 근무 중인 회사원들의 모습 <사진: kbs 뉴스 캡쳐>


【미디어내일N 김남미 기자】지난 12년간 과로사한 노동자 수는 연 평균 379명이다. 10년 넘게 매일 하루에 한 명 꼴로 과로사 했다는 뜻이다. 지난 2, 30대 전공의가 인천의 한 대학병원 당직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병원에서 35시간 연속 근무 중에 일어난 사망이었으나, 병원 측은 주당 80시간 규정을 지켰다는 이유로 돌연사라고 주장했다.


오늘 과로사 OUT 대책위는 탄력근로제 기간을 3개월에서 6개월로 연장하는 개정안이 국회에 상정된 것에 대해 과로사를 조장하는 개악안을 폐기하라고 촉구했다. 대책위는 탄력근로제가 주당 64시간 이상 최장 80시간까지의 장시간 노동 뿐 아니라, 휴일 없는 연속 노동도, 하루 20시간 이상의 연속근로와 24시간 노동으로 노동자를 쥐어짜는 압축노동도 허용한다며 반대의 이유를 밝혔다.


노동자의 하루(또는 1) 근무 시간은 몇 시간이 적합할까? 한국은 (2016년 기준) OECD 국가 중에서 연간근로시간으로 2위를 차지한 나라다. EU의 경우, 연장근로를 포함하여 1주 평균 노동시간이 48시간을 초과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작년, 문재인 정부는 휴식 있는 삶을 보장하기 위해 국민들의 노동시간 적정선으로 주당 52시간을 제시했다. 그러나 52시간제는 기업을 중심으로 많은 반발에 부딪쳤고 타협안으로 나온 것이 탄력근로제.


현행 근로기준법 상 노동자는 1주당 법정근로시간 40시간과 연장근로 12시간을 포함해 총 52시간 이하로 근무해야한다. 그러나 실제 이같은 조건으로 일할 수 있는 직장은 흔치 않다. 현행 탄력근로제만으로도 6주 동안 연달아 64시간 근무하는 것이 가능하다. 여기서 만약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이 기간은 2배 더 늘어난다. 58시간 일하는 직장인의 경우, 오전 9시 출근해 매일 밤 10시나 11시에 퇴근하는 나날이 3개월 동안 이어질 수도 있다는 뜻이 된다. 탄력을 보장하는 단위 기간이 늘어날수록 단기간에 몰리는 노동시간의 양은 35시간 연속 근무중 사망한 전공의의 경우처럼 늘어날 수 있다.


오늘 탄력근로제 개악에 반대하는 의사 215명의 공동성명을 발표한 최민(직업환경의학전문의) 씨는 3~6개월 단위로 노동시간의 평균값을 책정하는 기계적 관점의 문제를 지적했다.


사람은 하루 주기로 돌아가는 생체 시계를 가지고 있다. 건강하게 일하려면, 매일 적절하게 일하고 적절하게 수면과 휴식을 취해야 한다. 노동자는 일만 하는 기계나 장비가 아니기에, 가족이나 친구 관계를 영위하기 위해서도 생활이 하루를 주기로 적절하게 구성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노동자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


최민 씨는 노동시간과 건강의 상관관계를 밝힌 연구조사 결과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노동시간이 주당 52시간만 넘어도 뇌심혈관질환 발생이 높아진다. 근로환경 실태조사에서 주당 근무시간과 관계없이, 10시간 이상 노동이 주 2회 이상 계속되면 우울 또는 불안장애가 2.7배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장시간 근무로 인한 뇌심혈관질환은 산재로 승인된다. 재작년 이렇게 승인된 산재사망 수는 354명에 달한다. 의사들은 성명을 통해 정부가 나서서 과로사 발생 조건을 합법적인 것으로 만드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일상화된 과로는 뇌심혈관질환 뿐만 아니라 심각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유발해 자살과 같은 극단적 선택을 초래하기도 한다.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다 스스로 세상을 등진 최한빛 PD, ST 유니타스 웹디자이너의 유족들이 대책위 기자회견에 함께 참여하기도 했다.


한편, 노동부는 탄력근로제 확대의 보완책으로 근로일 사이에 “11시간 연속 휴식시간 보장을 내세우고 있다. 이에 대해 의사 공동 성명은 “11시간 휴식은 밤 11시까지 일하고 퇴근한 노동자가 다음 날 오전 10시에 출근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조치일 뿐이다. 최장 3개월 주당 64시간씩 일하는 데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전혀 줄일 수 없는 조항을 만들어 놓고, 건강 보호책이라고 과장하고 있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이같은 우려 속에서 정의당 이정미 의원은 국회입법조사처에 지지난달 22일 탄력근로제 확대의 법률적 타당성과 근로자 건강권 문제를 질의한 바 있다. 입법조사처는 관련해서 사용자의 일방 결정이 우려 된다”, “특정일에 근로가 집중될 경우 건강상 장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비판이 있다등의 입장을 전했다.


이에 이 의원은 근로자 건강권을 위협하고 사용자에 일방적으로 일별 근로시간 변경권을 쥐어준 합법 과로사 개정안 논의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울러 개악안 개정을 주도하고 있는 노동부는 개악안에 맞춰 고시 상의 과로사 인정 기준을 후퇴시키려 하고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김남미 기자 nammi215@usnpartner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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