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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9-09-04 12:31:48
  • 수정 2019-09-04 15:5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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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를 ‘갈등의 조정 과정’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일찍이 플라톤이 말했던 ‘철인’이 존재한다면 주변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갈등을 쉽게 정리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절대자 철인’의 존재를 증명할 수 없습니다. ‘갈등 조정’에는 숙고하고, 이해하고, 동의하는 과정에 많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사회 구성원들의 사이에 존재하는 차이를 깨닫는 데 필요한 시간입니다.


오늘날 '갈등’을 어떻게 치유하고, 극복하느냐에 따라 민주주의의 성숙도가 판가름 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갈등’은 서로의 차이를 확인하는, 조정은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는 과정입니다. ‘갈등의 조정’이 바로 민주주의 참된 가치가 아닐까요?


[내일N 기획: 갈등]은 무겁고 어두웠던 우리 사회 속 갈등을 민주주의 대화 속으로 공론화하려고 합니다. 단박에 해결책을 찾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내일N'은 가치있는 시도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그 여정을 시작합니다.


2019년 최저시급 8,350원, 하루 8시간 근무, 한 달 월급 1,336,000원 세대, 이게 일반적인 대한민국 청년들의 현주소다. 통계청이 2019년 7월 16일에 발표한 경제활동인구 조사를 보면 청년층 인구는 907만 3천명으로 전년 같은 달보다 8만 4천만(-0.9%) 감소, 첫 일자리에 취업할 당시 임금은 150만원~200만원 미만(34.1%), 100만원~150만원 미만(27.7%), 200만원~300만원 미만(18.1%) 순으로 나타났다.


“남자 평균 1억 5,510만 5,000원, 여자 5,037만 5,000원”

자료 : 조선일보·선우 공동조사


이렇듯 대한민국 사회의 현실은 청년들에게 녹록치 않다. 그래서 그런지 주변에 혼기가 찼는데도 결혼을 미루거나 비혼 선언을 한 동생들과 친구들이 예년보다 늘어나고 있다. 그나마 공무원이나, 대기업에 다니는 지인들은 상황이 나은 편이지만, 그렇지 않은 이들은 모두 한목소리로 ‘요즘은 승진을 포기하던지 결혼을 포기하든지 해야 한다’ ‘나 혼자 삶을 연명 하는 것도 버겁다’며 결혼을 왜 안 하냐는 내 물음에 손사래를 친다.


▲ 지난 3월 31일 서울시 청년자치정부 출범식. <사진 = 미디어내일N DB>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본인도 혼기가 찼지만, 아직 결혼하지 않은 30대 미혼이다. 해외 유학이다 박사과정이라고 하면서 결혼을 미뤄온 것도 사실이지만, 예전과 다르게 어느 순간부터 ‘그래, 결혼 안 할 수 있으면 안 하는 것도 방법이다’라는 인생 선배님들의 조언과, 결혼한 친구보다 안 한 친구들이 많은 주변 환경 때문에 결혼이 급하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결혼이 더 망설여지는 주된 이유는 바로 ‘결혼자금과 신혼집’이다.


최근에 결혼한 남·여 친구들에게 “요즘 결혼할 때 얼마 정도 들어?”라고 물어보니 예전과 비슷한 점도 있었고, 달라진 점도 있었다. 예전과 비슷한 것은 아직까지 남자는 집, 여자는 혼수를 해가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것이고, 다른 점은 그 외에 혼수·예물 등 집안끼리 주고받는 것들은 거의 안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남·여 비슷하게 말한 것이 70% 이상 부모님께 도움을 받고 결혼을 한다는 것이다.


조선일보·선우 공동조사에 따르면 결혼비용은 부모님의 자산에 따라 달라진다. 부모의 자산이 5억 미만일 경우 아들 1억 2,062만원, 딸 3,669만 3,000원, 5억 이상~10억 미만은 아들 1억 7,807만 8,000원, 딸 5,294만 9,000원, 10억 이상은 아들 2억 4,506만 8,000원, 딸 9,121만 9,000원이 든다.


주택, 신혼청년들의 한계와 상·하 간 세대갈등


주택금융연구원은 『2018년 주택시장 결산 및 향후 전망』 보고서를 통해 “수도권, 특히 서울의 양적, 질적 주택 부족이 지속되는 가운데 분양주택 공급 감소로 서울 주택가격은 앞으로도 계속 상승 할 것이다”라고 예측했고, 그 예측대로 2019년 현재까지 서울 집값은 계속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그리고 그 영향은 바로 신혼집과 연계된다. 대부분이 서울에 직장이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결혼하고 신혼집을 서울로 하는 경우가 많다. KB국민은행 『8월 월간 주택시장 동향』에 따르면 강남 11개국 아파트 평균 매매가 10억 1111만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월 9억 9873만원 보다 1238만원(9.24%) 오른 것으로 KB가 해당조사를 시작한 2008년 12월 이래 처음이다. 강북권(14개구) 아파트 평균매매가도 6억 2764만원으로 집계됐다.


