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 기사등록 2019-07-22 21:45:16
  • 수정 2019-08-09 15:23:16
기사수정

【미디어내일N 박효영 기자】 한종선 대표(형제복지원 피해생존자 모임)는 거침이 없었다. 무엇보다 자유한국당에 대한 나름의 분석 틀을 가지고 있었다.


한 대표는 22일 오후 국회 정문 앞 농성장에서 기자와 만나 “(한국당이 무조건 법안 통과를 저지해야) 민생 법안도 다 막힘으로 인해서 문재인 정권이 촛불 정부라고 하더라도 일 못 하는 정권이 아니냐. 이제 우리한테 다 맡겨라. 근데 이게 쌍팔년도 방식이라 이제 국민들이 그 정도는 알고 있다. 다만 문재인이 싫어서 그냥 찍을 사람이 없어서 기권표를 던지거나 이런 사람들이 많아질 뿐이지. 이제 그런 꼼수는 다 알고 있다”고 비판했다.


▲ 한종선 대표는 8년 동안 형제복지원 사건 진상규명을 위해 국회에서 투쟁해왔다. <사진=박효영 기자>


지난 6월 25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소위에서 과거사법(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에 대한 의결이 완료됐지만 한국당은 행안위 안건조정 절차에 회부했다. 최장 90일까지 지연시킬 수 있게 된 것이다. 여상규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 역시 한국당 소속이라 얼마든지 법안 통과를 저지할 수 있다.


그럼에도 한 대표는 “일단 법안소위 통과된 것은 형제복지원뿐만이 아니라 모든 사건에 대한 9년간의 노력 끝에 통과가 된 것이다. 전체적인 뜻에서 너무 좋았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한국당이 빠진 상태에서 통과된 거라서 이건 분명히 뒷다리 잡힌다. 이런 불안 심리가 너무 크다”고 밝혔다.


국회 앞에서 형제복지원 사건 진상규명을 외친지도 8년이 흘렀다.


한 대표는 “2012년 국회 앞에서 처음 피케팅을 시작했다. 그러면서 전규찬 교수(한국예술종합학교)를 만나서 <살아남은 아이>라는 책을 쓰면서 그 책이 좀 팔리면서 진선미 의원(현 여성가족부 장관)이 내가 직접 쓴 그 원고를 읽었다. 그래서 특별법이 만들어졌고 대책위가 꾸려졌고 피해 생존자 모임이 만들어졌다. 그렇게 8년이 지났는데 처음에 1인 시위를 하고, 삭발식도 하고, 연좌 농성도 하고, 단식 농성도 하고 또다시 지금 이렇게 노숙 농성을 하고 있다”고 풀어냈다.


노숙 농성도 22일 기준 623일째다.


19대 국회 당시에는 형제복지원 특별법이 법사위까지 올라갔지만 한국당(새누리당)이 개별 사건에 대한 특별법을 통과시켜주면 다른 유사한 사건들도 난립할 수 있다는 이유로 움직이지 않으면서 끝내 좌초됐다.


한 대표는 “형제복지원 사건 이게 하나의 특별법으로 되면 선감학원(일제강점기 총독부에 의해 설립되어 전두환 정권 때까지 유지된 소년 수용소) 등 36개 시설에 대한 모든 것들이 하나하나 개별화되어 특별법으로 나오면 어떻게 되냐. (한국당은) 그래서 안 된다는 것”이라며 “그래서 20대 국회에서 (모든 사건을) 과거사법으로 다 묶어놨다. 그런데 지금은 너무 많아서 안 된다고 한다.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자기들이 하기 싫으면 그냥 빠지면 된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2002년 과거사정리법 한국당이 통과시켰던 것에 대해 기간만 연장해서 인재근 법안(행안위원장 인재근 의원이 배 보상 문제를 빼고 최소한의 내용만 넣어 발의)으로 올렸는데 그것도 반대한다”고 꼬집었다.


그러므로 한 대표는 “이제 한국당의 논리는 8년이란 시간 동안 알게 된 거다. 더는 사탕발림으로 해봐야 이제 통하지 않는다. 당신들이 진짜 통과시켜주겠다고 한다면 진짜 통과되고 나면 우리는 철거하겠다. 본회의에서 통과돼야 6개월 이내 진상조사위원회가 꾸려진다. 그동안 우리는 철수해주겠다는 거다. 나는 그런 날이 온다고 본다”고 내다봤다.


한 대표는 한국당이 반대하는 좀 더 근본적인 배경에 대해 과거 전신 정당과 자신들의 지도자에 대한 비난 가능성으로 연결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서라고 가늠했다.


