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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9-03-04 20:00:38
  • 수정 2019-08-12 11:5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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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내일N 남상오 기자 / 김남미 기자】 선거 때마다, 주요 정당들은 항상 청년정치라는 화두를 들고 나온다. 청년정치라는 것이 세대교체를 위한 신진세력의 등용을 얘기할 수도 있고 청년의 활력을 내세워 새로운 정책의 아이디어를 얻을 수도 있다. 하지만 결론은 언제나 같다. 당신들에게 필요한 정책을 만들려면 직접, 혹은 적극적으로 정치에 참여해야 한다는 것.


미디어내일N은 청년정치가 새롭게 도약할 수 있는 공론의 장인 청년정치지키기 프로젝트 '청지기'를 시작한다. 청년들이 바라보는 정치, 청년들이 생각하는 정치 그리고 그들의 솔직하고 담담한 이야기. 기성 정치인들에게는 조금 거슬릴 수 있는 ‘청지기 이야기’를 미디어내일N에 담고자 한다.


오늘 미디어내일N이 만난 청년 정치인은 유재호 성남시 시의원의 두 번째 이야기입니다.



▲ 유재호 성남시의원, 기성정치를 답습하는 기회주의적 청년정치는 이제 폐기처분해야<사진 = 남상오 기자>



노무현 대통령 서거 후 정치를 시작


유재호 시의원은 노무현 대통령 서거 후 분노가 있었다고 말한다. 그 분노로 정치에 참여하게 됐고, 국민참여당 소속으로 성남시 시의원에 출마까지 하게 됐다고 말했다.


“물론 떨어졌다.”


유 의원은 당시 지역에서 열린 후보자 청문회에서 세, 네 시간씩 질문과 비난을 동시에 받았다. 미국 교육을 받아 진보적이라고 평가받는 유 의원에게도 당시 상황은 낯설었다. 하지만 지금 돌아보면 그때의 국민참여당 생활이 지금의 유재호가 될 수 있는 정치적 자양분이 됐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고 말한다. 비록 어려움은 있었으나 그것이 단단한 토대로 돌아왔다는 것이다.


이 시기에 정치적 변혁도 경험했는데 국민참여당이 통합진보당으로 합당을 한 것이다. 여러 생각으로 고민을 많이 했지만, 자신의 정체성과 통합진보당의 성향이 맞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리고 민주통합당으로 합류하였다.


“민주통합당에 들어가 보니 이곳 지역구 위원장이 손학규 당시 대표를 지지하고 있었다. 당연히 손학규 대표를 지원해야 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대통령을 남몰래 지원했다. 내 정치적 성향이 문재인 대통령하고 잘 맞았기 때문이다. 그때 함께 활동했던 아웃사이더 청년들은 기성 정치 활동에 물들어 있던 주류 청년들과는 다른 혁신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예를 들면 투표 독려운동도 탈을 쓰거나 결혼식 양복을 입고 또는 드레스를 입은 채 광화문에서 이벤트를 펼쳤다. 또한 당시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의 단일화가 지지부진하자 청년들과 함께 조속한 후보 단일화를 촉구하는 운동까지 전개했다.”


하지만 돌아온 말은 “왜 너희들이 가서 그런 일을 벌이느냐?”라는 핀잔들이었다. 핀잔과 비판에도 불구하고, 결국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가 단일화에 성공했으니 나름 성공한 운동이었다고 주장했다.


청년들의 정치 활동, 나비효과를 불러오다


유재호 의원은 그때 했던 정치활동이 지금까지 나비효과를 내고 있다고 말한다. 당시 함께 활동했던 친구 중 한 명은 현재 도의원으로 활동하고 있고 본인도 시의원으로 청년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으니 변화는 비록 더디지만, 조금씩 변화하고 있는 것은 틀림없다고 강조했다.


“내 목소리로 청년의 이야기를 하기까지 10년 걸렸다. 그 10년 동안, 내 목소리에 귀 기울여 주는 내 편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겪어보니 정치라는 게 내 편을 많이 만들어야 하는 일이었다. 내 편이 많아져야 내 주장에도 힘이 실릴 수 있다. 다른 누구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신의 정책을 주장할 수 있게 된다.”


