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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9-08-19 10:29:23
  • 수정 2019-08-20 15:3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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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내일N 박효영 기자】 비가 많이 내리던 광복절에 노동당은 전국위원회를 열고 비상대책위원회를 출범시켰다. 1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중앙당사가 있는 건물 7층(전국공무원노동조합) 대회의실에서 노동당 6기 5차 전국위가 열렸다. 현린 노동당 문화예술위원장이 신임 비대위원장으로 추대됐다.


▲ 노동당 전국위원회에서 노동당가를 부르고 있는 당원들. <사진=박효영 기자>


이건수 비대위원(노동당 대변인)은 마이크를 잡고 “당도 어렵지만 나도 살아오면서 어려웠던 일이 많았다. 느낀 것이 좌절도 밑바닥이 있다. 가라앉다가 가라앉다가 결국 바닥이 있으면 떠오르더라. 아주 주관적인 생각이지만 그동안 민주노동당 때부터 바닥이 과연 어딘가 싶었다. 이대로 마지막이겠지 싶으면 또 가라앉고 그랬었는데 이번에는 정말 바닥이 온 것 같다”며 현재 상황을 압축해서 표현했다.


이어 “비록 당비 납부 당원들이 줄어들었지만 당원들이 1만1000명 정도 그대로 계시고 그분들이 이 당이 해야 할 역할이 있다고 생각해서 남아있다고 본다. 그분들이 특별히 말이 없다 해도 우리가 찾아내서 활동하는 것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지혜·용혜인 전 노동당 공동대표는 지난 1월 9기 대표단으로 선출됐지만 기본소득당으로 당명 개정을 밀어붙이다가 실패하자 대표직을 내려놓고 탈당했다.


9기 대표단(신지혜·용혜인·서태성·신민주)은 지난 7월15일 마지막 편지를 부치면서 “노동당의 대표단으로서 이어가고자 했던 혁신의 과정을 중단하고자 한다. 대표와 부대표의 자리 역시 내려놓고자 한다. 당대회에서의 결정을 가장 잘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대표단의 역할이고 조직된 노동자 운동을 중심으로 한 기존의 노동당의 전략을 가장 잘 수행할 수 있는 분들이 대표단의 역할을 이어가는 것이 당을 위해서 가장 좋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용 전 대표는 지난 12일 노동당 당원 게시판에 글을 쓰고 “10년간 정당 운동에 울타리가 되어준 노동당을 떠난다”며 “당의 전망과 나의 전망이 함께일 수 없다면 다른 형식을 통해 운동으로 만들어나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 시작은 기본소득당의 창당 운동이 될 것”이라고 탈당의 변을 남겼다.


이에 대해 이 비대위원은 “지난 지도부들은 진보신당 이후에 자기들이 원하는 방향 일종의 리더십이라고 생각할 텐데 그게 안 맞으면 당원들로부터 방향을 설정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설정한 방향으로 뛰다가 매번 당원들과 헤어지는 그런 경험들이 있었다”고 비평했다.


이어 “이제는 그러지 않고 앞으로는 다른 모습의 당을 이끌어가는 것에 힘을 보태도록 하겠다”고 공언했다.


▲ 현린 비대위원장을 포함한 5인의 비대위원들은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사진=박효영 기자>


비대위 구성원들은 하나같이 어려움 속에서도 극복할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던졌다.


현린 비대위원장은 “비상대책위원회. 비상한 상황을 자주 겪어왔으나 당 내외적으로 정말 비상한 시기”라며 “해방 정국에 인민위원회를 건설하던 때도 생각하고 있다. 지금 이 시기에 노동당이 그렇게 과제를 설정하지 않고 실천하지 않는다면 한국의 사회주의 운동 자체에 위기가 올 수 있다. 만약 우리가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있다면 사회주의 운동 전체에 큰 토대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어 “내년 총선 준비를 착실히 해가겠다. 차기 대표단 선출 과정을 준비하겠다. 그런데 현재 선거를 제대로 치르기 위해서라도 당의 분위기를 쇄신해서 당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논의하는 과정을 적극적으로 밟아야 한다. 그래야 지역이건 의제건 각 보궐 선거를 잘 치를 수 있을 것”이라며 “차기 대표단이 잘 활동해나갈 수 있도록 그 (준비) 역할을 충실히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현 비대위원장은 “오늘 폭우가 쏟아지고 있는 상황임에도 이 자리에 나와준 전국위원들이 희망의 시작점”이라며 “어느 시인이 절망은 불청객처럼 찾아오고 희망은 초대 손님처럼 찾아온다고 했다. 초대해야만 희망이 온다. 비가 오더라도 갈 길이 있는 새는 날아간다. 비대위지만 당이 다시 비상할 수 있도록 토대를 잘 쌓겠다”고 사기를 북돋는 말을 반복했다.