이를테면 “이게 까발려지면 자기 정당이 인기가 많이 떨어진다는 이런 의식 때문에 막는 것”이라며 “6.25 전쟁 민간인 학살 유족들에 대한 보상 부분이 너무 크다. 그러다 보니 그걸 핑계 삼아 이야기를 던지는데. 전체적으로 봤을 때는 6.25 전쟁 당시 군인들이 자국민을 상대로 학살했었던 부분이 드러나게 되면 한국당에서 떠받들고 있는 그런 군인들 국가의 수반 이런 사람들이 욕을 먹게 돼 있다. 결과적으로. 그러다 보니까 그걸 보호하려고 어떻게든 미루고 있다. 난 그렇게 보여진다”고 말했다.


결국 돈 문제로 끌고 가는 것에 대해서는 “배 보상은 솔직히 별거 아니다. 우리나라가 한 해 예산이 480조원인데 한국에 있는 모든 과거사 피해자에게 들어가는 배 보상 비용은 1.5% 이내일 것이라고 본다. 그게 돈이 많이 들어간다? 그것은 어불성설이다. 사람이 가장 추하게 만들어지는 것은 다 돈 때문이다. 아무리 깨끗한 사람도 돈으로 낙인찍어 버리면 쓰러져 떨어지듯이 돈으로 피해 보상 어쩌고저쩌고 해버리면 유족들은 돈 때문에 저런다는 인식이 생기는 프레임”이라고 반박했다.


한 대표는 한국당을 미워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충분하지만 계속 설득할 예정이다.


그 이유는 “지금까지 활동하면서 진정성 있는 말이 진정성 있는 답을 이끌어내는 것을 보고 느꼈다. 효과가 있다. 내가 가식적으로 접근했을 때는 그쪽도 내게 가식적으로 나온다. 그렇기 때문에 진정성있는 이야기가 될 수 있도록 계속 노크를 할 것”이기 때문이다.


▲ 찜통 더위가 지속되는 7월말 날씨에 한 대표는 미니 선풍기 하나로 버텨내고 있다. <사진=박효영 기자>


한 대표는 작년 11월 27일 다른 피해자들과 문무일 전 검찰총장을 만났다. 문 전 총장은 피해자들의 아픔에 공감했고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한 대표는 “문 전 총장이 눈물의 사과를 하고 그다음 비상 상고까지 올린 것은 할 일을 한 거다. 올리면 뭐 하는가. 검찰 입장에서 공을 (사법부에) 넘겼으면 그 공 너희들 가지고 있으라고 준 것 아니다. 그 공을 빨리 어떻게 진행시키라는 (사법부나 실무팀에 대한) 압박이 전혀 없었다. 그래서 그때 눈물의 사과를 했을 때 사진을 자세히 보면 내가 너무 얼토당토않아서 문 총장을 약간 째려봤다. 그때 내가 마이크를 받아서 지금 문 총장이 흘린 눈물의 의미를 전혀 모르겠다. 그 눈물의 의미가 진정성이 있으려면 후속 대책을 조속히 해달라고 했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 민갑룡 경찰청장, 김명수 대법원장 등 형제복지원 사건에서 국가 폭력의 주체였던 조직의 수장들과 향후 접촉면을 늘려갈 예정인데 한 대표는 “무작정 달려가서 화끈하게 뭔가를 하는 것은 전혀 생각한 적 없다. 약속 잡고 정공법으로 절차대로 진행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왜냐면 부랑인이라는 이미지가 덧씌워진 것을 떼지 않고서는 우리가 무엇을 해도 부랑인 이미지로만 간다면 잘못된 거다. 그래서 우리는 더더욱 신사적인 방법으로 정공법을 택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박효영 기자 edunalist@usnpartners.com


Copyright ⓒ 미디어 내일엔 & www.nextmedia.co.kr 무단 복제 및 전재 – 재배포 금지


*독자 여러분의 광고 클릭이 본지와 같은 작은 언론사에는 큰 힘이 되며 좋은 기사 작성에 밑거름이 됩니다. 고맙습니다.

관련기사
TAG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medianext.co.kr/news/view.php?idx=2870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기사 작성의 동영상 등록에 동영상 소스를 넣어주세요.

많이본 뉴스
게시물이 없습니다.
오늘의 뉴스더보기
게시물이 없습니다.
HOT NEWS더보기
게시물이 없습니다.
내일N HOT 뉴스더보기
게시물이 없습니다.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