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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8-09-03 16:55:53
  • 수정 2019-08-12 12: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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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교육이나 사회 공동체에 대한 글을 쓸때, 글의 기조로 삼는 정신이 위기지학(爲己之學)이다. ‘위기지학’은 "논어" 현문편에서 공자가 “옛날에는 자기 자신을 위해 배웠지만, 오늘날은 남을 위해 한다”에서 남을 위해 하는 공부인 위인지학(爲人之學)의 대비된, 스스로를 위한 공부를 하는 자세를 의미한다. 그래서 위기지학은 참된 자기 본질을 밝히기 위한 학문이라고 정의내릴 수 있다.


2018년 현재 한국 사회는 '본질보다 허식을 중시'하고 '화합보다는 갈등이 중시'되는 모습이 보인다. 이 결과, 교육과 공동체는 자정기능을 상실해가고 있다. 과거 조선 후기 사회에서도 이와 비슷한 문제가 부상했었다. 허식을 중시하는 이런 흐름을 혁파하기 위해, 기존의 사회 주류 이데올로기였던 성리학을 비판하며 실학이 등장했다. ‘실학’은 ‘실’은 ‘허상’의 ‘허’와 반대되는 개념이다. 구체적으로 허례허식적인 학문을 추구하는 것이 아닌 실질적인 학문을 추구하려는 학문이다. 물론 성리학을 비판했지만 실학은 유학에 뿌리를 두고 있었다. 실학은 막연히 과거와의 단절을 의미한 것이 아니라, 전통을 지키며 미래를 향한 비전을 제시했던 것이다.


조선의 실학은 17세기 중엽에 등장해 19세기까지 유지되었는데, 조선후기 사상 및 민생에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당시 조선시대는 성리학위주의 유교문화에 근간하여, 입신양명(立身揚名)을 위한, 오직 과거에 합격하기 위한 공부만이 주를 이루던 시절이였다. 이것은 실생활에 직면한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조선 중기의 사회적 모순들을 심화시켰다. 실학은 당시 등한시 되었던 농,공,상의 문제에 관심을 가지며, 당시 조선시대 정치와 사회를 개혁하려고 했다.


조선시대 실학의 등장한 배경처럼 필자는 '위기지학' 역시 현대의 여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답이라고 본다. 공자가 주장한 ‘밖에 보이는 것이 아닌 스스로 위한 공부’인 위기지학의 은 현재 우리 사회에 만연한 보여주기식 교육풍토, 서로간 경쟁 및 혐오의 심화, 공동체의식의 부재인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해법이 된다고 생각한다.


실학의 대표적인 학자들인 자신 이익, 반계 유형원, 홍암 유수원, 연암 박지원, 초정 박제가, 다산 정약용, 추사 김정희, 혜강 최한기 등의 많은 학자들은 현실의 문제를 대해 각자의 방법으로 해소하려고 했다. 실학자들은 각자의 방법으로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려 하면서도 사실에 입각하여 진리를 탐구하려는 태도인 ‘실사구시’정신을 근간으로 한다. 실사구시 정신은 '지키기만 하는 수구의 모습'도 '다 바꾸려하는 혁명의 모습'도 아닌 '전통을 지키며 미래를 지향하는 개혁의 움직임'이다.


조선 시대 실학과 유사하게 '교육과 공동체의 건전한 개혁'을 추구하는 위기지학 정신도 필자는 다양한 모습으로 발현될 수 있다고 본다. 개개인의 적성 및 흥미를 찾는 것에 대한 관심, 학교 밖의 청소년에 대한 관심, 4차산업혁명에 대한 관심, 시민교육 / 평생교육에 대한 관심 등 다양한 담론들에 대해 필자는 위기지학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즉, 이러한 담론들을 '전통을 고수하려고만 하는 자세, 전통을 다 부수려는 자세'로만 접근해서는 안될것이다. 역시 실학처럼 전통을 고수하며 미래를 지향하는 자세로 나가야 할 것이다.


조선시대의 실학은 비주류학문으로 취급받아서 당시에는 크게 각광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오늘날의 관점에서 보면 실학은 교육이념의 근대화, 과거제도의 개선방향제시라는 당시의 틀을 깨려했다는 의의를 가지고 있다. 백성개개인을 중시하는 민본주의를 바탕으로 그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려했고, 당시 본질보다는 지식을 보여주기 식으로 왜곡된 과거시험, 유교의 본질에 어긋난 당대의 사회현실을 비판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당시 실학이 비판했던 사회현실은 오늘날까지 유지되고 있다. 지금의 대한민국 교육은 각각 학생이 가진 개성과 흥미는 무시하고 획일적이며 소수의 승리자와 다수의 패배자를 양성하는 교육으로 변해버렸다. 또한 화합과 협력보다는 경쟁이 교육의 주요요소가 되면서, 공동제라는 의식이 점점 사라져가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개선되어야 하지 않을까?


물론 결과론적으로 실학은 당시에는 실패한 사상이다. 하지만 오늘날의 관점에서 보면 실학은 많은 의의를 가지고 있다. 실학이 지닌 실사구시의 개혁정신은 오늘날에도 계승해야한다. 조선에는 조선을 바꾸기 위한 실학의 실사구시가 있었다면, 지금 한국에는 한국의 여러 병폐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인 위기지학이 필요하다. 위기지학은 조선의 실사구시정신과 같이 전통을 지키며 미래를 향한 개혁방안을 제시하는, 지금 대한 민국에 꼭 필요한 개혁정신이다.


<양동규 칼럼니스트>

교육혁신단체 '프로젝트 위기' 기획자

교육과 공동체에 관심이 많은 사범대 학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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