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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9-05-28 19:34:36
  • 수정 2019-08-31 22:3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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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년 5월 29일. 광화문 노제 <사진 = 노무현 재단>


【미디어 내일N 남상오 기자】2009년 5월 23일 노무현 대통령 서거


2009년 5월 29일 영결식까지 500만의 추모객이 전국 150여 곳에 설치된 분향소에서 조문했다. 국민장으로 치러졌지만, 당시 이명박 정권은 추모 행렬이 촛불 시위로 전환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서인지 덕수궁 대한문 일대와 서울 광장을 경찰버스로 빙 둘러 시민들의 조문을 방해했다.


▲ 대한문광장을 둘러싼 경찰버스


2009년 5월 29일 서울광장에서 수십만 인파가 운집한 가운데 노제가 열렸다. 광장에 퍼진 ‘사람 사는 세상’이라는 한마디에 참석자들은 참았던 눈물을 쏟아내며 대통령의 운구를 따랐다.


2019년 5월 23일, 노무현 대통령 서거 10주기 ‘십 년이면 강산도 변한다’


1988년 5공 청문회를 봤던 세대, 1990년대 ‘이의 있습니다’를 들었던 세대, ‘우리 아이들은 결코 불의와 타협하지 않아도 성공할 수 있다’라는 말에 열광했던 세대, 2000년 ‘사람 사는 세상’에 공감했던 세대뿐만 아니라, 그들의 아이들까지 부모의 손을 잡고 봉하 마을을 찾았다.


‘노무현’을 기리기 위해 모여들었다.

▲ 파주에서 온 루시아님은 스케치북에 노 대통령에 대한 그림움을 그리고 있다. <사진 = 남상오 기자>


파주에서 온 루시아(여, 70) 님은 “70 평생에 그리운 사람은 노무현 대통령이 처음이었다”며 연신 스케치북에 노무현 대통령의 흔적을 담아내고 있었다.


▲ 봉하산..... <사진 = 남상오 기자>


추모객들은 참배 후 봉하산 등산로를 따라 부엉이 바위, 정토원 코스를 오르기도 했다. 봉하산 등산로를 오르던 추모객들은 저마다 기억하는 노 대통령을 소환했다.


산책로 쉼터에서 한 아버지가 중학생쯤 돼 보이는 아들에게 “노무현 대통령의 말씀 중 가장 유명한 말이 무엇인지 아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아이는 “아빠 내도 알아, 이의 있습니다”라고 한 손을 번쩍 들고 외쳤다. 그러자 산책로 쉼터는 이내 웃음바다로 변했다.


또 다른 벤치에서는 제142회 임시국회 대정부 질의에 나선 노무현 대통령의 격정적인 연설이 흘러나왔다.


“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사회는 더불어 사는 사람 모두가 먹는 것, 입는 것, 이런 걱정 좀 안 하고 더럽고, 아니꼬운 꼬락서니 좀 안 보고 그래서 하루하루가 좀 신명나게 이어지는 그런 세상이라고 생각합니다. 만일 이런 세상이 좀 지나친 욕심이라면 적어도 살기가 힘이 들어서 아니면 분하고 서러워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그런 일은 좀 없는 세상, 이런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노동자와 농민이 다 함께 잘 살게 되고 임금의 격차가 줄어들어서 굳이 일류대학을 나오지 않는다고 할지라도, 그리고 높은 자리에 안 올라가도 사람 대접 받을 수 있는 그런 세상이 되면...”


▲ 봉하산 등산로 계단에 걸터 앉아 노무현 대통령 묘역을 보고 있는 추모객들. <사진 = 남상오 기자>


추모객들은 저마다 가슴에 담아둔 기억을 꺼내며, 노 대통령의 ‘사람 사는 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냈다. 그러면서 그들은 자연스럽게 ‘깨어있는 시민’으로 거듭나고 있는 듯했다.


오전 11시. 노무현 재단에서는 추모객을 위해 점심을 나눠 줬다. 김치, 어묵볶음, 멸치 등 3찬과 함께 딸려온 된장 국밥. 그리고 수박 한 조각. 호사스러운 식사는 아니지만, 봉하 장터에 펼쳐진 몽골 텐트 안에서는 또 다른 이야기꽃들이 피어났다.


A모 씨(70대, 남)는 자리에 같이 있던 분들에게 노무현 재단 역사와 봉하 마을을 활보하던 노 대통령의 생전 모습을 설명했다.

▲ 수천 수만의 추모객이 노무현 대통령을 추모하고 있다. <사진 = 남상오 기자>


오후 2시, 노무현 대통령 서거 10주기 추도식이 거행됐다. 이 만여명 시민과 권양숙 여사, 김정숙 여사, 조지 워커 부시 전 미국 대통령, 문희상 국회의장, 이낙연 국무총리,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과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이정미 정의당 대표 및 노무현 재단 임원들이 함께 했다.


