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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9-04-17 23:48:11
  • 수정 2019-08-08 12:4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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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가 돌아오지 못 한 이유를 찾으려 아무리 문을 두드려도 그 문은 아무도 열어주지 않더라. 그 안에 무엇이 있길래 - 세월호 생존학생모임 장애진 씨 기억 편지 중에서

▲ 16일 안산 기억식 생존학생모임 대표 `장애진` 씨가 편지를 낭독하고 있다 <사진: 김남미 기자>



【미디어내일N 김남미 기자】세월호 5주기였던 어제, 차명진·정진석 의원의 막말이 416일을 뒤덮었다. 지난 5년간 참 많은 이들이 막말 행렬에 동참했다. ‘세월호 막말 어록집으로 소책자를 만들어도 될 정도다. 한편으로 이들의 막말은 재난 참사와 그 피해자(경험자)를 대하는 한국 사회의 수준을 드러내는 지표이기도 했다.



징글징글한막말 정치의 계보


2014428, “세월호는 연간 교통사고 사상사 수에 비하면 그리 많은 수는 아니다

- KBS 김시곤 보도 국장


김시곤 전 국장을 필두로 당시 주호영 새누리당 의원 역시 세월호는 교통사고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우연성을 강조하며 정부의 책임을 부정했다. 그러나 당시 온 국민이 가장 분노하고 안타까워했던 지점은 (구할 수 있을 때) 구조가 이뤄지지 않았는가였다. 구조는 우연의 영역이 아니었다.


2014423국가안보실은 안보·통일·정보·국방 분야를 다루며 자연재해(와 같은 재난상황이)가 났을 때 컨트롤타워는 아니다” - 김장수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476명의 승객이 탑승한 여객선이 침몰하고 있을 때, 대형 인명피해가 예상되는 급박한 상황에서 국민을 구조할 책임은 어디에 있는가. 당시 김장수 전 안보실장은 컨트롤타워로서의 책임을 부정했다. 삼풍백화점 붕괴 사건, 대구 지하철 화재 사건, 씨랜드 화재 사건 등 대형 참사가 반복되어 왔음에도 한국의 재난 대응 체계는 허술한 상태로 방치되었다. 재난 상황에서 정부의 총체적인 무능함과 이를 가능케 한 무책임한 인식은 304명의 죽음이라는 충격적인 결과로 이어졌다.


2017323일 "세월호는 어찌 보면 해난사고인데 우리(한국당)가 잘못한양 돼 있다"

2017년 326좌파들이 해난사고를 정치에 이용한 지 3년이 지났다

- 홍준표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


역대 세월호 막말 정치인들의 공통적인 특징이 몇 가지 있다. 우선 세월호 참사의 성격을 규정하는 데 있어서 단순 사고로 축소했다. 이에 따라 박근혜 정부의 직접 책임을 부정하는 경향이 있었으며, 참사 발생 과정의 진상과 이후 은폐 시도를 밝히려 하는 요구(박근혜 7시간 행적 문건 요구 등)에 대해 좌파의 개입’, ‘정치적 이용이라며 색깔론을 내세웠다. ‘세월호 참사 관련 활동이 정치적으로 변질됐다는 식의 언사는 2015년 당시 새누리당 의원들이 1기 특조위 활동에 제기했던 단골 레파토리였다.




5년 뒤, 무엇이 달라졌나?



▲ 16일 안산 기억식에 모인 시민들 <사진: 김남미 기자>



어제(16), 안산 화랑유원지에서 5주기 기억식이 진행되었다. 기억식이 모두 끝난 뒤에도 희생자 304명의 이름을 하나 하나 부르는 영상을 보며 자리를 뜨지 못 하는 한 시민이 있었다. 인터뷰에 응한 하태욱 씨는 세월호는 교통사고가 아니다. (핵심은) 국가가 사람들을 구하지 못한, 아니, 안한 것에 있다고 단언하며 (정진석 의원의 막말에 대해) 징글징글하다는 게 말이 안 된다. 슬픔을 이해하지 못 하고 구조적인 것을 바꾸려하지 않는 그런 세력이 있다는 것, 하늘 아래 같이 살고 있다는 게 의문이 든다. 좀 더 아픔을 느낄 줄 아는 사람들과 더 많이 얘기하고 연대하면서 바꿔가기 위한 노력을 국민들이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5년의 시간이 흘렀다. 적어도 세월호를 교통사고로 직접 비유하는 일은 현저히 줄었다. 세월호 참사는 단순 사고가 아닌, 국가가 구하지 못한 부당한 죽음이라는 문제의식이 폭넓게 퍼졌다. 이같은 인식의 변화는 자연에 의한 것이든, 사람에 의한 것이든 재난참사 대응은 마땅히 국가의 역할이라는 생각으로 자리 잡았다. 얼마 전 강원 산불 발생 당시, 한국당은 정의용 국가 안보 실장을 붙잡은 일로 거센 질타를 받았다. 국가 안보 실장은 재난 시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한다. 책임자가 역할을 인지했고, 정부는 총력을 다해 재난 대응 시스템이라 할만한 것을 가동했다. 피해자 지원에 있어서는 여전히 미진하지만 초기 대응에 있어서만큼은 달라진 결과를 보여줬다. 이전의 참사들에서처럼 또 다시 망각 하는 대신, 끈질기게 기억하고 반성하기를 택한 사회는 더딘 속도로나마 변화하고 있다.



5년 후, 무엇이 여전한가?



▲ 안산 화랑유원지에 16일 설치된 현수막 <사진: 김남미 기자>



세월호 특별법 제정부터 1기 특조위 강제 종료, 기무사를 통한 유가족 사찰, 기록 은폐까지 박근혜 정권은 국가 권력을 동원해 진상 규명 시도를 방해했다. 가만히 있을 수 없는 일이 너무 많았다. 이에 단식, 삭발식, 수많은 집회, 농성 등으로 대응했던 유가족들은 피해자답지 않다는 비난에 시달렸다.


어제 안산 기억식 무대에 선 생존학생모임 대표 장애진 씨는 세월호의 정치화를 비난하는 이들을 언급하며, “정작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이 국민들에게 세월호를 정치적으로 비치도록 하며, 서로의 차이를 이간질했다고 말했다. 왜 피해자가 책임자를 나서서 찾고 죄를 물어야 할까요? 왜 피해자 스스로가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것을 다 밝혀내야 할까요? 피해자가 외쳐야 하는 세상은 누가 만들어냈을까요?”라고 물었다.


차명진 의원은 SNS에 막말을 남긴 이유가 황교안 대표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사고 책임자로 언급됐다는 사실에 격분해서라고 밝혔다. 세월호 참사가 단순 사고가 아닌 것처럼 이들의 발언도 단순 막말이 아니다. 정치인이 만든 수사는 정치적 의도와 무관할 수 없다. 세월호에 대해 막말을 일삼는 정치인들은 5년 전이나 지금이나 한결같이 책임 지우기에 몰두하며 진상 규명을 향한 국민적 공감대를 훼손하고자 한다. 세월호 가족협의회는 이제 밝혀야 할 것은 사실이 아니라 ?’라는 질문이라고 말한다. 304명을 죽음에 이르게 한 진실은 무엇인가. 한국사회가 마땅한 대답을 가지게 되기 전까지 질문은 끝날 수 없다.



김남미 기자 nammi215@usnpartner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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