유재호, 기성정치를 답습하는 기회주의적 청년정치는 이제 폐기처분해야


유재호 의원은 한국 정당들이 사실은 청년한테 관심이 별로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기존 정치권이 영혼 없이 청년을 이야기하고 청년을 내세우는 일에만 관심을 두고 있다고 부연했다. 현실 정치를 고려하면 결국 청년이 직접 나서는 정치만이 청년정치를 실현할 수 있다는 결론이 이른다고 강조했다. 다만 청년이 참여하는 청년정치도 조건이 있다고 설명한다.


“물리적인 나이는 중요하지 않다. 청년 문제에 대한 관심과 고민을 많이 한 청년들이 나서야 실효성 있는 청년 정책들이 살아날 수 있다. 기성정치권을 답습하는 기회주의적인 청년정치는 이제는 폐기처분해야 한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어려움이라든지 한계점은?


아직도 지역에서는 청년정치를 한다면 색안경을 끼고 본다고 말한다.


“우리 사회가 아직은 청년이 정치하는 걸(지지하는 분도 많지만) 탐탁치 않게 생각하는 것 같다. 정당이든 지역사회든 이너써클에서는 청년을 아직 어설프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경계하고 멀리하려고만 한다. 그래서 청년정치가 어렵다.”


그러면서 본인도 지방선거에 나서기 위해 치른 경험이 혹독했다고 말했다.


“(웃음) 아우, 삼국지를 찍었다. 나까지 다섯 명이 예선에서 경쟁했고 한자리를 놓고 세 명이 최종 결선을 치렀다. 어떻게 보면 여러분이 도와줘서 여기까지 오게 됐다. 나는 권리당원 표가 한 표도 없는 상황에서 경쟁자를 물리치고 여기까지 왔다. 많은 분의 도움이 있었다.”


그는 홀로 선거를 치른다는 것은 광야에 남겨진 고독한 늑대가 된 느낌이라고 평했다. 혼자 지원군도 찾아야 하고 시간을 쪼개 경쟁자와 싸움도 해야 하니 생각보다 정말 어려웠다고 했다.


“경선 마지막 순간까지도 떨어지는 줄 알았다. 돌아보면 SNS를 많이 활용한 게 도움이 됐다. 당원들이 진정성을 알아보는 수단이 됐다. 게다가 지역에서 20년을 살았으니 나름대로 인지도가 있었고 또 정치 활동도 하고 있었으니 정치인으로 인정되는 부분도 무시할 수 없었다. 민주당으로 벌써 7년이다. 선거 당시 민주당의 지지율이 높다 보니 지역에 민주당스럽지 않은 분들도 많아졌지만, 나는 오히려 민주당스런 생각을 더 파고들었다. 민주당스런 정책을 개발하려 노력했다. 그러다 보니 진정성이 알려졌고 그래서 당선된 게 아닌가 생각한다.”


청년의 정치 참여를 위해서는 기존 정당 시스템의 혁신 필요


▲ 유재호, `꿈`은 명사가 아니라 동사가 되어야 한다. <사진 = 남상오 기자>


유 의원은 지금 정치에 관심을 가지는 청년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청년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는 것은 기존 정당의 공천시스템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지금 지방 선거 공천은 한마디로 지역위원장들이 선택해 꽂아주는 시스템이다. 경선이라는 과정이 있기는 하지만, 지역위원장, 국회의원의 영향력을 무시하기 쉽지 않다. 그래서 기초위원 선거에는 무공천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돼야 지역 일꾼이 자유롭게 선거에 참여할 수 있게 된다. 청년, 여성에게 필요한 가산점은 본선에서 반영하면 된다.


청년들이 순수하게 정치하겠다고 하면 지금은 정말 쉽지 않다. 정치 초년생이 더욱 쉬운 방법을 찾아 여러 사람에게 도움을 받고 지원을 요구하게 되면 비록 경선에 이기더라도 부담으로 되돌아오게 된다. 당선에 도움을 준 사람들의 요구를 거절할 수 없게 된다는 말이다. 당선이 돼도 자기 목소리를 제대로 내지 못하는 경우도 생긴다.


그래서 그는 시스템을 바꿔야 청년들이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다고 본다. 경선에 필요한 공천은 최소한의 요건으로 해야 하고 영향력을 행사하려 하지 말아야 한다. 지역위원장과 국회의원의 의견을 전혀 무시할 수는 없지만, 지금처럼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도록 해서는 안 된다. 그래야 다양한 사람들이 경선에 참여하고 새로운 인물들이 지역 사회를 위해 배출되는 바람직한 정치 순환 시스템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경험자로서 청년정치인들에게 조언을 해주신다면.


