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기후와 싸우는 전쟁을 하고 있다고 했을 때, 12년 뒤에는 이 전쟁에서 항복을 해야 할 수도 있다. - 국회기후변화포럼 오재호 연구위원”
【미디어내일N 김남미 기자】작년 같은 폭염이 매해 더 심각해질 것이며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진단이 나왔다. 제 14차 환경정책 심포지엄에서 발제자로 나선 국회기후변화포럼 오재호 연구위원은 “기후 전쟁에서 인류는 패전을 앞두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상 기후가 심상치 않다. 서울여자대학교 생명환경공학과 이창석 교수의 발표에 따르면, 가장 먼저 반응을 보인 것은 생태계다. 벚꽃의 개화 시기는 100년 사이 15일 가량 앞당겨졌다. 봄철 강수량은 3분 1 수준으로 급감했다. 강수량보다 증발량이 늘어나면서 공기 중 수분 함량이 줄어들었고, 그 결과 전국적으로 많은 산에서 나무들이 죽어가고 있다. 나무들 뿐만 아니라, 다양한 식물들이 과다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감당하지 못 해 산소를 끌어들이는 광호흡 현상을 보이고 있다.
2016년 11월 발효된 파리기후변화협정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여 2100년까지 기온상승폭을 1.5도 이내로 제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30년까지 최소 45%로 감축해야 한다. 오 연구위원은 UN 사무총장의 말을 인용하며 “이대로 가면 승산이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현재 대기 중에 있는 온실가스로 인한 열 총량은 2차 대전에서 일본 히로시마에 떨어트린 원자폭탄 40만개를 매일 떨어뜨리는 것과 같다”고 비유하며 “그런 상황에서 지구가 정상화 되기를 바라나?”라고 반문했다.
국립재난안전 연구원이 예측한 2020년 폭염 시나리오에 따르면, 40도 이상 폭염이 한 달 이상 지속될 때 사망자는 수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 된다.
이 때 가장 위험한 계층은 노인 인구와 빈곤층이다. 성균관대학교 정해관 교수는 폭염으로 인한 사망은 “특정한 지역, 특정한 집단에 집중 된다”고 말했다. 그는 2050년이 되면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 중 77%가 노인 인구일 것이라 추측했다. 또 과거 쪽방촌에 온도계를 설치했을 때 아침 온도가 30도 이상을 기록했고 고온이 한밤중까지 지속되었다고 전하며 “(쪽방촌 거주) 이런 분들은 사실 언제 돌아가셔도 이상하지 않다”고 우려를 표했다.
오 연구원 역시 “(민관이) 기상관측소에서 나오는 온도를 가지고 대응할 것이 아니라, 쪽방처럼 창문 없는 방의 온도가 어떤가를 보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며 각성을 촉구했다.
그가 이 날 제시한 대응책은 “민관이 협치해 고령화 지역 등 폭염으로 인한 인명 피해가 예상되는 지역을 대상으로 지능형 기술 시증 도시로 설정”하고 “취약계층이 분포하는 공동체 시설(노인정, 어린이집, 운동장, 공원 등)에 휴대용 기상 측정기를 설치”하는 것 등이다.
정 교수는 앞으로의 상황에 대해 “폭염, 이상한파, 미세먼지 등 기후 재앙은 인류가 화석 연료를 무분별하게 사용해온 부작용이다. 노령화 문제와 같이 겹쳐 쓰나미처럼 우리를 덮칠 수 있다. 앞으로 치러야 할 비용과 희생은 갈수록 폭발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부정적인 전망을 전하면서도 “ 그래도 어떤 상황에서든 노력해야 한다. 그게 이 땅에 태어날 미래 세대를 위해 당연히 해야 할 기본적 의무 아니겠나”라고 밝혔다.
김남미 기자 nammi215@usnpartner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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