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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9-01-16 13:29:15
  • 수정 2019-08-12 12: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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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재진압후 컵라면으로 첫 끼니를 때우는 소방관 <사진 = 부산경찰청>

지난 2015년 4월 13일, 부산 연제구 중고차상가 화재 진압 중 라면으로 잠시 끼니를 때우던 소방관 사진 한 장에 전국이 떠들썩했다. 아무도 눈뜨지 않은 새벽, 이웃으로 화재가 번지는 걸 막기 위해 온 힘을 쏟았던 소방관이 바닥에 앉아 컵라면으로 첫 끼니를 때우는 모습은 국민들을 충격과 분노 속으로 몰아넣었다.


그 한 장의 사진은 전국적으로 소방관 처우개선에 대한 목소리를 높였다. 우리 곁에서 묵묵히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는 소방관의 피곤한 모습은 시민들의 마음을 너무 아프게 했다. 검은 그을림이 얼굴과 방화복을 덧칠했고 방금 벗은 방화모 속 머리는 땀에 흠뻑 젖어 얼룩져 있었다. 힘겹게 등에 매달린 산소통이 조금 전까지 화마에 맞섰던 그들의 용기를 증언하고 있었다.


사진 한 장이 우리가 몰랐던 소방관의 고단한 이야기를 세상 밖으로 꺼내놓았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그들의 이야기는 사진 한 장에 담겨 사라졌고 열악한 근무 환경은 오늘도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오래전부터 소방관 처우에 대한 문제는 꾸준히 제기돼왔다. 부족한 인력과 수명 다한 장비로 넓은 지역을 담당해야 하는 고단함. 시 지원이 제대로 되지 않아 사비로 장비를 구매해 사용해야 하는 어려움. 출동과 대기로 바쁜 와중에도 틈틈이 짬을 내 방화복을 직접 손세탁해야 하는 근무환경.


2018년 7월 16일, 소방관의 고충을 들은 LG 전자가 방화복 전용 세탁기를 개발해 인천소방본부에 20대를 납품했다. 같은 해 8월 25일, 경기도는 13억원의 예산을 긴급 편성하고 도내 34개 소방서와 171개 안전센터에 방화복 세탁기 41대, 세탁물 건조기 336대, 개인안전장비 보관함 2775개 등을 설치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2018년 크리스마스를 전후한 12월 24일, 탤런트 박신혜 씨가 방화복 전용 세탁기 20대와 건조기 20대를 기증하면서 소방관의 노고에 감사를 전했다.


소방관의 열악한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는 시민들의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 소방관들의 근무환경은 여전히 개선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우리 고장인 울산광역시만 살펴보더라도 부실한 여건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우선 울산시 관내 소방서에 공급되는 소방관 전용 세탁기와 건조기의 보급률은 24%라는 저조한 수치를 나타내고 있다. 울산소방본부는 전용 세탁기 33대의 구입예산 8250만원을 시의회에 매년 제출하고 있지만, 번번이 삭감된다고 하소연한다.


▲ 제26회 서울소방안전작품 공모 대상, 강동소방서 김준경 <사진 = 서울소방재난본부>


여러 복잡한 사정을 고려하더라도 국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주는 소방관들의 처우개선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첫째, 소방관들은 적은 인력으로 넓은 도시를 관리한다. 소방관들은 피로 누적으로 인해 자체 인명사고가 번번이 발생함에도 불가피한 출동 지연, 불가항력적인 인명사고 등에 대한 비난을 온몸으로 감당하고 있다. 비난은 비난대로 감수하면서도 소방관 인명사고에 대해서는 “소방관 안전에 만전을 기하겠다.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겠다”라는 말 잔치만 요란하다. 그럴 때마다 묻고 싶다. 소방관 근무 개선을 위해 제도적으로 무엇이 바뀌었는가?


둘째, 소방관 장비에 관한 과감한 지원이다. 소방관들의 생명을 지켜주는 방화복 전용 세탁기의 보급과 개인장비 보급은 재정이 열악한 각 지자체에 맡겨 방치할 것이 아니라 국가가 나서서 보급 및 관리를 해야 한다. 소방서가 필요한 물품 구입예산을 시의회에 요청해도 예산편성의 권한을 쥔 지방의회가 소방관들의 처우개선을 모른 채 하면 그뿐이다. 소방관 안전이 곧 시민의 안전이라는 사실은 너무도 자명하다. 국가가 직접 소방관의 근무환경을 관리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셋째, 소방관을 국가직으로 전환해 지위를 안정시켜야 한다. 소방관을 국가직으로 전환하면 특수업무에 대한 논란과 처우 문제 등을 일거에 해소할 수 있다. 화재 진압 등에서 발생하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도 국가가 지원하면 훨씬 좋은 의료여건에서 치료에 전념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재난재해 등에관한 대처는 지방 분권의 문제로 접근하기보다는 중앙 컨트롤 타워에 의해 통제 관리하는 편이 훨씬 효율적이다. 그뿐만 아니라 소방관의 국가직 전환이 이뤄진다면 기존 소방점검 등과 같은 각종 지방 사무 시행에 따른 지역유착·부정부패 문제도 해결이 쉬울 것이다.


마지막으로 울산광역시 의회가 2019년 소방세탁기 관련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는 소식을 듣고 시민들은 시의회에 실망했을 것이다. 그렇다고 의회를 마냥 비난만 할 수도 없다. 지방직 소방관의 경우, 처우개선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해당 시의회의 협조가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지금도 어디선가 사이렌을 울리며 화재현장으로 달려가는 소방관들이 있을 것이다. 소방관들의 입장에서 그들을 생각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일시에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순 없지만,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수도 없다.


이제 울산광역시 의회가 나서서 소방관들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근무환경 개선에 힘을 모아야 한다. 더는 미룰 수 없는 소방관 처우 개선 문제를 의회가 주도해서 풀어나간다면, 시민들도 환영할 것이다. 소방관의 안전이 시민의 안전임을 다시 한번 상기하며, 소방관 처우 개선에 최선을 다하는 울산시 의회를 기대해본다.


김원진 칼럼니스트

울산청년정책포럼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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