▲ 현 비대위원장(오른쪽)과 류성이 비대위원의 모습. <사진=박효영 기자>


이진숙 비대위원(서울시당 전국위원)도 “굉장히 이 자리가 낯설다. 늘 평당원으로서 내 역할과 소임을 다하겠다고 지역에서 열심히 해왔었는데 당이 점점 더 어려워지는 상황을 맞다 보니 이 자리에까지 오게 됐다.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서 당이 재도약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류성이 비대위원(서울시당 부위원장)은 “항상 말씀드리지만 당에 온지 얼마 되지 않아 어떻게 보면 고속 승진이고 개인적으로는 지정 생존자인데. 어쨌든 여기까지 왔으니까 기존에 하지 못 했던 이야기들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사람으로서 여태까지 당에 있었던 안 좋았던 부분들을 개선하고 당원 분위기를 예전과 달리 바꿔보고 싶다는 결심이 생겼다. 나 혼자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서 많이 도와주길 바라고 잔소리도 좀 많이 하겠다”고 발언했다.


차윤석 집행위원장(노동자정치행동 집행위원장)은 “민노당 때건 진보신당 때건 노동당 때건 힘들고 어려울 때 중앙으로 오는 것 같다. 최선을 다해서 밑거름이 되겠다”고 말했다.


비대위원들의 각오는 의미심장하고 결의에 차 있다. 이제 노동당은 위기를 넘어 도약할 수 있을까.


나도원 경기도당위원장(전 비대위원장)은 전국위 종료 직후 근처 카페에서 기자와 만나 “(비대위 기간은) 보통 3개월 정도 걸린다. 이번에는 아마 10월까지 활동하지 않을까 싶다”며 “(이번 사태와 관련) 전반적으로 당원들의 정서는 기본소득당으로 개정하는 것을 찬성하지 않는다. 근데 대의원들의 정서는 다르다. 이것이 바로 노동당의 문제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기본소득당으로 찬성하는 대의원들이 당원들의 뜻을 과대 대표한다. 그래서 당 활동을 하는 데에 추진력을 얻어갈 수 없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과반이 넘는 상당수 대의원들이 기본소득당에 찬성해서가 아니라 청년 지도부(30대 청년들로 구성된 9기 대표단 파도선본)와 활동가들을 지원하고 힘을 실어주는 취지였다. 그런데 지도부가 당원들의 뜻을 묻지 않고 대의원 조직표로 돌파해보겠다는 뜻으로 (당명 개정을) 시도해서 실패했다. 거기에 대해 그분들이 다른 방법들을 모색하다가 나가버린 것”이라고 꼬집었다.


▲ 나도원 경기도당위원장은 탈당한 파도선본을 비판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나 위원장에 따르면 "2년 전 실시한 여론조사에선 당명개정 자체에 대해 50:50 정도의 결과가 나왔다. 그런데 이번에 일부 당부들이 자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80% 이상이 기본소득당으로의 당명 개정을 반대했다."


나 위원장은 “당명을 바꿔야 한다는 (대의원들) 절반의 여론이 있는데 6년쯤(2013년 7월 진보신당에서 노동당으로 당명 개정) 됐으니 노동당으로 승부를 계속 걸어보는 것도 좋다는 당원들도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나 위원장은 “진보정당은 늘 그게 문제였는데 자기 때에서 성과를 보려고 하다가 도저히 힘들면 정리하자고 한다”며 3가지 사례를 들었다.


