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 기사등록 2019-05-08 19:43:26
  • 수정 2019-08-12 12:08:10
기사수정


【미디어내일N 김남미 기자】지난 5, 4· 2살 아동이 부모의 잘못된 선택으로 목숨을 잃었다. 이들이 세상을 떠난 날은 얄궂게도 어린이날이었다. 일부 언론은 어린이날의 비극’, ‘일가족의 비극등으로 이 사건을 보도했다. 아동의 죽음은 개별 사건이 아닌, 가족사()의 일부로 취급 받는다. 최근 동반 자살대신 살해 후 자살(murder-suicide)’로 관점을 달리하는 흐름이 생기고 있으나 피해 아동을 중심으로 한 접근은 여전히 부족하다.


동양 일부 문화권은 가족 동반 자살’, 서양은 자녀 살해가 보편적



▲ 일본 드라마 `언내츄럴`의 한 장면. `동반 자살` 용어를 비판하는 주인공의 모습. <사진: 언내츄럴 캡쳐>


일본 드라마 언내츄럴에서 주인공은 일가족 연탄 동반자살사건을 접하고 “‘동반 자살은 일본에만 있는 말이다. 정확하게는 머더 수어사이드, 살인범도 함께 자살한다는 뜻. 한 마디로 이기적인 살인이라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가족 동반 자살개념은 한국, 일본, 홍콩, 대만 등 주로 유교문화권의 국가에서 통용된다. 이상한 정상가족의 저자 김희경은 서양에서도 비슷한 사건은 벌어지지만 한국처럼 온정적 표현으로 부르는 경우는 없다서양은 (이같은 사건을) 자녀 살해의 관점에서 아동 살해(child homicide)’ 혹은 자녀 살해(filicide)’로 구분해 다뤄왔다. 그 후 부모가 자살하는 것은 별도 문제다라고 밝혔다.



자녀를 사랑해서 그랬다?


같은 책에서 저자는 유년기 인류학을 인용해 흥미로운 사례를 소개한다. 1985,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한 일본인 이혼 여성이 두 명의 자녀를 데리고 태평양에 투신했다. 이후 바다에서 본인만 구조되고 아이들은 익사한다. 두 아이의 살해 혐의로 재판 받게 된 여성을 위해 일본계 미국인 단체는 탄원을 주도했다. 25천여명이 서명한 이 탄원서에는 이건 살인이 아니라 부모자녀 동반자살이다. 그녀는 결코 악의를 갖고 아이들을 죽인 것이 아니며, 오히려 그들을 사랑했기 때문이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한국에서 자녀 살해를 한 부모들은 살해 가해자로 인식되지 않는다. 수많은 부모들이 오죽했으면 저런 선택을.’과 같은 동정 여론 속에서 극단적 선택에 이르게 되기까지의 사연을 조망 받았다. 아동의 죽음은 어린 것이 무슨 죄야?’ 한 마디 한탄을 끝으로 힘없이 잊혀졌다.



비극적 사연이 면죄부 되어서는 안 돼


그동안 가족 몰살 현상의 원인으로서 주요하게 지적된 것은 사회 안전망의 부재. ‘부모-자녀 동반자살을 다룬 논문(2012)에서 이현정은 한국사회에서 자녀 양육은 부모의 능력과 자원에 의존한다. 다른 기댈 곳이 없는 사회경제적 하층 집단의 경우, 부모의 죽음은 곧 자녀의 불투명한 미래로 간주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같은 지적이 사회적 대안을 촉구하는 차원이 아니라 가족의 비극적 사연을 드러내는 일에만 집중될 때, 자칫 자녀 살해에 대한 심정적 면죄부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흐를 우려가 있다. (가해) 부모에게 안타까운 시선을 보내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비슷한 사건은 되풀이 된다. ‘부모의 자녀 살해를 명백한 범죄로 인식하지 않는 사회에서는 부모도 자신의 행동을 범죄로 자각하지 못 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사회에서 가장 큰 피해자는 부당한 죽음으로 끈임없이 내몰리는 아동일 수밖에 없다.


UN 아동권리협약 61항은 모든 아동이 고유의 생명권을 가지고 있음을 인정한다. 이 협약의 사상적 토대가 된 야누쉬 코르착은 살아 생전 이런 말을 남기기도 했다. “나의 아이? 그렇지 않다. 그 아이는 결코 당신에게 속하지 않는다타인의 생명은 가족이라 해도 함부로 침범해선 안 된다. 반복되는 아동 살해를 막기 위해서는 이 기본적인 사실을 되새기는 일에서부터 출발해야 하지 않을까.



김남미 기자 nammi215@usnpartners.com


Copyright ⓒ 미디어 내일엔 & www.medianext.co.kr 무단복제 및 전재 – 재배포금지


*독자 여러분의 광고 클릭이 본 지와 같은 작은 언론사에는 큰 힘이 되며 좋은 기사 작성에 밑거름이 됩니다. 고맙습니다.


*본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관련기사
TAG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medianext.co.kr/news/view.php?idx=2471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인기 오피니언더보기
게시물이 없습니다.
내일N 포커스더보기
게시물이 없습니다.
 많이본 뉴스
게시물이 없습니다.
최신 기사더보기
게시물이 없습니다.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