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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9-08-10 18:47:17
  • 수정 2019-08-12 09: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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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내일N 박효영 기자】 2020년 총선이 가까워져 오니 어김없이 정당들의 청년 마케팅이 넘쳐난다. 50대 이상 중년 남성으로 가득 찬 국회에서 청년 정치는 늘 주목받는 소재이지만 시혜적으로 소모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난 6일 정의당의 신임 청년 대변인으로 임명된 강민진 대변인은 본질적인 고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 대변인은 “청년 대변인을 맡게 돼서 청년을 어떻게 대변할 수 있을까. 그런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며 “기존에 워낙 청년 담론이 범람하고 있고 보수진영에서도 청념 담론을 많이 활용하는데 세대를 집단으로 호명하고 그런 세대의 틀로 세상을 분석하는 것이 자칫 잘못하면 현실을 왜곡하는 방향으로 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 강민진 청년 대변인과 오현주 대변인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박효영 기자>


8일 오전 국회에서 강 대변인과 오현주 정의당 대변인을 만나서 여러 이야기를 나눠봤다. 오 대변인은 유상진 대변인과 함께 5기 정의당 신임 지도부로서 심상정 대표의 부름을 받아 일하고 있다. 대변인직을 맡은 지 아직 한 달이 안 됐다.


강 대변인은 “청년 대변이란 게 결국 어떤 청년을 대변할 것이냐가 중요하다”며 “임명받던 날 인사말에서도 밝혔는데 기존에 청년 담론에서 배제돼왔던 사람들. 즉 청소년, 대학 진학하지 않는 청년들, 여성 성소수자, 수도권 대학이 아닌 지방 대학생들, 정규직 일자리가 아닌 곳에서 일하는 청년들에 정의당이 주목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20대~30대에 묶여 청년으로 분류되더라도 그 안에서 가장 취약한 위치에 있는 청년을 대변해야 한다는 것인데 강 대변인은 “국회의원 평균 연령 55세라고 하지만 그들이 실제로 우리나라 평균적인 50대 남성의 삶을 닮지도 않았다”며 “세대와 연령이 편향된 국회의 구성 문제가 중요하지만 어떻게 그 이상을 고려할 수 있을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강 대변인의 고민처럼 중년 남성으로 채워진 국회가 다양한 계층과 세대로 구성되는 것이 1차적인 문제이고 그 그룹 내에서 좀 더 취약한 대상을 정치적 주체로 상향시키는 문제는 그걸 넘어서는 2차적인 문제다.


▲ 오 대변인은 국회에서 여성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 할 수밖에 없는 것이 결국 국회 구성 문제에 있다고 말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오 대변인도 “여론 형성이 그런 것 같다”며 “40~50대가 관심 있는 이슈와 20~30대 관심 있는 이슈가 다르다. 국회가 일종의 고령층의 남성 위주로 편성돼 있다, 국회의원 구성이 국민 구성을 닮지 않았다. 국민은 다양하니까 다양한 목소리가 존재하지만, 국회는 (특정 계층이) 과도하게 대표돼 있다”고 호응했다.


그런 측면에서 정의당은 다른 정당들과 좀 다르다는 것이 강 대변인의 생각이다.


강 대변인은 “다른 당들은 청년 ‘부’대변인이라고 하는데 정의당은 그냥 청년 대변인으로 운영하고 있다. 청년을 중시하는 의지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기존에 정치권이 청년 정치인을 영입한다고 하면 청년 벤처기업 하는 사람들이라든지 일반적으로 사회에서 봤을 때 성공한 청년? 멘토를 해줄 수 있는 청년? 이런 청년들은 영입하는데 나는 그런 청년의 범위에서 벗어나 있는 사람이다. 청소년 인권 운동이라고 하는 우리 사회에서 비주류이자 소수자적인 운동을 해왔던 나에게 이런 역할을 맡겨준 것도 정의당의 다른 행보로 의미가 있다”고 풀어냈다.


오 대변인은 정의당이 엘리트 청년 정치의 전형을 벗어나고 있다는 점을 부각했다.


이를테면 “박예휘 부대표(심 대표와 함께 지도부로 선출)도 그렇고 전반적으로 당내 청년들이 예전에는 대학생위원회나 청년위원회가 서울 지역에 이름있는 대학 중심으로 정치가 이뤄져 왔다. 스카이(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등 학생위원회 엘리트 중심의 청년 정치가 부각돼왔다”는 것이고 “실제 활동하고 있는 청년들은 택배 상하차 알바를 하는 청년이나 대안학교를 나왔거나 그렇고 다양하다”는 설명이다.


오 대변인은 “진짜 사회 이면의 모습을 가지고 있는 청년들이 정치의 주체로 나가고 있다. 확실히 정의당의 분위기가 바뀌었다. 이정미 전 대표가 추진한 진보 정치 4.0 아카데미에 참가한 청년들도 고시원에 살고 있거나 평범한 직장 생활을 했거나 되게 다양하다”고 강조했다.


중년 엘리트 남성으로 과잉 대표된 국회의 피해를 보는 주체 중에는 청년도 있지만, 여성을 빼놓을 수 없다.