이를테면 “(2011년 진보신당 때) 노회찬·심상정 탈당이었는데 다음 선거 때 이래서 다 떨어질 것 같다고 했고 진보 정당이 재통합해야 하는데 국민참여당 같은 보수당이 들어오니 막아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그들이 국참당계와 손을 잡고 정의당을 만들었다. 두 번째는 40대 초중반의 유망했던 정치인들(나경채 전 대표 등)이 다른 곳으로 가셨다. 이번 지도부도 너무 조급했다. 그런 욕심이 너무 컸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나 위원장은 “요즘 근래에 탈당한 흐름을 보면 노동당 힘 빼기 그다음에 기본소득당 홍보 효과가 있는 것인데 겉보기에는 대표단이 다 나가서 규모가 큰 것 같은데 두 자릿수에 불과하다. 사회당계 중년들은 안 움직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번 대표단이 당명 개정 하나로만 몰다가 이렇게 배신해버리니까 골치 아프고 당의 시간을 다 뺏고 노동당을 결과적으로 고사시키게 됐는데 의도한 것이 아니더라도 언제 우리 당이 큰 계획 하에 총선을 치른 적이 있었나 싶다. 지역별로 준비된 총선을 치르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 노동당 당원들은 끝까지 당에 남아 있겠다는 결의를 보였다. <사진=박효영 기자>


노동당 당원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나 위원장은 “내가 우리 당에서 가장 당원들을 많이 만나본 사람들 중의 한 명인데 당대표 선거도 하고 직도 오래 했다”며 “당비를 내고 활동하지 않는 당원들이 있긴 있는데 그들의 심리는 진보신당이나 사회당 때부터 그 당을 후원한다는 개념으로 해왔다. 잘하겠지. 잘 됐으면 좋겠다는 그런 것들이 많다. 자기 생활이 바쁘기도 하고 당 생각하면 답답하긴 하지만 후원이라도 해야지 하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노동당은 당 분위기가 전혀 위계적이지 않고 오히려 백가쟁명식으로 당원들 모두 자기 주관이 강한 편이다.


나 위원장은 “진보신당 때부터 모든 당원이 당대표였다. 당대표를 무시하는 당원들도 많았다. 사회당은 사회 운동을 많이 해서 조직적인 것이 있었지만 상하 관계라기 보다는 브라더십이나 패밀리십이었다”며 “다른 원내 정당은 당권을 갖게 되면 당직자들도 본인과 친한 사람에게 여러 자리를 배치하지만 노동당과 같은 소수당은 나눠가질 게 없다. 당권을 맡게 되는 자리가 아니라 희생하는 자리지 나눠줄 게 없다”고 묘사했다.


앞서 살펴봤듯이 노동당은 현재 당을 해산하자는 목소리까지 나올 정도로 큰 위기를 맞고 있다.


나 위원장은 “물론 이번에 해산하자는 분들도 있었다. 당 해산안이 발의됐었다. 탈당도 있었고. 그러나 포기하라면 포기하라고 그랬다”면서 “(노동당의 존재 이유는) 책임감이다. (다 나가더라도) 나 혼자 남을 것이다. 어떻게 보면 고집스럽고 꽉 막힌 사람들 같지만 각자의 역사가 모여 큰 역사가 되고 책임감으로 뭉쳐있다. 끝까지 지킬 것이고 노동 운동이든 장애인 운동이든 그들과 같이하고 힘을 얻는 그런 관계이기 때문에 포기하지 않으려 한다”고 공언했다.


그런 의미에서 선거제도 개혁은 무척 중요하다. 지난해 노동당은 원내외 7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민중당·노동당·녹색당·미래당)이 선거제도 개혁 전선을 형성했을 때 동참했었다.


나 위원장은 “기존에 노동당이 고립적이고 독선적인 정치를 해왔다. 다른 사람들과 손을 안 잡으려고 하다가 결과적으로 고립됐다. 내가 비대위원장을 할 때부터라도 그걸 깨자. 힘을 모아보자고 설득하고 그랬다”며 동시에 “기득권 정당들의 구조를 깨려고 하는데 기득권 정당들이 동의를 안 해주면 아무것도 안 바뀐다. 선거제도를 바꾸기 위해 국민 참여 운동을 만들어야 할 것 같다”고 제안했다.


박효영 기자 edunalist@usnpartner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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