자격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꼭 조언해야 한다면 그때그때 필요한 것만 보면 안 된다고 말하고 싶다. 선거에서 무조건 당선만 놓고 보면 안 된다는 말이다. 일단은 긴 호흡으로 세상을 보고 계속 일관된 목소리를 내는 게 중요하다. SNS라든지 이용이 가능한 수단에 대해 본인 스스로를 잘 분석해야 한다. 내 강점이 뭐고 내가 어떤 것으로 어필할 수 있는지 전략적인 구도를 잘 짜야 한다. 솔직히 실패하더라고 한 목소리를 꾸준히 낸다는 것, 굉장히 힘들다. 하지만 그래도 버틴 사람들이 좋은 결과를 낳게 된다. 한 곳에서 계속 자기 목소리를 냈던 사람들이 이번 선거에서도 많이 당선됐다.“


의정 생활을 벌써 8개월이다. 주민들의 평가는


“당연히 호불호가 갈린다. 처음엔 젊다고 해서 싫다는 사람도 있었다. 어린 건 아닌데 한국 사회에선 어리다고 본다. 다시 말해 어려서 일을 못 할 거란 편견이 있었다.”


사무실에 쌓인 서류가 만만치 않다. 저런 서류를 하나하나 모으고 작성하려면 일의 강도가 얼마나 센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지금 위원회 자료들이 저렇게 많이 쌓여있다. 성남시가 일을 얼마나 잘 하는지는 위원회 활동을 보면 알 수 있다. 행사에 참석하거나 지역 인사를 다니는 것은 두 번째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표를 의식하고 의정활동을 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열심히 일하다 보니 메아리가 생겨 언론사에 노출되는 일도 많아졌다. SNS 통해서 관심을 두는 시민도 많아졌다. 그러다 보니 이제는 응원하는 시민들도 예전보다 많이 늘었다.”


유재호, '꿈'은 명사가 아니라 동사가 되어야 한다.


나는 그날그날을 최선을 다해 산다. 정치의 앞일은 아무도 모른다. 1년 뒤도 모르고, 2년 뒤도 모른다. 다만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사실뿐이다. 아무것도 계산을 안 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예를 들어 ‘어떤 자리에 올라가면 어떤 행동을 해야 겠다’고 생각하는 순간 정책 결정에 대한 순수성은 떨어지고 만다.


그리고 ‘꿈’은 명사가 돼서는 안 된다. 동사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국 사회를 공정하게 만드는 게 꿈인데 꿈은 현실에서 만들어져야 한다. 어떤 포지션에 있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국회의원보다 시의원이 목소리를 더 낼 수도 있고 어떻게 행동하고 주장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도 있다. 시의원이든 국회의원이든 꿈을 이루는데 차이는 없다.


끝으로 성남시 캐릭터 동물인 ‘행복이'가 이슈가 됐다


“동물을 홍보에 이용하는 일을 자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돌봐야 할 동물이라면 당연히 돌보고 건강하게 생활하도록 도와야 한다. 정치적이든 업적 홍보 등 살아있는 동물을 이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들도 생명이 있는 동물로 행복해야 할 권리가 있다. 필요하다고 쓰고 필요 없다고 함부로 폐기할 수 있는 물건이 아니다. 성남시에서 하는 일 중에서 홍보자료, 보도자료 냈다가 괜히 비판받는 게 있다. 좋은 일임에도 불구하고 오해를 사는 경우도 있고 비난받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런 일은 뭔가 억지로 시민들에게 알리려는 과욕에서 빚어지는 일이다. 열심히 일하고 시민을 위해 봉사하다 보면 어차피 좋은 일은 메아리가 돼서 돌아오게 된다. 공무원들도 이런 사실을 받아들여 행동하면 좋겠다. 너무 홍보에 집착하지 말라고 충고하고 싶다. 행복이 문제도 같은 경우다. 동물들도 진심으로 보살피면 그런 문제들이 발생하려 발생할 수 없다.”



남상오 기자 wisenam@usnpartners.com

김남미 기자 nammi215@usnartner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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