서두에 언급한 시급 8350원, 월급 133만 6000원으로 6억원을 호가하는 신혼집을 혼자 마련하려면 한 달에 30만원 남짓한 돈으로 생활하고 100만원을 적금한다고 해도 최소 50년 이상이 걸린다. 결국 부모님께 도움을 구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문제는 현재 30대 결혼을 해야 하는 청년들의 부모님이 대부분 60년생~50년생이라는 것이다. 즉, 정년퇴직이 얼마 남지 않아 돈을 벌 기회는 점점 적어지는데 의료기술의 발달로 우리 부모님의 부모님도 부양해야 하고 결혼 시기가 점점 늦어지면서 캥거루족 자식들도 있는 것이 바로 우리네 부모님이다. 아들을 결혼시켜야겠는데 아들 스스로 서울에 집 마련이 어려우니 아들 부부에게 전세라도 해주려고 부모님 집을 전세로 돌리거나 퇴직금을 결혼자금으로 주게 되면서 부모님이 도시 빈민으로 전락하게 되어 이 또한 사회적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주택, 신혼 청년들의 한계와 또래 간 갈등


돈이 많은 도련님, 아가씨들이야 무슨 문제가 있겠냐마는 그렇지 않은 집안이 더 많기 때문에 이것은 상·하 세대 간 갈등이면서 또래 간 갈등을 초래하게 된다. 최근에 결혼한 친구가 신혼집을 서울이 아닌 000로 갔다. 그 말을 들은 몇몇 친구들은 모두 “아니, 왜 000로 갔어???”하며 결혼한 친구를 불쌍한 눈빛으로 바라봤다. 그러자 “난 조국 딸이 아니거든”하면서 그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친구들 사이에서도 부모님이 어디에 집을 해줬느냐는 큰 관심사다. 우리 부모님 세대만 해도 월세든 전세든 본인이 능력껏 했기 때문에 큰 문제가 안 됐지만 요즘은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그래서 소개팅이 들어올 때 “이 남자 어디 어디에 본인 명의의 집이 있어”라고 말해주는 경우가 자주 있다. 슬프지만 현실이다. 즉, 본인의 노력과 능력보단 부모님의 능력과 재력이 더 빛을 발하는 사회, 그리고 이로 인해 발생되는 수많은 갈등들, 나 역시 풀고 싶지만 쉽지 않다.


분양가 상한제와 대출 규제, 있는 집과 없는 집


분양가 상한제는 집값 안정화 조치의 일환으로, 분양가 자율화가 집값 상승의 주원인으로 보고 정책적으로 분양가격을 조정하는 제도이다. 이렇게 분양가 상한제 취지를 들으면, ‘나쁘지 않는데?’라고 생각이 들 수도 있겠지만 분양가 상한제를 돌입하게 되면 조합원(원주민) 분양이 일반분양보다 더 비싸지는 경우도 생기고, 청약 경쟁률은 수백 대 1로 현재보다 더 높아지며, 새집 공급 부족으로 인해 신규 아파트 가격은 가파르게 더 상승하게 된다.


글쓴이는 대학 나와서 취업했고 그 월급의 일부를 한 달에 한번 청약통장에 꼬박꼬박 돈을 넣고 있는 전형적인 30대 청년이다. 그러다가 얼마 전 서울이 아닌 경기도 한 지역에 청약을 넣었는데 미혼에 부양가족도 없고 (내 명의의 아파트가 없어도 부모님이 아파트가 있고 같이 살면 그 항목은 0점) 분리 세대가 아닌 내가 받은 점수는 아주 형편없었다. 즉, 이대로라면 나는 죽어도 새집을 꿈꿀 수 없다. 그런데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면 앞으로 더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7월 말 기준 전체 청약통장 가입자는 2506만 1226명으로 분양가 상한제 이후 1순위 청약을 노리는 사람들이 크게 늘어났다. 여기에 정부가 예상했던 것과는 다르게 아파트 가격이 계속해서 상승하고 있다. 아파트 가격 상승요인은 공급 부족에 대한 우려 때문으로 분석된다. 서울 00에 위치한 신규 아파트의 분양가가 5억이었는데 P가 10억이 붙어서 그들 사이에서 ‘로또 당첨되었다’라는 말을 한다고 한다.