노 전 대통령의 아들 노건호(47)씨는 유족대표로 단상에 올라 추도식에 참석한 내외빈을 비롯한 시민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특히, 부시 전 대통령에게는 “돌아가신 아버님께선 항상 부시 대통령의 지적능력과 전략적 판단에 대해 감탄하셨다”며 “짚어야 할 것은 반드시 짚으면서 전략적 사안의 핵심을 놓치는 법이 없는 지도자였다”고 경탄했던 일화를 소개하며 멀리서 온 귀빈을 진심으로 환영했다.

▲ 故 노무현 대통령의 아들 노건호님의 유족대표 인사.<사진 = 남상오 기자>


노건호 씨는 이어진 인사말에서 “'깨어있는 시민' 그리고 그들의 '조직된 힘'에 대한 믿음은 고인께서 정치를 포기하지 않도록 하는 신조였다”며 “한국은 이제 최고의 모범 민주주의 국가가 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의 깨어있는 시민들은 이제 한반도를 평화로 이끌고, 다양한 아시아 사회를 포용하며 깨워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부시 前 대통령도 추도사에서 “미국은 모든 한국인이 평화롭게 거주하고 인간의 존엄성이 존중되며 민주주의가 확산되고 모두를 위한 기본권과 자유가 보장되는 통일 한국의 꿈을 지지한다”며, “우리는 물론 의견의 차이는 갖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러한 차이점들은 한미동맹에 대한 중요성, 그리고 그 공유된 가치보다 우선하는 차이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어 “훌륭한 업적과 성과에도 불구하고 노 대통령에게 정말 중요했던 것은 그의 가치, 가족, 국가, 그리고 공동체였다”며 "노무현 대통령 서거 10주기를 기리는 이 자리에 함께하게 되어 진심으로 영광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추도사를 마쳤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노무현 대통령의 정치가 국민통합의 여정’이었음을 강조하며 추도사를 시작했다.


문 의장은 “우리는 지난 10년을 통해 잠시 멈출 수는 있어도 결국 ‘역사는 진보한다’는 명제가 참이라는 것을 증명할 수 있었다”며 “노무현 대통령의 꿈이었던 ‘평화와 번영의 동북아시대’ ‘국민과 함께하는 민주주의’ ‘더불어 사는 균형발전 사회’ 등의 실현을 약속한다”고 다짐했다. 그러면서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사람 사는 세상’을 향해 포기하지 않는 강물처럼 가야 한다”고 말했다.


▲ 이낙연 국무총리, ˝앞으로도 노 대통령을 기억하며, 항상 깨어있는 시민이 되겠다˝ <사진 = 남상오 기자>


이낙연 국무총리도 추도사를 통해 “대통령님의 생애는 도전으로 점철됐다”며 “특히 지역주의를 비롯한 강고한 기성질서에 우직하고 장렬하게 도전해 ‘바보 노무현’으로 불렸다”고 회상했다.


이어 “대통령님은 존재만으로도 평범한 사람들의 희망이었고 보통 사람들의 꿈이었다”며 “‘사람 사는 세상’을 구현하려는 대통령님의 의지가 사람들이 대통령을 마치 연인이나, 친구처럼 사랑하게 했다”고 말했다.


이 총리는 끝으로 지역주의 완화, 촛불혁명 등을 예로 들며, “노무현 대통령은 우리 시민들을 ‘깨어있는 시민’으로 만드셨다”며 “앞으로도 노 대통령을 기억하며, 항상 깨어있는 시민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지난 몇 년간 노무현 전 대통령이 기일인 5월 23일에는 국정농단 관련 재판이 열리는 우연이 연출되기도 했다.


2017년 5월 23일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국정농단사건’ 서울중앙지방법원 재판정에 첫 번째 출석 했다.


꼭 일 년 뒤인 2018년 5월 23일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 역시 ‘뇌물수수, 횡령 등의 혐의로 서울중앙지방법원 재판정에 영어의 몸으로 첫 출석 했다.


2019년 5월 23일은 노무현 대통령이 우리 곁을 떠난 지 꼭 10년 되는 날이다. 노무현 대통령 퇴임 후, 지난 10년간 멈췄던 민주진보세력의 시간이 문재인 대통령 집권 후 다시 흘러가고 있다.


지금도 그의 사자후가 들리는 듯하다.


“다른 생각과 이해관계를 인정하고 방임하는 수준을 넘어서, 서로 다름을 존중하고 대화와 타협을 통하여 다름을 상호 수용하여 이를 공동체의 가치와 이해관계로 통합할 줄 아는 사고와 행동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노무현 ! 당신을 잊지 않겠습니다-


▲ 노무현 ! 당신을 잊지 않겠습니다. <사진 = 남상오 기자>


남상오 기자 wisenam@usnpartner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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