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내일N 김남미 기자】웹툰 ‘틴맘’이 임신·출산 소재에 대한 안일한 접근과 10대 여성에 대한 성적 판타지를 부추기는 연출로 독자들로부터 ‘연재 중단’을 요구 받고 있다.
이에 지난 4일, 네이버 측은 “(틴맘은) 10대 임신에 대한 이야기를 깊이 있게 다뤄 태국 연재 이후 많은 인기를 얻었다. 주인공의 주체적인 고민과 이야기를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작품의 메시지가 의미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공개된 1화 분량에서만 여러 문제점이 지적되었다. 고3 주인공은 임신 사실을 알게 된 이후, 큰 갈등 없이 명랑하게 ‘내 일이니까 스스로 해결할 것’을 다짐한다. 만화가 꼭 현실을 따라갈 필요는 없다. 그러나 ‘10대의 임신’처럼 어려운 주제를 다루는 이상 최소한의 성찰은 해야 한다. 무책임한 작품은 오히려 현실을 왜곡하는 효과를 낳는다.
‘틴맘’의 지나치게 단순하고 밝은 묘사는 여성들이 원치 않는 임신으로 겪는 두려움과 고통을 가볍게 희화화한다. 또 ‘임신·출산’을 당사자 여성의 책임으로만 규정짓는 편견을 강화한다. 1화만 봤을 땐 순진한 여고생 캐릭터를 내세워 ‘10대 임신’을 화제성을 얻기 위한 도구로 사용하고 있다는 의혹을 떨치기 어렵다.
그림 연출에서 두드러진 선정적인 묘사도 문제적이다. ‘틴맘’은 주인공이 샤워 후 수건만 두르고 나온 채로 침대에 누워있거나, 은근히 드러난 가슴이나 다리에 시선이 가게끔 하는 장면을 다수 연출하기도 했다.
이에 일부 웹 커뮤니티에서는 해당 장면들을 캡쳐해 ‘은꼴’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이는 남성 커뮤니티에서 순수하고 깨끗한 이미지로서의 10대 여성을 성적 대상화할 때 빈번하게 쓰는 은어다. ‘청소년페미니스트모임’ 활동가 양지혜 씨는 도서 ‘걸 페미니즘’에서 “10대 여성의 몸은 ‘고등어’, ‘은꼴사’ 등 남성 판타지를 담은 이름으로 호명 된다”며 이 같은 현상을 비판한 바 있다.
일부 누리꾼들은 임신·출산 소재를 다루는 작가의 태도가 모욕적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 누리꾼은 임신·출산조차 남자 작가한테는 포르노인가? 우리에겐 피할 수 없는 현실인데, (당신한테는) 그저 성적 대상화 가능한 가벼운 소재라는 것에 화가 난다”고 언급했다.
현재 트위터에서는 해당 작품의 연재 중단뿐만 아니라 이 작품을 수입한 담당자에게 책임을 묻는 ‘#네이버웹툰_틴맘선정_책임자_퇴출’ 해시태그까지 등장했다.
최근 낙태죄에 대한 헌법불합치 판결이 나왔다. 원치 않는 임신으로 인해 여성들이 그간 겪었던 사회적 고통, 임신 중지에 대한 여성의 자기 결정권 등 관련한 한국사회의 논의는 발 빠르게 진일보하고 있다. 10대 여성의 임신은 반드시 육아일기로 귀결되어야만 했을까? 독자들은 언제까지 악조건에도 출산을 강행하는 여주인공의 모습을 정답으로 접해야 할까. 해당 웹툰을 수입해 내놓은 네이버 만화 측의 다음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김남미 기자 nammi215@usnpartner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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