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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9-05-27 21:13:06
  • 수정 2019-08-12 12:0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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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광화문 장외 집회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정승호 기자>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정치에 입문하자마자 제1야당의 대표가 되었다. 정계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전직 재선 서울시장과 현직 재선 국회의원도 상대가 되지 못했다. 박근혜 정부의 법무부 장관과 국무총리라는 후광에, 공안검사 출신으로 통합진보당을 해산한 공로를 한국당 지지층은 높이 평가했다.

하지만 황 대표는 그에 앞서 개신교(침례교) 전도사라는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그는 사법연수원생 신분일 때 야간 신학대학원을 다녔고, 가는 곳곳마다 신우회를 조직했으며, 밤에는 성경교재를 만들 정도로 강성 개신교인이다.

이러한 황 대표가 총리에 취임했을 때부터 보수 성향의 개신교인들은 성경 속 인물인 요셉과 다니엘에 비견하곤 했다. 이 둘은 개신교인들의 신앙적 롤모델이자 성경 속에서 강대국의 총리를 맡아 나라를 위기에서 구해내고 선정을 펼친 것으로 묘사된다.

이 두 성경 속 총리는 개신교 신앙에서의 구원자인 예수 그리스도의 전조이자 상징으로 묘사되기도 한다. 한국당 지지층의 상당수를 구성하는 보수 개신교인들이 황 대표를 종교적인 의미에서든 현실 보수 정치에서든 구원자로 여길 만한 이유다.

실제로 탄핵 이후 갈피를 잡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던 자유한국당은 황 대표의 취임 이후 지지율이 상승했고 4월 재보선에서도 선전했다. 이 과정에서 지지층 일부의 기대감뿐 아니라, 황 대표 역시 자신을 한국 보수층의 구원자로 인식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

황 대표는 3주간의 민생투쟁 대장정을 마치면서 그 소회를 페이스북 개인 계정(26)과 당 대표 기자회견문(27)을 통해 밝혔다. 황 대표의 공식적인 입장을 다룬 두 글에서는 서로 미묘한 차이가 발견된다.

페이스북 개인 계정에 올린 글에서 그는 민생현장을 두고 지옥과 같았다고 묘사하고, 시민들이 살려 달라절규한 것으로 묘사했다. 다음날 기자회견문에는 이런 표현이 빠져 있다. 민생현장에 대한 야당의 진단이 부정적일 수는 있으나, ‘지옥이라는 표현은 정계에서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단어가 아니다.

황 대표는 26일 올린 글에서 우리는 지옥을 밟고 있다고 재차 강조한다. 개신교 교리에서 지옥에서 사람들을 구원해줄 구원자가 신인데, 전도사인 자신을 신의 대리인 격으로 인식하고 살려 달라고 절규하는 시민들을 구해 내겠다는 인식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실제 더불어민주당은 이해식 대변인 논평을 통해 국가와 국민을 지옥으로 몰아넣고 십자형 레드카펫에서 메시아(구원자)를 자처하는 희비극을 보여주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는 제1야당의 대표로서 쓸 수 있는 말이라기보다는, 개신교 전도사로서의 개인적 특징이 강렬하게 반영된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개인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올린 글이라는 점도 이러한 추측을 뒷받침한다. 실제로 당의 공식적인 의사결정을 통해 작성되는 당 대표 기자회견문에서 황 대표 개인이 두 차례나 강조해서 적은 지옥이라는 표현은 등장하지 않는다.

황 대표는 실제 민생대장정 현장에서 제1야당의 대표라기보다는 개신교 전도사로서의 정체성이 더 강하게 드러난 언행을 드러낸 바 있다. 부처님오신날 법요식에서 불교 의식을 거부함으로써 조계종의 공식 유감 표명을 받고도 황 대표는 일체의 사과를 하지 않았다.

동성애에 대해서 반대한다는 표현은 개인적이라는 전제를 달았지만, 이어 정치적 입장에서도 동성애는 우리가 받아들여서는 안된다고 분명하게 표명했다. 개인적인 반대를 넘어 우리로 지칭된 보수 세력 내지는 한국당에게도 동성애 반대를 주문한 것이다. 개신교(장로교) 장로였던 이명박 전 대통령은 종교 편향 논란에 휩싸이자 아내에게 불교식 법명을 받게 하는 등의 조치를 취한 바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의 언행을 종합해 보면 황 대표는 제1야당 대표로서 전도사 사역을 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은 기자회견문에서는 지옥등을 삭제하면서 이러한 황 대표의 특성을 누르려고 시도할 것이다.

하지만 황 대표 스스로가 과연 전도사로서의 개인 특성을 포기할 수 있을 것인지, 포기한다면 어느 정도의 수준이 될 것인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당과 당 지지층은 황 대표를 전도사로서가 아닌 제1야당의 대표로서 뽑은 것이기에, 황 대표의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조금씩 높아질 것이다.

일단 불교 예법 거부 논란에 대해서 황 대표는 24일 취재진을 만난 자리에서 내 신앙이 귀하면 다른 종교도 귀하다는 생각이라며 다른 종교를 폄훼하거나 그분들을 가볍게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힌 바 있다. 향후 황 대표의 대응이 주목된다.


정국진 기자 kukjin.jeong@usnpartner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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