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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9-03-13 09:44:08
  • 수정 2019-08-12 11:5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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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내일N 남상오 기자 / 김남미 기자】선거 때마다, 주요 정당들은 항상 청년정치라는 화두를 들고 나온다. 청년정치라는 것이 세대교체를 위한 신진세력의 등용을 얘기할 수도 있고 청년의 활력을 내세워 새로운 정책의 아이디어를 얻을 수도 있다. 하지만 결론은 언제나 같다. 당신들에게 필요한 정책을 만들려면 직접, 혹은 적극적으로 정치에 참여해야 한다는 것.


미디어내일N은 청년정치가 새롭게 도약할 수 있는 공론의 장인 청년정치지키기 프로젝트 '청지기'를 시작한다. 청년들이 바라보는 정치, 청년들이 생각하는 정치 그리고 그들의 솔직하고 담담한 이야기. 기성 정치인들에게는 조금 거슬릴 수 있는 ‘청지기 이야기’를 미디어내일N에 담고자 한다.


오늘 미디어내일N이 만난 청년 정치인은 나도원 노동당 전)비상대책위원장이자 현) 경기도당 위원장이다.



▲ 나도원 노동당 경기도 위원장, ˝노동당은 현재 등록 정당 중에 가장 왼편에 당당히 서있다. 그곳에 있는 노동자·여성·청년의 이익을 대변하고 있다˝ <사진 = 남상오 기자>


노동당, 영국의 노동당처럼 오랜 역사는 아니지만, 2008년 진보신당(1기대표단: 노회찬, 심상정)으로 창당하여, 2012년 오랜 역사를 가진 사회당과 합당하여 노동당으로 역사를 이어 오고 있다.


노동당은 '노동자, 소수자, 여성, 청년이 중심'이다.


나도원 위원장은 "정당에서 가장 중요한 게 지지기반을 어디에 두느냐"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어 그는 "노동당은 노동자, 소수자, 여성, 청년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설명하면서 "그중 노동자 계층의 변화가 심한데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 게다가 노동자를 대변한다는 정당이 여기저기 등장하게 되면서 솔직히 고민도 많아졌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주요 기반인 여성·청년의 경우도 노동당의 지지기반으로 만들기가 쉽지 않은데 이유는 그들이 하나의 동료집단이 아니라 분포가 다양한 계층이라는 점이다. 그들을 위한 정책으로 어젠다(Agenda)를 만들고 그에 따라 당을 어떻게 이미지화할지가 고민이다.


나 위원장은 "한국 사회는 기본적으로 좌파적 성향을 지니고 있다"는 생각을 밝혔다. 다만 성향과 달리 투표 때는 보수적인 선택을 하기 때문에 한국 사회가 보수적 색깔이 짙은 것처럼 보일 뿐이라고 설명한다.


나 위원장은 "노동당은 현재 등록 정당 중에 가장 왼편에 당당히 서있다"면서 "그곳에 있는 노동자·여성·청년의 이익을 대변하고 있다"고 자신 있게 이야기한다.


노동당은 현장에서 투쟁하는 노동자들에게 가장 열심히 결합하는 투쟁력을 가졌을 뿐 아니라 ‘기본소득’ ‘최저임금 1만원’ 등 노동자의 삶에 밀접한 문제들을 가장 먼저 외치는 선도력도 갖추고 있다. 하지만 노동당의 고민은 국민을 어떻게 설득시키느냐 하는 데 있다.


나 위원장은 "노동당의 정책이 필요하고 선명하다는 응원의 목소리도 있지만, 국민에게 좌파와 좌파의 정책을 어떻게 규정짓게 하고 왜 필요한지를 이해시키는 일은 앞으로도 많은 고민을 하며 해결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사회의 좌파란? 사회주의자다!


나 위원장은 한국사회의 좌파에 대한 정의를 단순명료하게 "사회주의자"라고 정의 내렸다. 사회주의가 아닌 좌파가 있을까? 한국에서는 사회주의가 구닥다리로 여겨지지만, 다른 나라를 돌아보면 그렇지도 않다.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사회주의가 유럽이나 남미, 심지어 미국에서도 새로운 화두가 되고 있다. 2000년대에 들어서 새로운 좌파도 등장하고 있다. 특히 여성과 생태를 사회주의와 결합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현재 활동은 미약하지만, 분명히 시대와 때가 오리라고 본다.


한국 청년 계층의 특징, '최대스펙, 최대 부채, 최다 실업, 최다 비정규직'

故 김용균씨가 청년 계층의 상징적인 존재


‘최대 스펙’ ‘최대 부채’ ‘최다 실업’ ‘최다 비정규직’ 이 네 단어가 오늘날 한국 사회 청년의 특징을 대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과거에는 20대 청년을 임시 계층이라고 말할 때도 있었다. 청년이라는 말은 유예를 보증해주는 것과 다름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압박의 대기표 같은 것이 됐다. 이미 대기표를 받고 기다리는 상태가 청년이라고 말할 수 있다.


