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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N 사회단체] 청소년 성소수자, 학교도, 집도, 쉼터도… '일상적 고립' - 28일, ‘주간 화만나’ 세 번째 이야기 - 청소년 성소수자에게 안전한 공간은 어디에?
  • 기사등록 2019-05-30 18:03:55
  • 수정 2019-05-30 18: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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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간 화만나 3회차, 청소년 성소수자 위기지원센터의 송지은 상담 팀장가 강연 중이다 <사진: 김남미 기자>


【미디어내일N 김남미 기자】바이 로맨틱, 게이 섹슈얼, 데미 보이, 데미 걸, 젠더 플럭스, 범성 로맨틱 무성애자, 호모 섹슈얼 시스젠더. 청소년 성소수자들이 띵동 포차(띵동이 운영하는 거리 아웃리치)에 방문해 자신을 표현할 때 쓴 단어들이다. 게이, 레즈비언 정도로 통용되던 성소수자의 구분이 한국 사회에서도 점차 스펙트럼을 넓혀가고 있다.


띵동의 상담지원팀 송지은 팀장은 기존의 이분법적인 성역할(여성, 남성)에 저항하며 스스로를 논바이너리로 규정하는 청소년이 늘고 있다고 말한다. 회의 시간에 상근자들이 종종 또 새로운 게 나왔대?“하고 놀랄 만큼 청소년 성소수자들은 그동안 이름 붙여지지 않아 배제되었던 정체성을 발견하고 주입 받은 질문들을 깨트리는 일에 적극적이다.


이처럼 새로운 세대의 인식은 틀을 깨고 급격히 확장되는 데 반해, 성소수자에 대한 사회의 전반적인 인식이나 제도는 여전히 편견과 혐오에 고착되어 있다. 이날 주제는 청소년 소수자에게 안전한 공간은 어디에?”라는 질문이었다. 송 팀장이 발표를 통해 전한 아래의 현실은 그 답이다.


교사가 내 옆에 게이 있으면 소름버젓이 혐오 발언


띵동 포차는 내 정체성을 말해도 아무도 이상하지 않게 보지 않는 공간이다. 그러나 여기가 끝나면 청소년 성소수자들은 자신에 대해 말할 수 없는 집, 자기 존재에 대해 찬반 토론을 하는 학교, (동성애 반대 등) 누군가 나의 존재를 반대하는 피켓을 들고 있는 거리로 나가게 된다.”


내 옆에 게이가 있으면 소름 끼칠 것 같다고 말하는 교사, “청소년기는 성정체성 확립이 덜 돼서 동성애에 빠질 수도 있지만, 성인이 될 때까지 확정하지 않는 게 좋다고 말하는 상담사, 욕으로 너 게이냐?’는 말을 쓰는 친구들. 청소년 성소수자들은 매일 이런 사회를 만난다. 내 옆에 성소수자가 없다고 당연히 가정하는 사회는 그냥 만들어지지 않는다.


학교 성교육 표준안은 동성애에 대한 지도를 허용하지 않음으로 명시하고 있다. 송 팀장은 교사들이 실제 혐오 표현을 하고, 다양한 성적 지향에 대해 교육을 받지도 않다 보니, 청소년들이 성소수자들을 이상하고 괴물 같고, 차별해 마땅한 존재로 인식하기 쉽다고 전했다.


이에 청소년 성소수자들은 어디에도 말할 상대가 없다는 느낌, 사람들과 분리되는 느낌, 계속 숨겨야 하는 어려움, 들킬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등 일상적으로 불안감과 고립감에 시달린다. 이는 심각한 정신 건강상의 문제로 이어진다.


2013년 한국 LGBT 커뮤니티 사회적 욕구 조사 결과에 따르면, 18세 미만 청소년 성소수자 중 45.7%가 자살 시도를 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으며 자해 시도 비율은 53.3%에 달했다. 작년 띵동에 접수된 자살 위기, 자해 상담은 각각 30, 38건이었다. 정신건강 상담은 101건에 달한다.



가정 내 폭력, 집 떠나 쉼터 가도 여건 안 된다거절


청소년 성소수자들을 가장 불안하게 하는 공간은 역설적으로 이다. 작년 띵동에 접수된 상담 주제 중 가족과 관련한 상담은 129건에 해당한다. 이 중 32건은 가정 내 폭력이다. 띵동을 찾은 한 청소년 성소수자는 자신의 커밍아웃이 내가 집을 나가게 될 정도의 폭력일 거로 생각하지 못 했다고 했다.


성소수자가 TV에 나오면 때려죽여야 해말하는 부모의 모습을 17년 동안 보고 살았다면? 더 말 안 해도 사유가 충분하다. 자신의 정체성을 더는 숨길 수 없는데, (정말로) 얘기하면 (부모에게) 죽을 수도 있으니까. 그것은 탈출이고, 살기 위한 행동이었다.” ‘띵동에서 가출 대신 ()가정이라는 표현을 쓰는 이유다.


폭력을 피해 탈 가정한 청소년들은 흔히 쉼터를 찾지만, 청소년 성소수자들의 경우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상담사에게 성소수자라고 차별 말라말했다가 쫓겨났다는 사례도 있다. 트렌스젠더 청소년은 남성, 여성으로 분리된 현행 쉼터에서 갈 곳을 찾기 어렵다.


본인은 여성이니까, 여성 쉼터에 가면 (남자가 왔다고) 기겁하고, 너무 싫지만 지정 성별인 남성 쉼터에 용기 내서 가면 머리 기르고 치마 입고 화장한 남자가 왔다고 난리가 난다.” 결국 입소를 거부당하기도 한다. 결국 탈 가정한 청소년 성소수자들이 향하는 곳은? 찜질방, 피시방, 친구 집, 만화 카페, 24시간 패스트푸드점, 지하철 역사, 건물 계단 등등. 사실상 갈 곳이 없다.


이런 상황을 반복적으로 접하면서 최근 띵동이 목표로 삼은 것은 청소년 성소수자들의 주거권 문제 해결이다. 일단은 쉼터·청소년 기관 종사자 교육과 관련 법 개정 등을 염두에 두고 있다. 나아가 청소년들이 쉼터 외에도 직접 단독 주거를 얻을 방법을 찾고 있다.


1시간여의 강연을 통해 청소년 성소수자들의 상황을 접한 참가자들은 청소년 성소수자들의 심리 치료에도 국가 지원이 필요한 것 같다”, “인식이 부족해서 법도 뒤처지는 것 같다. 어릴 때부터 성소수자와 성적 지향의 다양성에 관해 교육받고, 교사와 학부모 대상 교육도 필요할 것 같다등등의 소감을 전했다.


주간 화만나(매주 화요일 만나는 아동인권 이야기)대한민국은 아동 인권을 혐오하는 사회인가?”라는 부제로 6회에 걸친 연속 토론회를 진행하고 있다. 남은 회차에서는 이주 아동, 아동 성매매 등의 주제를 다룬다.




김남미 기자 nammi215@usnpartner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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