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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9-08-30 00:59:24
  • 수정 2019-08-30 08:5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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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내일N 남상오 기자】우리는 선거가 다가올수록 청년이라는 단어를 유난히 많이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 선거 때만 되면 정치권은 ‘청년’이란 말을 무슨 마법의 주문인양 입에 달고 다닌다. 언론도 예외가 아니어서 선거가 다가오면 ‘청년’을 무게감 있게 다루고 있다.


청년이 하는 정치만이 진정한 ‘청년정치인가?’라는 아주 단순한 물음에서 시작한 미디어내일N의 청지기 인터뷰, 오늘은 이상엽 서울특별시 청년명예시장과 함께 청년정치의 본질을 탐색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 이상엽 청년 서울명예시장, ˝청년에게 접근하는 방법론부터 바뀌어야 한다˝ <사진 = 남상오 기자>


명예시장이란, 시민의 다양한 의견을 듣고 정책에 반영하기 위해 2012년부터 운영해 온 말 그대로 명예직이다. 2016년까지는 명예부시장이었지만 이후 명예시장으로 직급을 올려 활동하고 있다.


명예시장은 다양한 분야에 활동하고 있다. 어르신, 일자리노동, 문화예술, 시민건강, 중소기업, 도시재생, 환경, 여성, 관광, 소상공인, 도시안전, 전통시장, 장애인, 외국인, 청년, 청소년, 아동 등 17개를 아우르고 있다. 다양한 계층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아 시정에 적극적으로 반영하도록 노력한다. 임기는 1년, 무보수 명예직이다. 서울시의 경우 명예시장의 권한은 부서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시민소통담당관과 보조를 맞춘다.


서울시에서 활동하고 있는 명예시장 중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고 능력을 인정받는 이가 이상엽 청년명예시장이다. 청년 정책 개발에 적극적이고, 시정에 반영률도 높은 ‘명시’(명예시장의 애칭)로 꼽힌다. 청년명예시장은 서울시 청년청과 소통하며 함께 일한다.


김영경 청년청장의 평은 간단하다. “명시님이 너무 열심히 활동하셔서, 다른 부서에서는 ‘청년청이 명시를 너무 혹사하고 갑질도 하는 것 아니냐’고 농담을 건넬 정도입니다.”


이상엽 청년명예시장은 평이 과분하다고 손사래를 친다. “저는 옆에서 따라 걷는 것밖에 한 것이 없습니다. 주위 분들이 만들어가는 길에 동행만 했을 뿐입니다. 지난 5개월간 활동해보니, 시청에서 일하는 분들이 정말 고생 많다는 걸 느꼈습니다. 감사하고 있습니다”며 웃었다.


이상엽 청년명예시장은 청년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대화하고 꿈꾸고 미래를 그린다. 실무적으론 청년청이란 조직이 있지만, 현장에서 바로 청년의 목소리를 듣기에는 역시 청년명예시장이 제격이라고 말한다. 결코 짧지 않은 6개월 동안 이 시대의 청년들과 부대낀 이 명예시장에게 ‘청년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떤 희망과 목표가 품고 있는지’ ‘지금은 어떤 것이 청년에게 가장 절실한지’를 듣고 함께 공감하는 시간을 가졌다.



▲ 이상엽 청년 서울명예시장, ˝청년청과 파트너 관계로 청년 `일반`의 목소리를 받아 안아, 더 좋은 청년정책을 발굴해내겠다˝ <사진 = 남상오 기자>


2019년을 관통하는 청년이란 단어는 우리 사회의 본질이자 미래고, 현실이자 아픔이다. 정치, 사회, 문화 등 전 분야에 걸쳐 청년이 문제라고 주장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이 시대의 마지막 남은 해결의 열쇠일지도 모른다. 


청년은 때론 과격하고 자기 생각만 한다는 비판도 받지만, 누구보다 자존감이 강하고 공동체에 대한 충성도도 높다. 섬세하게 다루고 잘 다듬어야 하는 것이 청년이다. 그들의 아픔도 달래야 하고 희망도 이야기해야 한다. 청년이 건전해야 미래의 문화가 담보된다. 정치적 열의가 있어야 민주주의가 풍요롭다. 노력에 따라 경제적 안정이 보장돼야 결혼도 하고 출산율도 높아진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청년이란 말을 너무 쉽게 남용하고 무책임하게 외면한다. 특히 정치권은 선거가 다가올수록 ‘청년 과잉’을 몸소 보여주고 있다.