전혀 청년이라고 부를 수 없는 사람이 청년이라고 우기는 경우도 있어 놀란 일도 있었다. 그는 얼마 전 자유한국당의 청년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던 김준교 씨를 보면서 “과연 우리는 그를 청년의 대변자라고 부를 수 있나?” 여성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박근혜 대통령은 과연 여성 대통령으로 볼 수 있나?”라는 의문이 들었다고 했다.


근래 청년을 가장 잘 대변했던 사람은 김용균 씨였다고 생각한다. 사회에 나가서도 제대로 된 일자리를 얻을 수 없고, 경제적 기반도 없고, 평생 비정규직 또는 외주하청 노동자로 살아야 했던 그의 모습이 한국 사회 청년들의 자화상처럼 보였다. 노동당이 대변하려고 하는 청년의 모습이었다.


'청년들이 경제적으로 어려운 것'은 경제구조가 원래 그렇기 때문


청년들이 어렵게 살 수밖에 없는 이유를 하나로 콕 집어 말한다면 경제구조가 원래 그렇다고 할 수밖에 없다. 청년을 옥죄고 있는 지금의 경제구조는 재벌중심경제, 금융수탈경제를 한 축으로 하고 구시대적 정치, 즉 담합 정치와 진보를 착취하는 가짜 진보가 만든 정치를 다른 한 축으로 하고 있다. 청년을 옭아매는 경제구조는 이들 두 축을 기반으로 더욱더 단단해지고 있다.


노동당이 가장 핵심으로 추진하는 정책이 기본소득인데,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기본조건, 자기 노동을 하면서 다른 취미를 위한, 또 여가 활동 등을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을 마련하자는 정책이다. 거기에 주택 정책이라든지 여성 정책들도 있다.


진보 정당에서 말하는 청년공약들은 사실 대동소이다. 노동당의 정책이 색다른 이유는 기본소득과 노동 시간 단축 그리고 최저임금 1만원이 하나의 세트로 돼 있기 때문이다.



나도원 위원장은 노동생산성이 낮다는 말에 대해서 "낮은 편인가?"라고 반문하면서 "그렇지 않다"고 주장했다.


▲ 나도원 위원장, 노동당의 정책이 색다른 이유는 기본소득과 노동 시간 단축 그리고 최저임금 1만원이 하나의 세트로 돼 있기 때문이다 <사진= 남상오 기자>


그는 굳이 현재의 경기침체 원인을 찾자면 노동자보다는 시스템 쪽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 국가의 경제는 내수를 기반으로 운용하는 것이 기본이다. 한국은 이런 내수 경제가 계속 무너지고 있는 게 문제다. 원인은 다른 것이 아니다. 노동자의 임금이 낮고 노동시간이 너무 길기 때문이다. 그는 노동자의 낮은 임금과 하루 종일 일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내수경기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지 야당과 정책 담당자에게 묻고 싶다고 전했다.


선진국도 대부분 내수경제를 기반으로 발전해 왔다. 소비자의 구매력을 향상시켜놓은 다음에 경기 활성화를 꾀하는 게 보통 순서다. 반면 한국은 지난 수십 년간 대기업 중심의 경제구조를 운용하면서 그들의 이익을 우선하는 정책을 펼쳐왔다. 그러다 보니 경제는 탄력을 잃고 무너지고 있다. 진보적 경제학자들은 소위 성장의 절벽이 왔다고 말한다.


이제 성장 이후의 시대를 어떻게 살 것이냐를 묻지 않을 수 없다. ‘노동 시간 단축’ ‘임금 인상’ ‘기본 소득’ 등을 얘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왔다.


노동생산성이 낮아 노동시간의 단축이 어렵다는 것은 대기업 중심 사고


나 위원장은 임금, 기본소득에 부정적인 인식에 대해서 "기업 중심의 사고, 특히 대기업 중심의 사고에 기인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들의 논리는 일단 기업은 손해 보지 않고서 노동자만 쥐어짜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그동안 많은 이익을 내고도 사내 유보금만 천문학적으로 적립할 뿐 재투자는 하지 않고 있는 곳이 대기업이다. 노동자들의 복지는 외면당하고 국가의 사회보장도 낮은 상황에서 노동생산성만 높아야 한다는 것은 노동자가 외계인이 되라는 소리하고 똑같다. 불가능한 조건을 제시하면서 기업의 이윤은 보장해야 한다는 가짜 논리다.


‘광주형 일자리’를 많이 이야기한다. 핵심은 “임금은 적게 준다. 대신 생활이 어려우니 집 등을 제공한다”는 취지다. 기본임금이 아니라 부대적으로 필요한 다른 부분을 지원하면서 임금이 낮아진 만큼 책임을 진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나 위원장은 광주형 일자리에 대해서 "지속 가능하지 않다"면서 부정적으로 평가 했다. 소위 말하는 ‘광주형 일자리’는 지금껏 노동자들이 투쟁해서 쟁취한 열악한 노동 조건마저 자본 중심에서 무너뜨리려고 하는 말장난에 불과하다. 광주형 일자리를 도입해서 일자리가 만들어진다고 하더라도 매우 불안정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당사자들이 제일 먼저 안다. 오죽하면 노동단체들이 광주형 일자리가 노동자 착취형이고 불가능한 사업이라고 주장하고 있겠는가. 정부나 자본, 기업들의 입장에서는 일자리 성과를 내기 위한 조치일 순 있지만, 노동자들의 생활이나 한국 경제를 위해서는 도입하지 말아야할 정책이다.


