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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9-07-13 00:14:53
  • 수정 2019-08-08 15: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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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빅보카` `일취월장` `완벽한 공부법` `부모공부` 등의 저자인 신영준 씨(필명·신영준 박사)관련 보도. <사진=MBC 뉴스>



【미디어내일N 이설아 기자】 페이스북에 '졸꾸의 신'이라는 그룹이 탄생했다. 지난 6월 19일에 만들어진 채 한 달밖에 안 된 신생 그룹이지만, 벌써 멤버 수가 2300명을 훌쩍 넘는 등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졸꾸는 '졸라 꾸준히'의 약어다. '빅보카' '일취월장' '완벽한 공부법' '부모공부' 등 다수의 베스트셀러를 써낸 작가이자 스타트업 '체인지 그라운드'의 의장인 신영준 씨(필명·신영준 박사)가 탄생시킨 말로 목표 달성을 위해 매일 꾸준히 노력해야 함을 나타낸다. 하지만 해당 그룹명은 이러한 문자적 의미의 졸꾸를 의미하지 않고, 졸꾸란 단어를 탄생시킨 신 씨를 우회적으로 비판하기 위해 지어졌다. 즉 졸꾸의 신은 신 씨에 대한 일종의 대항적 커뮤니티인 것이다.


‘졸꾸의 신’은 지난 5월 발생한 일명 '넷드링킹(Net-drinking)' 사건을 배경으로 탄생했다. 체인지 그라운드를 통해 서적 마케팅 업을 하던 신 씨는 홍춘옥 씨가 쓴 ‘50대 사건으로 보는 돈의 역사’를 출간하면서 기획 단계부터 참여했고 책의 홍보까지 맡았다. 그러다 홍 씨가 출간 기념으로 자신의 저서 40권을 가까운 지인들에게 선물한 일을 두고 "택배비도 못 건질 정도로 책의 판매에 전혀 기여하지 못했다“고 비난하고 나섰다. 신 씨는 저자가 책을 배포한 행위를 넷드링킹이라고 지칭하며 규탄하면서 논란이 커지기 시작했다. ‘넷드링킹’이란 인터넷상 모여 술자리를 같이한다는 의미로 현실에는 아무 도움이 안 되는 무쓸모한 행위를 말한다.


이에 홍춘옥 씨의 지인들도 즉각 반발했다. 급기야 신 씨와 홍 씨의 지인들은 SNS를 통해 상호 대립을 시작했다. 약 한 달 동안 설왕설래가 지속되던 중 저자의 책을 선물 받은 사람들과 두루 절친했던 감동근 아주대학교 교수가 신 씨의 무례와 저술에 의문을 던지면서 일이 커지기 시작했다. 감 교수는 신 씨가 집필했던 다수의 책이 맥락 없이 소스를 나열한 ‘공허한’ 책이라고 언급하며 신 씨의 베스트셀러 집필 경력에 의문을 제기했다.


신 씨도 감 교수를 비판했다. 자신이 운영하였던 유튜브 채널을 통해 감 교수가 써낸 책들 또한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특히, 감 교수가 저서에서 “IBM에서 인공지능 '왓슨(Watson)'을 개발했다”라고 적은 것은 순전 허위사실이라고 반격했다. 이에 감 교수는 “왓슨의 직접적 개발이 아닌 입출력 처리시스템에 개발에 관여했다고 밝히고 신 씨의 비판을 수용했다. 그러면서 책 판매 및 강연, 방송 수익을 모두 기부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설전이 일단락되는 듯했다.


하지만 신 씨는 감 교수에 대한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평소 언론 및 학계의 표절 문제에 대해 날 선 비판을 해왔던 감 교수가 과연 그럴 자격이 있느냐는 추궁이었다. 한쪽이 공론장에서 퇴장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신 씨가 '졸꾸러기(신 씨가 졸꾸 정신을 좇는 자신의 추종자들을 일컫는 말)'들을 통해 감 교수에 대한 비난을 계속하자 이번에 거꾸로 '넷드링커(넷드링킹 하였다고 비난받은 저자의 지인들이 자신들을 자조적으로 일컫는 말)'들과 사건을 새롭게 접한 일반인들이 신 씨를 규탄하기 시작했다.


졸꾸의 신도 이때 만들어지고 활동을 시작했다. 새로운 커뮤니티가 형성되자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사실이 속속 밝혀졌다. 기존에 신 씨가 집필했다고 알려진 책들이 유명 저서들의 내용을 그대로 옮겨 '짜깁기'했다는 사실도 이때 드러났다. 어떤 책은 전체의 절반 가까이에 이르는 분량이 짜깁기된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줬다. 게다가 신 씨가 대한민국의 문해력 향상을 위해 자비를 들여 운영한다던 서평 단체들도 자신이 관여한 책들을 베스트셀러로 올리기 위해 만든 작업 조직의 일부였음이 발각됐다. 하지만 신 씨는 이러한 서평 단체 활동을 공익을 위한 것이라고 선전하면서 청년 멘토를 자처해왔다. 수많은 젊은이가 그를 멘토로 여겨 따르기 시작했고 마케팅 도구로 이용되기도 했다.


짜깁기 논란은 외면한 채 신 씨와 여러 책을 공저한 고영성 작가는 지금도 자신들이 책의 출처를 모두 밝혔으며, 마케팅 채널 또한 합법적으로 운영한 것이기 때문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졸꾸의 신’은 이들을 비판하고 있다. 특히 절박한 처지의 청년들을 속여 자신들의 사업에 동원한 것은 사회적으로 큰 병폐라고 지적하면서 집단 지성을 이용해 신 씨의 행위가 왜 문제가 되는지 지속해서 알려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현재도 신 씨 저서와 원전들을 비교해 짜깁기의 내용을 하나하나 밝혀내고 있으며, 어용 서평 단체를 동원해 출판계를 교란해왔던 신 씨의 마케팅 채널 구조들을 파악하는 등 지속적해서 ‘넷드링킹’ 중에 있다. 이들의 입장은 주요 일간지 및 지상파 방송 등을 통해 알려지며 사회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설아 기자 seolla@usnpartner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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