이상엽 청년명예시장은 우선 우리 사회에 청년이란 단어가 더 많이 통용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래야 더 쉽게, 더 친근하게 우리 사회에 퍼질 수 있고 청년을 주목하게 됩니다. 단순히 청년을 관심의 중심에 두자는 것이 아닙니다. 현재 불거진 수많은 청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우선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말입니다.”


그는 우리 사회에 널리 ‘청년’이라는 단어가 퍼질수록 시민들이 청년 문제에 많은 관심을 가질 수 있게 된다며 “우리는 청년 문제가 풀기 어렵다고 주장만 하지, 정작 이 문제를 어떻게 풀 수 있을까? 접근하는 용기는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청년들에게 진솔하다'라는 것은 그들의 문제를 같은 눈높이에서 함께 바라보겠다고 선언하는 용기입니다.


청년에 접근하는 방법론부터 바뀌어야...

청년세대 감수성도 잊지 말아야..


이 명예시장은 청년자치정부에 참여하기 전만 해도 직접 ‘청년 정책’을 만들거나 수행한 적이 없었다. ‘청년 정책’에 대한 경험이 일천하다 보니 부족한 점이 한둘이 아니었다. 정책은 둘째 치고 ‘청년’이 무엇인지부터 공부해야 했다. 그들의 문화와 생각과 생활 방식을 하나하나 따라가며 공부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대화의 문도 열리기 시작했다.  


“흙밥이란 말 들어보셨나요?” 뜬금없는 질문이었다. “이 말은 청년의 가난을 상징합니다. 동시에 식사비용을 줄이는 것 외에 자기 보전 방법이 없는 모든 이를 나타내기도 합니다.”


그는 진지했다. 청년을 공부하고 청년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는 동안 자연스럽게 그들에 동화되고 그들과 같은 언어를 쓰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그러면서 느낀 것은 젊음이 특권이 아니라 소외고 나락일 수 있다는 두려움이었다.


“젊음의 특권으로써 ‘청년’이나 ‘대학생’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습니다. 청년이 대학생으로 치환되고 낭만으로 인식하던 시대는 이미 사라진 지 오래입니다. 비싼 학비를 조달해야 하고 치솟는 집값에 절망합니다. 그들의 어려움을 듣고 있다보면 청년은 사회 안전망 밖으로 내몰리고 있는 사회적 약자의 다른 이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젊음에서 가능성이 점점 멀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말이죠.”


그와 대화는 거침없이 청년의 문제, 그 핵심으로 들어갔다. 에둘러 이야기해본들 소용이 없다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어둡고 착착한 청춘의 현실을 이해하지 않고서는 어떤 정책도 결코 성공할 수 없다고 작심 토로했다.


“너무 비참한가요? 하지만 이것은 엄연한 현실입니다. 그리고 이런 이유로 나 같은 명예청장도 필요하고 청년청도 절실한 것 아닐까요?”


그는 정색하고 말을 이어갔다.


“청년들이 생활비 중 가장 절약할 수 있는 항목이 무엇인지 아세요? 식비입니다. 먹는 것을 줄이는 게 가장 손쉬운 절약 방법이란 말을 처음 들었을 땐 솔직히 믿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 봐야 얼마를 줄이겠느냐는 의문이었죠.”


하지만 그거라도 줄여야 한다는 절박함은 당연히 한 학기 1000만원에 육박하는 학비와 생활비 부담에 있었다. 식사를 거르거나 덜 먹고 줄일 수 있는 비용은 1000~2000원이 고작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부모님으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청년들은 대출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생활비와 식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정작 시간 때문에 굶는다고 말할 때는 가슴이 멍합니다. 현실은 이렇게 잔인합니다. 특히 청년들에게 이 시대는 더욱 그렇습니다.”


“‘배곯는다’라고 하면 어르신들은 대뜸 ‘젊을 때 고생은 사서도 한다’고 스스럼없이 대꾸합니다. 이런 말을 듣는 배곯은 청년이 기분은 어떨까요. 취직도 못하고 돈도 못 버는 데 밥 먹을 자격도 없다고 자책하면서 마음과 몸은 피폐해집니다. 기성세대가 아무 생각 없이 내뱉는 이런 말이 청년 세대를 자극하고 세대 간 갈등을 촉발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는 것을 빨리 깨달아야 합니다. 그들은 말합니다. 지금 청년 세대의 감수성을 너무 무시하고 있다고 말이죠.“


이상엽 청년명예시장은 이런 이야기들을 털어놓다 눈시울을 붉혔다. 흙밥 속 청년의 상황과 아픔을 공감하면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절망감을 느꼈기 때문이란다.


