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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9-02-28 19:5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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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7 자유한국당 전당대회. <사진: 미디어내일N DB>

미디어내일N 정국진 객원기자자유한국당은 2.27 전당대회를 통해 황교안 호를 출범시켰다. 흥행카드 홍준표가 불참한 가운데 북미정상회담 와중에 열리면서 투표율은 저조했다.

 

황교안 대세론 속에서 결과는 충분히 예상됐다. 대신 시민들의 관심은 박근혜 탄핵 및 5.18 망언 이슈를 자한당 지지층이 어떻게 받아들이는지에 쏠렸다. 보수 세력의 본가를 자임하는 제1야당이 건강한 보수의 품격을 보여줄지, 반정치적인 태극기 세력에 부화뇌동해서 퇴화할지를 시민들은 궁금해 했다.

 

5.18 망언의 당사자로 국회 윤리위에 제명안이 올라 있는 김진태김순례 의원의 득표는 그 가늠자가 될 수 있었다. ‘문재인 탄핵구호를 내세우면서 저딴 게 대통령이란 막말로 화제에 오른 김준교 청년 최고위원 후보의 득표 역시 관심사가 되었다.

 

결과는 이들 중 김순례만 최고위원에 당선됐다. 김진태김준교 두 후보가 나란히 낙선했다. 자한당 지지층의 집단 지성이 작용해 극우의 수렁에 빠지지 않았다며 소기의 성과를 거두었다고 위안 삼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당심을 하나하나 뜯어보면 그렇지 않다.

 

낙선했지만 김준교가 얻은 26%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청년최고위원 후보 중 유일한 현역 의원인 신보라의 당선은 예견된 것이었다. 따라서 26%, 막말 파문 전까지는 무명이었고 현재 특별한 당직도 없는 김 후보를 감안하면 엄청나게 높은 수치다. 그의 구호 문재인 탄핵에 적극적으로 동의하는 자한당 지지층이 네 명 중 한 명꼴이 되는 셈이다. 일반 민심이 이런 주장에 대해서 얼마나 찬성표를 던질지 생각하면 당심은 너무나도 시대착오적이다. 과격한 구호와 막말 외의 특징을 찾을 수 없는 김준교는, 김포 당협위원장직을 가지고 20대 최연소 후보라는 상당한 경쟁력을 갖췄던 박진호 후보를 득표수에서 눌렀다.

 

김순례 최고위원은 초선 비례대표로서 재선3선 지역구 남성 의원을 차례로 제치고 조경태정미경에 이은 3위를 차지했다. 5.18 망언이 있기 전까지는 인지도나 정치력이 낮았던 것을 감안하면, 망언을 통해 최고위원직을 얻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진태 당 대표 후보는 한때 2위까지 노렸던 것에 비하면 18.9% 득표율이 불만족스러울지 모른다. 하지만 그는 당원으로부터 21.8%의 지지를 얻었다. 어떠한 여론조사에서도 김 후보가 이보다 더 높은 지지를 받지는 않았다. 더구나 일반 국민으로부터 받은 12.1%를 한참 뛰어넘는 수치였다. 자한당 당심이 민심과 얼마나 괴리되어 있는지를 알 수 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김진태가 예상보다 낮은 득표율을 보인 것은 당 대표로 당선된 황교안 후보가 지지층을 의식해 선거전 과정에서 더욱 우경화한 때문이다.

 

전대 선거전 초반에 황교안은 배박논란에 휩싸였다. 박근혜의 유일한 면회자인 유영하 변호사가 황교안을 직접 저격한 것이다. 그에 따르면 박근혜의 허락까지 받고서 출연한 한 종편 프로그램에서, 황교안이 권한대행 시절 교도소에 책상에 의자도 놓아주지 않았다는 등의 서운함을 얘기했다.

 

악재였지만, 자한당 지지층의 황교안 지지심리가 흔들리지는 않았다. 흔들린 것은 황교안이었다. 그는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우경화된 발언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박근혜 특검 연장을 거부했다고 자랑스럽게 얘기했다. 탄핵 절차에 하자가 있다는 상식 밖의 주장을 했다. 최순실 태블릿PC의 조작설을 꺼냈다. 5.18 유공자 명단에 의혹을 제기했다. 하나같이 당심은 얻을지언정 민심을 얻을 수는 없는 말이었다.

 

대세론이 공고했기 때문에, 황교안은 그렇게 하지 않았어도 당선될 수 있었다. 그러잖아도, 단 한순간도 정치인인 적이 없었던 사람이 당 대표로 정치 커리어를 시작한 사례는 원내 정당에서 전무후무한 일이다. 가뜩이나 이 때문에 미심쩍은데, 그의 정치력을 의심하게 된다. 어쩌면 황교안 스스로나 그 측근 그룹이 이미 대한애국당되어 있는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하다.

 

당 대표 후보자들에 대한 당원 득표율을 다시 한번 살펴보자. 황교안 55.3%, 오세훈 22.9%, 김진태 21.8%이다. 이 중에서 오세훈 후보의 득표를 제외하면 자유한국당 당원 열 명 중 예닐곱은 대체로 이렇게 생각한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절차에는 하자가 있다. 태블릿PC는 조작되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5.18 유공자 명단은 문제가 있다.

 

따라서 이번 자한당 전대는 자한당의 대한애국당를 확인한 전대였다. 무명에 가까운 김순례의 당선과 김준교의 선전, 민심과 괴리된 김진태의 높은 당원의 지지율이 그렇다.

 

짧은 전대 기간 황교안 한 사람이 보인 발언의 우경화에서도 그 징후를 발견할 수 있다. 황교안은 문재인 정부의 폭정에 맞서 치열한 전투에 나설 것이라는 취임 일성을 밝혔다. 더한 우경화도 가능하다는 얘기로 들린다.

 

대한민국의 제1 보수정당이 스스로 그런 결정을 내린 것을 존중한다. 하지만 많은 국민들은 그런 선택을 우려한다는 것을 오세훈 후보에 대한 여론조사 과반 지지율로 보여주었다. 민심과 유리된 정당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는 뻔하다. 당장 5.18 망언을 어떻게 처리할지, 국회 보이콧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지 대중은 지켜볼 것이다. 이제까지 이런 초보 정치인 당 대표는 없었다. 황교안은 품격보수인가 수구꼴통인가.

 

정국진 객원기자 kukjin.jeong@usnpartner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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