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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아프리카 칼럼]'포스트 무가베시대', 짐바브웨의 미래는? - 2017년까지 독립 후 37년간 지속된 독재 - "무가베 없는" 첫 선거이자 민주화의 정초선거 - 전 부통령 음난가그 연임, 짐바브웨의 민주주의의 순항을 기원
  • 기사등록 2018-08-29 14:19:54
  • 수정 2019-08-12 12: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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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무가베시대', 짐바브웨의 미래는?

* 해당 칼럼은 기획칼럼 '가볍게 읽는 서아시아와 아프리카 시사트렌드' 시리즈의 첫 번째 꼭지입니다.

8월 26일, 짐바브웨아프리카민족연맹-애국전선(ZANU-PF)의 당 대표 에머슨 음난가그와(Emmerson Mnangagwa)의 짐바브웨 대통령 취임식이 있었다. 짐바브웨 대통령 선거가 실시된 지 근 한 달 만의 일이다. 한편, 당초 선거 조작을 주장하며 헌법재판소에 선거 결과 무효 소송을 제기하였던 짐바브웨 야당 민주변화동맹(MDC)은 음난가그와 대통령의 취임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포스트 무가베시대'의 순탄치 않은 출발이다.

현재 짐바브웨의 정치 상황을 이해하고자 한다면 로버트 무가베(Robert Mugabe) 前 짐바브웨 대통령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다. 현재 만 94세의 나이를 먹은 무가베 前 대통령은 젊은 시절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교육학을 전공한 이후 조국으로 돌아와 교수로서의 사회생활을 시작하였다. 당시는 아프리카 국가들이 속속들이 탈식민지화되고 있던 시대로, 짐바브웨를 식민지배하고 있던 영국은 짐바브웨의 독립 조건으로 토착민이었던 흑인 위주의 국가를 건설할 것을 내걸었다. 이러한 조건에 로디지아(당시의 짐바브웨 국명)의 기득권층이었던 백인들은 크게 반발해 독자적 국가, 남로디지아공화국을 설립하였으며, 이에 반발하던 흑인들과 충돌하여 인종 간 전쟁을 벌이게 된다. 이때 활동하여 유명세를 떨친 것이 바로 무가베였다. 계속된 충돌과 마찰 끝에 성사된 평화협상으로 1980년 열린 총선거에서 그는 국민의 높은 지지를 엎고 초대 총리가 되었다.

1987년, 총리가 된지 7년 후 무가베는 쿠데타를 일으켜 총리제였던 정치체계를 대통령제로 전환하고, 초대 짐바브웨 대통령 카난 바나나(Canaan Banana)를 축출한 이후 본인 스스로가 대통령 자리에 오른다. 그는 이후 집권을 유지하기 위해 선거 비리 및 언론 탄압 등을 저지르는 한편 각종 선심성 정책 또한 남발하였는데 예컨대 외국 기업의 지분 절반 강제 압류, 시장 상품가격 강제 고정, 백인 소유 토지 무상 몰수 등이 바로 그것이다. 경제를 전혀 고려하지 못하고 정치적 생명 연장에만 골몰하던 무가베의 어리석은 정치로 인해 짐바브웨는 음료수 한 잔을 사기 위해 수레가득 지폐를 챙겨야 할 정도의 하이퍼인플레이션을 경험하게 되고, 2009년 공식적으로 자국 내에서 미국 달러화 등의 사용을 인정하고야 말 정도로 경제가 붕괴한다.

경제 실패 외에도 도를 넘는 사치 및 민간인 학살, 인권유린 등으로 민심을 잃은 무가베 대통령은 아내에게 대통령 자리를 이양하고자 하는 시도에 분노한 군부에 의해 지난 2017년 11월 실각한다(짐바브웨 헌법재판소는 이를 쿠데타가 아닌 '자발적 양위'로 판결하였다). 이로써 37년에 걸친 무가베의 현존 최장기간 독재가 종료된 것이다. 대통령 직위는 부통령이었던 음난가그와가 이어받았으며, 음난가그와는 무가베 대통령이 독단적으로 탈퇴하였던 영연방에 재가입을 시사하고 해외투자의 적극 유치를 표방하는 등 국가를 개혁에 대한 의사를 공언한다. 그러나 무가베 치하 부통령직을 수행해왔던 음난가그와 대통령에 대한 불신 여론은 상당하였으며, 이는 야당 MDC당(黨) 대표 넬슨 채미사(Nelson Chamisa)에 대한 지지로 결집하였다. 그리고 2018년 7월 30일, 국제사회가 주목하는 가운데 짐바브웨 독립 이후 최초로 '무가베가 존재하지 않는' 대통령 선거가 실시되었다.

결과적으로, 선거는 깔끔하게 치러지지 못하였다. 총선에서 ZANU-PF당(黨)의 과반 의석 확보가 발표된 데 이어 대통령 선거 결과 발표는 애초보다 1주일 연기되었으며, 해당 과정에서 선거참여자보다 더 많은 수의 기표용지가 발견되는 등 부정선거의 의혹이 부풀어 올랐다. 전국에서 해명을 요구하는 시위가 열렸으며 국민들을 강제진압하는 과정에서 수십의 사망자가 발생하기도 하였다. 발표된 선거 결과는 음난가그와의 연임. 채미사 후보는 이에 불복을 선언하며 헌법재판소에 제소하였으나 헌법재판소는 이를 증거불충분으로 기각하였다.

기나긴 독재에서 갓 벗어난 짐바브웨의 근대화 및 민주화의 과정은 아직 진행형이다. 과연 수많은 악조건을 이기고 짐바브웨가 이를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을까? 많은 윗 세대분들의 노력과 천운 끝에 민주주의를 이룩한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짐바브웨의 국민에게도 같은 홍복(洪福)이 주어지길 간절히 바라본다.

이설아 칼럼니스트
(qseollee@gmail.com)
작가 겸 다문화/난민 인권운동가
前 대학생 연합 지역학회 ‘엘 네피제(El-Naafidha)’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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