▲ 이상엽 청년명예시장, ˝청년 정책 수립시, 청년감수성도 고민하자˝ <사진 = 남상오 기자>


청년정책변화 필요, 청년이 자립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방향으로

정치와 정책 수립과정에 참여를 통한 당사자 정치 실현


청년에게 주어진 현실과 많은 문제를 일거에 해결할 방법은 없다고 그도 시인한다. 하지만 달라질 수 있게 하는 방법은 있다. 지금처럼 무작정 청년 정책이라고 이름만 붙이면 그것이 절실한 청년들에게 도움이 된다는 안이한 생각부터 버려야 한다고 말한다.


“우선 부모의 보호에서 벗어나 성인에 들어서는 시기부터 한 명의 사회인으로 자립할 수 있을 때까지를 청년이라고 규정해야 합니다. 우리 사회는 이런 청년들이 자립할 수 있게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그들은 미래고 희망이고 해결책이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청년을 일방적인 수혜의 대상이라고 생각하는 사고에서 벗어나야 합니다”라고 힘주어 말한다.


그는 청년정책의 변화를 줄곧 주장했다. 기존에 구습을 답습하는 과정에서 과감히 탈피해야만 한다. 쉽게 말해 보호하고 다듬어야 할 대상이 청년인 것은 맞지만 마냥 보호만 할 수 없는 존재가 또한 청년임을 명심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려면 이제는 우리가 청년 자립을 위한 관점에서 접근해야 하고 정책도 이것을 중심으로 새롭게 조명해야 한다.


올해 1월, 박원순 서울시장 청년청을 시장직속기구로 개편했다. 그동안 어디에서도 볼 수 없던 과감한 결단이자 시도였다. 청년 스스로 정책 결정하고 실행하도록 공간과 권한을 부여한 결정이었다. 마침내 3월에는 1000여명의 시민위원을 선발하고 정식 청년자치정부를 출범시켰다. 비로소 청년이 말뿐인 주인이 아니라 정책 수립 과정부터 집행까지, 모든 행위에 당사자로 참여할 수 있게 됐다. 혁신은 새로운 결정을 의미한다. 새로운 결정은 지금과는 다른 세계와 다른 미래를 펼쳐 보인다. 청년자치정부는 그동안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청년 정책의 진수를 보여주는 쾌거였다. 청년이 결정의 주체가 될 수 있는 길을 연 것이다.


청년자치정부 출범식에서 했던 박원순 시장의 선언은 이를 잘 대변했다. 박 시장은 “청년 세대가 겪는 시대는 우리 기성세대가 전혀 경험하지 못한 시대”라면서 “이처럼 새롭게 등장하는 사회 문제에 대한 답은 청년 당사들이야말로 가장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청년 자치정부 출범에 따른 권한 이양이 의미 있는 선택”이라고 자랑스러워했다.


이제 청년명예시장의 시선은 정책 개발과 더불어 청년들의 '당사자 정치'로 향하고 있다. 청년의 정치 참여는 수동적인 태도로 인해 벌어지는 많은 시행착오를 바로 잡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인지도 모른다. 당사자 정치의 실현이야말로 청년 정책의 궁극적 목적지다. 박 시장이 청년청을 개설하고 청년자치정부를 과감히 출범시킨 이유도 결국 청년이 정책에 참여해 결정하고 실행하는 당사자 정치의 실현에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과거 역사를 돌이켜볼 때 노동자, 여성, 그리고 인종적 소수자, 민족적 소수자는 정치 참여에서 배제되었으며 그들의 이익이나 권리는 적절하게 고려되지도, 보호되지도 못했다. 힘이 약하거나 소수라는 이유로 정책에서 배제된 사람은 보다 적극적인 노력을 통해 정치에 직접 참여하거나, 최소한 대의자라도 정책 결정에 동참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했다. 자신들의 이해를 정책에 반영하는 이런 적극적 행동이 바로 당사자 정치다.


이 청년명예시장과 청년청이 가리키는 방향은 결국 청년 '당사자 정치'의 실현 아닐까?


2부에서 계속됩니다.


남상오 기자 wisenam@usnpartner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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