현재 나에게 서울의 신규아파트 분양은 정말 꿈만 같은 일이다. 분양가가 너무 높아 당첨도 안 되겠지만, 운이 좋아 분양받는다고 해도 LTV(loan to value ratio) 규제가 너무 심해서 결국 혼자 힘으로는 절대 살 수 없을 것이다. 나와 다르게 새집을 대출 없이 사는 청년들이 얼마나 될까?


조국 사태를 통해 바라본, 20·30세대와 386세대 간의 갈등


세상에는 진보와 보수,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기업과 중소기업, 남과 여, 금수저와 흙수저 등 다양한 사회갈등이 존재한다. 그중 이번 조국 사태는 20·30대와 386세대 간 갈등의 불을 지폈다. 20·30대의 상당수는 조국 법무부 장관 딸의 ‘논문 제1저자 허위 등재 및 고려대학교 부정 입학’과 관련해 조 후보자의 사퇴를 요구하며 집회를 열었다. 그러나 조 후보와 비슷한 연배들은 조국을 이해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며, 20·30대와 386세대 간의 담론 전쟁을 촉발했다.


한 청년이 8월 24일 자유한국당 주최로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집회에서 “나는 조국 같은 아버지가 없다. 그래서 용이 되지 못할 것 같다.”고 말한 것을 두고 변상욱(60) YTN 앵커는 “반듯한 아버지 밑에서 자랐다면 수꼴 마이크를 잡지 않았을 것이다”며 비꼬듯 글을 올렸다. 이와 비슷한 취지에서 몇 386세대들은 “자유한국당 집회나 태극기 집회에 참석하는 청년들은 수꼴에 기웃거리는 미완의 인격체”라고 말하며 갈등을 조장한다. 이들은 조국 사퇴 집회를 할 때 ‘NO JAPAN, YES 조국’이라는 푯말을 들고 서 있기도 한다.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이외는 자본의 종류를 경제 자본, 상징 자본, 문화 자본, 사회관계 자본으로 나눈다. 그리고 한국에서는 학연, 지연, 혈연 중 혈연(그중 자식)을 통해 위의 자본을 재생산한다. 우리 사회의 386세대는 막강한 권력을 가지고 있다. 이철승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가 1998년~2017년까지 국내 100대 기업의 임원 총 9만 3,000여 명을 분석했는데, 그에 따르면 2010년 후반 1960년~64년 출생 세대는 100대 기업 임원 중 37%를 차지하며, 1965~69년 비율도 35%에 달한다고 한다. 이는 정치계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 20대 총선에서 386세대는 524명으로 입후보자 중 48%를 기록했다.


이 교수가 분석한 『통계청 가계 동향조사 가구소득』을 보면 386세대는 이미 1950년대 세대를 앞질렀다. 이 교수는 ‘이런 데이터를 보면 386세대는 20년에 걸쳐 국가와 시장의 수뇌부를 완벽하게 장악했고, 아랫세대의 성장을 억압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정치권과 노동시장에서 최고위직을 장기독점하고 있다’고 서술하고 있다. 그러면서 386세대 진보 출신들은 몇십 년 전 본인들이 민주화 운동으로 일궈낸 대한민국을 계속 운운하며 이런 진정성을 몰라주는 청년 세대를 두고 “전 정부서 교육을 제대로 못 받은 탓”으로 몰아세우고 있다.


이번 조국 사태를 보면 대한민국의 국민이며 청년으로서 안타까운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몇 해 전 최순실 국정농단사태 때 정유라 이화여대 부정입학으로 국민들의 화가 아직 채 가시지 않은 현재, 조국 법무부 장관 딸의 한영외고, 고려대학교, 부산의전 부정 입학 논란이 사회 갈등의 중심에 있다. 그리고 조 후보는 “모든 절차는 적법했다. 하지만 국민 정서상 조금의 괴리가 있는 부분은 인정한다.”는 말로 대한민국에서 힘들게 일하며 장학금을 받고자 밤새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청년들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있다.


Sometimes frogs forget that they were tadpoles once too !"


우리 20·30세대들은 내 나라, 내 조국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청년들이다. 그러나 우리도 머지않아 청년이 아닌 중년과 장년이 되어 또 다른 세대가 될 것이다.


세대갈등은 어려워 보이지만, 우리도 한때 청년이었음을 기억하고 그들의 입장에서 이해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의외로 쉽게 해결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현재 기득권 세대로 자리 잡은 386세대들도 한 때는 대한민국의 청년이었음을 잊지 말고, 우리 20·30 세대의 입장에서 청년의 목소리를 잘 경청해주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조혜림 부위원장


-자유한국당 중앙차세대여성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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