오 대변인은 “전반적으로 미투나 여성 관련 법안들이 커다란 국가적 이슈 앞에서 힘을 못 쓰고 있는 것 같고 특히 이번 국회가 (2018년 초중반 미투 이슈가 커졌음에도) 그런 부분에서 거의 역할을 못 하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다음 국회는 여성을 대표할 수 있는 구성이 돼야 한다. 선거제도 개혁이 설사 안 되더라도 다양한 연령대와 여성 대표성을 강화하는 것은 거스를 수 없는 과제”라고 주장했다.


▲ 강 대변인은 청소년의 정치적 권리와 취약한 청년들을 대변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사진=박효영 기자>


아래는 두 대변인과의 일문일답이다.


Q: 두 분 다 신임 대변인인데 일을 해보니까 어떤가?


강 대변인: 나는 상근직은 아니다. 일단 지금 적응 중이다. 아무래도 그전에는 청소년 참정권을 알리는 것이 목적이다 보니 단체 활동에 주력하면서 주로 발언자는 아니었고 사회자였다. 발언을 해도 어떤 경과보고 정도로만 이야기했다. 청소년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정론관에서 발언 요청하는 역할이었다. 이제는 당의 입장을 얘기해야 하는데 물론 예전에도 단체 입장을 얘기하는 포지션이었지만. 조금씩 대변인으로서 배워나가고 있다. 사회운동과 정당 정치는 다르니까. 자기 판단이 좀 더 들어가는 것 같다.


오 대변인: 당 대변인은 당의 목소리를 내는 건데 거기에 가장 많이 실려야 하는 것이 당대표의 의중이다. 당대표와 많이 소통하려고 노력한다. 굉장히 첨예한 문제는 당대표의 의중에 따라 통일성 있게 움직여야 한다. 법안 문제는 상임위원회에 있는 각 의원에게 물어본다. 정책적 구체성을 강조하려면 정책위원회 담당하는 분에게 물어본다. 어쨌든 진짜 문어발처럼 당의 곳곳에 촉수를 대고 있어야 할 것 같다. 당직자들이 더 잘 판단하는 것들이 있다. 누가 이 문제에서 전문가인지 물어보고 가장 잘 알고 있는 분의 목소리를 찾으려고 노력한다.


Q: 강 대변인은 요즘 초중고등학교 학교운영위원회(학운위)에 학생이 주체로 참여하는 문제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강 대변인: 올해 교육부 업무 계획에 초중고등학교 학생회 법제화와 학생이 학운위에 안건 제안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돼 있다. 이런 내용이 포함됐었는데 여영국 정의당 의원실에서 교육부에 구체적인 계획을 질의했더니 구체적 방식은 7월 중에 결정하겠다고 했다. 학운위 참여를 보장해야 학생회 법제화가 의미 있다고 했는데 그 보장 여부에 대해서는 답변이 없었고 학운위 참여 문제를 홍보하겠다는 수준이었다. 7월 지나갔는데 아직 교육부 방안이 발표된 것이 없다. 계획 중에 하나로만 넣었지 크게 의지가 없는 것 같다. 기존에 되고 있는 것들을 법에 끼워 넣는 것 이상으로 실질적인 참여가 이뤄지려면 학운위 참여가 중요하다. 이 이슈는 계속 가지고 가야 한다.


Q: 청소년의 정치적 권리 확대와 관련해서도 요구할 게 많을 것 같다.


강 대변인: 그동안 나는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에서 청소년 참정권을 위해 활동해왔다. 선거권 연령 하향을 중심으로 정당 가입이나 선거운동은 국가가 법으로 규제할 일이 아니라 정당들이 결정할 일이고 선거운동은 청소년이 온라인상에서 누구를 지지하는 것도 불법인 상황인데 이것은 기본적인 인권 문제라고 계속 얘기해왔다. 정의당에서도 이런 주장들이 당 차원으로 요구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선거운동에 대한) 연령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폐지가 안 된다면 선거권보다는 더 낮춰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게 이슈가 넘어가려면 (신속처리한건으로 지정된 선거권 연령 18세 하향 법안이) 통과가 돼야 할 텐데 사실 지금 정개특위(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 선거법을 논의하고 의결하는 특위) 상황도 좀 걱정된다. 더불어민주당이 어쨌든 자리를 가져갔으니까(사법개혁특별위원회와 정개특위 중 민주당이 정개특위 위원장 선택하고 한국당이 사개특위 위원장 맡게 됨) 완수를 하겠다는 믿음을 줘야 하는데 그런 믿음을 갖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금 일본 문제라든지 큰일들이 많아서 계속 관심에서 멀어지는 것 같아 걱정이다. 어쨌든 (정개특위 활동 기간이) 8월 말까지인데.


오 대변인: 홍콩에서 조슈아 웡(1996년 출생으로 18세 때인 2014년 우산 혁명으로 불리는 민주화 시위를 주도)만 봐도 우리나라는 (청소년의 정치적 권리에 대한 인식 차원에서) 너무 못 따라가고 있다.


