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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9-04-03 16:36:34
  • 수정 2019-08-12 12:0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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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미디어내일N DB>


최근 새로운 표현을 접했다. ‘관제 민족주의’라는 표현이다. 3.1 운동 100주년을 기념하는 학술대회에서 한국 정치학의 거장인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가 쓴 표현이다. 그는 이 표현에 대한 부연설명으로 “역사는 관제 교육이 아닌 학계와 시민사회의 자유 공간 안에서 이뤄져야” 하며 “관제 캠페인은 현 정부가 정당성의 근거를 남북한의 역사적 정통성과 결합시키려는 의도”라고 말하기도 했다. 다소 과한 북한 편애와 미국과의 불협화음, 반일감정의 조장에 대한 따끔한 일침이다.


최근 경기도의회에서 ‘경기도교육청 일본 전범 기업 제품 표시 조례안’이 발의됐다. 경기도 학교 내에 비치된 물품 중 전범 기업으로 분류된 일본기업이 생산한 20만 원이 넘는 제품에 대해 ‘본 제품은 일본 전범 기업이 생산한 제품입니다’라는 큰 글씨가 새겨진 스티커를 부착하는 것이 주 내용이다. 대표 발의한 도의회 의원은 “불매운동도, 비이성적인 한일갈등 조장도 아닌 학생들을 위한 올바른 역사교육의 일환”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이에 대해 경기도 교육청과 외교부가 난색을 보이며 반대했다. 여론도 황당하다는 반응이 많다. 한 경기도 지역 언론의 사설에서는 공동발의를 철회하는 의원들이 꽤 있다는 사실을 언급하기도 했다.


현재 우리나라와 일본 간의 긴밀한 관계는 다양한 지표로 확인할 수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은 일본을 상대로 305억 달러를 수출했지만, 수입은 546억 달러를 기록했다. 약 241억의 무역적자를 기록했는데, 양국 간 교역이 시작된 1965년 이래 대일 무역수지는 한 해도 흑자를 기록한 적이 없다. 일본으로부터 반드시 수입해야 할 품목이 적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또한 일본을 방문한 한국인 관광객 수는 753만 9000명, 한국을 방문한 일본인 관광객 수는 292만 1360명으로 집계됐다. 특히 일본인 관광객 수는 전년 대비 28.1%나 늘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하는 ‘외국인 직접투자 동향’에서 일본기업은 13억 달러 투자를 기록했다. 현재 일본은 EU, 미국, 중국과 더불어 주요 외국인 직접투자국이다. 이렇듯 양국의 민간부문에서는 지금도 활발한 교류를 진행하고 있다.


SNS에서는 이 조례안을 대표 발의한 의원이 일본 브랜드 볼펜을 사용한 흔적이 담긴 사진이 돌고 있다. 하필 제조사 이름이 전범 기업으로 분류된 미쓰비시와 이름이 같다(이름은 같지만 서로 다른 회사다). 전범 기업의 제품도 아닌데 뭐가 잘못된 것이냐고 항변할 수 있다. 그렇다면 광복한 지 74년이나 지난 지금, 전범 기업 스티커를 학교에 도배한다고 해서 뭐가 달라지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치졸한 행동이 가져올 결과는 너무도 자명하다. 가뜩이나 안 좋은 일본 내 반한감정은 더욱 악화하고 일본 극우 정치인의 저급한 막말과 독도에 대한 도발이 거세질 뿐이다. 韓日 같은 적대적 공생관계에서 이 같은 갈등은 두 나라 저질 정치인에게는 더 없는 호재가 되겠지만, 일반 국민들에게는 직·간접적인 피해만 증폭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집권 3년 차에 들어선 문재인 정부의 정책들이 불협화음을 내며 여러 후유증을 낳고 있다. 작년까지만 해도 이명박근혜 탓이라는 핑계와 변명거리가 있었지만, 이제는 그것마저 약효를 다했다. 요즘 정부는 우리 민족의 아픈 과거인 ‘일제 청산의 미완’을 자주 들먹인다. 물론 과거의 잘못된 일은 바로잡고 국가를 위해 희생한 인물들을 기려야 함은 당연하다. 하지만 노파심이 드는 부분은 현 정부가 일제 청산이라는 화두를 우리들식 민족주의로 덧씌워 이용하려고 하는 것은 아닌지 하는 의심이다.


정부도 정정당당해지자. 3·1 운동과 임시정부 100주년은 그 가치대로 유지 발전시키면 된다. 그리고 그동안 정책실패가 있다면 인정하자. 지금까지의 실책을 덮으려는 얄팍한 ‘까방권’을 민족주의에서 찾지 말라. 자기 입맛에만 맞는 우리들식 민족주의, 그만 좀 볼 순 없을까?


나보배 칼럼니스트


'인천in' 칼럼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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