“노동당 하면 좀 무섭다”라는 대중의 인식이 있다.

정당은 대중성을 지향해야 정책 등이 채택될 텐데, 그런 지적에 대해서는 어떻게?


한국 노동당은 진보신당, 사회당이 합당해서 만들어진 정당이다. 당원들이 그렇고 당의 추구 대상이 가장 약자이면서 빈곤한 자, 위험에 처한 사람들이다 보니 과격한 면이 없지 않다. 당원 중에 해고자라든지 여러 고초를 겪은 분들이 많다. 그런 활동은 좌파 정당의 기본 활동이라고 본다. 투쟁을 안 하면서 정책으로 경쟁하자는 주장은 그 다음 문제다.


또 과격하다는 이미지의 또 다른 원인은 당명 문제라고 본다. 진보신당에서 노동당으로 당명을 바꿀 때 재창당 과정을 거쳤다. 그때 당명을 정하면서 많은 논쟁이 있었다. 당 대회를 2번이나 열었고, 마지막 당명을 결정할 때는 대의원들이 종일 갇혀서 토의했다. 에어컨도 끄고 찜통 속에서 말이다. 그때 소위 당을 주도했던 분들이 지지한 것이 노동당이란 당명이다. 당시 비주류였던 이들 중에 가장 크게 주장한 당명은 ‘무지개사회당’이었다.


노동당 당명이 비대중적인 건 맞고, 불편한 것도 맞다. 노동당을 검색하면 김정은 씨가 많이 나온다. 노동당을 북한과 연결하는 건 한국의 특수한 상황이긴 하지만, 노동당의 정책을 알리고 활동 상황을 전파하는데 여러 어려움이 있는 게 사실이다. 대중적 이미지가 나빠지는 것도 북한 때문일 수 있다.


이제 당명을 바꾼 지 5년이 넘은 상황이라 어느 정도는 색다른 이미지를 주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 당명은 불변의 가치가 아니라 전략이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논쟁과 토론이 벌어지고 있다. 2년 전에도 당명에 대한 토론이 있었으나, 간발의 차로 노동당 유지가 선택됐다.


기성정치권에서 '청년정책이다' '청년정치다' 하는 것은

청년을 배려의 대상으로만, 유권자로만 여기고

고객 대하듯 하는 처신에 불과하다.


일단 청년이라는 개념에 대해 한 번 더 짚어볼 필요가 있다. 사실 청년이라는 개념은 세대론의 연장에서 나온 개념이라고 생각한다. 유럽과 미국, 일본에서 세대론은 각각 1960~70년대, 그리고 1980년대까지 의미가 있었다. 68세대와 히피, 전공투, 그리고 시차를 둔 386 이후 특정 세대가 부각되지 않는 현상은 자연스럽다. 더구나 청년층이 사회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시대는 지나가고 있으며, 오히려 노년층 비율 확대를 정치적으로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냉정하게 말하면 세대론이 끝난 시대가 되면서 정치권은 청년세대를 새로운 동력으로 생각하지 않고 단지 동원 대상으로 삼는 경우가 많아졌다. 보수 정치는 청년의 현실이나 담론을 수용하지 못하는 무능력만을 보여주었다. 즉 청년들이 정치적 소외감을 가지기 시작한 것이다.


청년들이 맞닥뜨린 경제 구조, 노동 구조, 정치 구조를 바꾸기 위해서는 결국 당사자들이 자기 목소리를 낼 수 밖에 없게 됐다. 이른바 청년으로 불리는 당사자들이 자기 문제를 걸고 정치에 참여하는 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다고 깨닫기 시작한 것이다. 아무도 자기 문제가 아닌 것을 대신 말해주지 않는다.


또 국회에서 얘기하는 ‘청년 정책이다’ ‘청년 정치다’ 하는 것이 청년이라는 약자에 대한 배려 차원이라고 생각하거나 청년을 유권자로만 여기고 고객 대하듯 처신하는 행동들이 문제가 됐다.


결국 청년 본인들이 나서는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다. 노동당에서 이번에 선출한 4인의 대표단도 전부 30대 초반 청년들이다. 자신들이 느꼈던 답답함을 풀려고 나섰고 경선까지 거쳐 선출됐다. 마찬가지로 한국 사회도 답답함을 느끼는 당사자가 나서지 않으면 바뀔 수 없다.


2편에서 계속됩니다.


남상오 기자 wisenam@usnpartners.com

김남미 기자 nammi215@usnartner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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