강 대변인: (선거법상 출마할 수 있는) 피선거권 25세는 남자가 대학을 졸업하고 군대에 갔다 와서 정치한다는 것을 기준으로 도출된 것이다. 정치하려면 이 정도는 돼야 한다는 것인데 정말 바뀌어야 한다.


Q: 전체에서 여성 국회의원은 51명이고 17%에 불과하다. 오 대변인은 다른 민간 분야와 달리 국회만큼은 여성 할당제와 같은 것이 적용되어도 무방하다고 보는가?


오 대변인: 직능제(직업군별로 할당)나 이런 게 외국에는 있어서 그런 부분을 우리 국회에 도입하려면 좀 더 토론이 필요한 것 같다. 어쨌든 나는 헌법에 동수제가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딱 남녀 반반 이런 게 아니라 한쪽 성별이 50% 이상을 넘지 않는 것이 필요하고 그게 보장돼야 한다. 그다음에 정당 내에서 연령이나 다양한 직능을 고려한 정치 진입 장벽 낮추기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년 총선에서 정의당이 아무리 작은 정당이더라도 청년들을 실제로 권력을 행사하는 위치에 세우기 위한 노력을 제대로 하려고 생각하고 있다.


Q: 오 대변인은 본인 스스로 페미니스트로서의 정체성을 중시하는 거로 알고 있다. 그런데 헌법재판소가 낙태죄에 대해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리고 이정미 전 대표가 발의한 낙태죄 폐지 법안(임신 22주 5개월까지 중절이 가능/기존의 중절 사유 외에 사회경제적 사유 포함/임신 14주 3개월까지는 임부의 요청만으로 다른 조건 없이 중절 가능)에 대해 여성계에서 비판적인 것 같다.


오 대변인: 나는 그 당시에 발의된 법안이 이전 시기였으면 문제없는데 헌법 불합치 결정 난 뒤에 발의됐기에 달라진 상황을 반영하지 못한 것이다. 그래서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나는 당 내외적으로 그 법안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려고 행동했던 사람이다. 또한, 중절을 허용하는 제도 설계를 위해 적극적으로 20대 여성의 목소리를 들으려고 노력하고 활동했었다. 물론 그 당시 발의된 폐지 법안이 통과될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면 괜찮다고 생각하긴 한다. 지금 국회의 지형에서 낙태죄 폐지 법안을 통과시키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정의당이 약간 판단이 부족했다고 생각한다.


Q: 일본의 수출 규제로 우리 기업들이 어려움에 처해서 규제 완화를 통해 특혜를 줘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지만, 정의당은 비판적일 것 같다.


오 대변인: 사실 규제 완화 문제는 지금 뭐 다른 분위기 때문인지 계속 발언을 많이 했고 내용을 다변화해서 논평으로 주장했는데 언론에서 잘 안 다뤄지고 있다. 일본의 수출 규제로 기업들이 불이익을 당하는 것에 국민들이 열심히 해서 일본 이기자는 것이 핵심인데 그렇게 이기는 것(마침 대기업 좋아지라고 규제 완화를 해주는 것이)이 진짜 이기는 것인가? 약간 전반적으로 사람들도 아직 (규제 완화로 인한 부작용) 그런 쪽에 관심을 안 갖고 있다.


Q: 이번에 정의당이 일본에 대응하는 한 방법으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파기를 주장했다. 과거에도 그랬듯이 큰 정당을 들썩이게 할 만큼 예상치 못 한 카드를 제시해서 존재감을 발휘하는 것 같다. 과거 인사청문회 데스노트도 마찬가지인 것 같고.


오 대변인: 사실 데스노트를 처음 시작한 것은 심 대표다. 심 대표가 지난번 당대표를 할 때 문재인 정부의 1기 내각 인선 마지막 즈음이었다. 그때 논의할 때 갑론을박이 많았는데 어쨌든 전통적인 진보의 시각보다 국민의 눈높이로 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국민의 눈높이에 맞게 인사 검증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고 그랬다. 당원들이나 심 대표도 그렇고 지금은 작은 정당이지만 더 이상우리는 작은 정당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집권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는 차원에서 의제 대응을 하고 있기 때문에 전통적으로 진보가 취약한 안보 이슈나 이런 것들에 대해서 확실한 우리의 목소리를 내려고 노력하고 있다.


Q: 이번에 당직 선거 결과를 보니 정의당에서 심 대표의 영향력은 엄청난 것 같다.


오 대변인: 다들 심 대표가 당대표를 많이 했다고 생각한다. (2015년에 이어) 딱 두 번째다. 워낙 존재감이 있는 것 같다. 사실 그때마다 되게 파격적인 인사를 하거나 파격적인 행보를 보였고 당장의 지지율에 연연하지 않고 굉장히 장기적인 안목에서 견인 시켜 가는 그런 스타일의 리더라고 생각한다. 심 대표 체제를 한 달 가지고 평가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 우리 사회의 문제나 당 문화 혁신을 하려고 하는 이런 부분을 나는 높게 평가한다. 반드시 큰 변화를 만들 수 있다고 본다. 정확하게 심 대표 체제를 평가하려면 총선 끝나고 결과를 받아보면 알 것이다.


박효영 기자 edunalist@usnpartner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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