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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9-05-31 18:46:16
  • 수정 2019-05-31 22: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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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을 협박하고 상을 주고, 승진도 시키며, 외압을 행사하는 조선일보와 이들을 비호하는 성 적폐 검경은 이 시대의 적이다. 고 장자연 사건에 대한 외압의 존재와 부실수사를 인정하면서도 재수사는 할 수 없다는 법무부 검찰 과거사위원회의 결과 발표를 통해 우리는 87년 민주화 이후 진전해온 민주주의가 조선일보 앞에 멈췄음을 통감했다"

- '성적폐 검경개혁을 위한 공동행동'-


▲ 31일, 조선일보와 경찰의 유착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사진: 김남미 기자>


【미디어내일N 김남미 기자】2009년 고 장자연 사건을 수사한 경찰관이 제 43회 청룡봉사상을 수여 받고 특진한 정황이 밝혀졌다. 오늘(31일) '성적폐 검경개혁을 위한 공동행동 (이하 공동행동)'은 조선일보 사옥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경찰이 성범죄 피의자 '조선일보'의 경호원이 된 꼴"이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일반인들은 존재조차 모르던 '청룡봉사상'이 조선일보 측과 경찰의 유착관계를 밝히는 키로 떠올랐다. 1967년 시작된 이 상은 조선일보와 경찰의 공동 주관 아래 수상자에게 1계급 특진을 혜택을 부여해왔다. 지난해 CBS의 보도로 역대 수상자 중 2009년 장자연 수사팀에 소속되어 수사를 벌인 (당시) A 경장이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문제의 A (현재) 경위는 그동안 해당 팀에 소속된 적 없다고 선을 그었으나 이는 거짓으로 밝혀졌다.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의원실이 밝힌 바에 따르면, 최근 경찰은 "A 경위가 경기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소속으로 당시 '고(故) 장자연 사건' 수사팀에 포함되어 있었다"고 인정했다.


2009년 당시 경찰은 조선일보 사무실에서 방상훈 사장을 35분 조사하고, 그의 아들 방정오 전 TV조선 대표는 호텔 스위트룸에서 55분간 조사했다. 피의자를 상전처럼 모시다시피한 일명 '황제수사'로 지금까지 회자된다.


A 경위는 그로부터 약 두달 뒤 실질적인 심사, 상금, 시상식 모두 조선일보가 주관하는 청룡봉사상을 받았다. 경찰 뿐만 아니다. 장자연 사건은 현장 증거가 상당수 누락되고, 유족이 제출한 녹음파일과 장자연씨 핸드폰 통화기록이 사라지는 등 명백한 부실수사로 지탄 받았다. 공동행동 측은 "사실상 검찰의 의도적인 직무유기와 다를 바 없다"고 전했다.


경찰은 황제 수사, 검찰은 직무 유기. 일견 거대 언론사의 권력이 대한민국 검경을 좌지우지하는 양상으로도 보인다.



▲ 발언 중인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이효린 대표 <사진: 김남미 기자>



경찰 내부에서도 "청룡봉사상이 우리의 자존심을 구긴다"는 말이 나왔다. 포항경찰서 소속 A 경감은 지난 26일, 내부 통신망에 올린 글을 통해 "조선일보가 경찰의 군기를 잡기 위해 청룡봉사상을 수상해왔다"라고 전했다.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이효린 대표는 역대 청룡봉사상 수상자들을 언급하며 "자신들 입맛에 맞는 정권을 유지해오려고 한 것이 아닌지 의심된다"고 말했다. 문제가 된 역대 수상자로는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은페, 조작한 유정방, 고 김근태 전 의원을 고문한 '고문기술자' 이근안, 1981 부림사건 고문 가담자 송성부 등이 있다. 이 수상자들은 이후 범행이 드러나 실형을 받았으나 경찰은 수상을 취소하지 않았고, 오히려 보안을 이유로 익명으로 시상했다고 이 대표는 전했다.


이어 그는 "경찰이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공무 집단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조선일보가 주는 청룡봉사상을 거부해야 한다.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경찰 키우기에 이용했던 청룡봉사상을 당장 전면 폐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뒤이은 발언에서 녹색당 하승수 공동 대표는 "방사장 부자가 아무 잘못이 없다면 그렇게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감추려 했겠나?"라고 물으며 방씨 일가를 사주로 둔 조선일보 기자들을 향해 "부끄럽다면 부디 양식적인 목소리를 내달라"며 내부 고발을 호소했다.


또 "장자연 사건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조선일보 사회부장이었던 이동한 씨가 MBC 취재팀과 조현오 전 경찰청장을 상대로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넣은 건이 지금이 마포 경찰서에 있다. 조현오 청장은 자신이 분명 이모씨에 협박 당했다고 밝혔다. (명예훼손) 그 건이 허위 사실이라면 무고죄에 해당한다"며 끝나지 않은 싸움에 관심의 끈을 놓지 말아달라 당부했다.


마지막 발언에 나선 불꽃페미액션의 미연 활동가는 "권력은 왜 부끄러워지 않나. 최근 몇 달간 의구심을 가졌다. 이번 소식 접하고서야 실마리를 찾았다. 언론과의 유착 속에서 그들만의 카르텔을 만들고 그 속에서 서로를 칭찬하고 두둔하고 살았기 때문에 수치심을 느끼지 않은 게 아닌가. 상을 준 조선일보도, 받은 경찰도 일말의 수치심도 느끼지 못 했을 것이다"라고 말하며 "저는 이런 경찰, 언론이 있다는 사실이 부끄럽다. 강단에 올라 상을 받고, 이 건물 안에 있는 사람들이 부끄러움을 알기 바란다."고 전했다.



김남미 기자 nammi215@usnpartner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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