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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9-02-01 18:23:51
  • 수정 2019-08-12 12: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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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초, 정치 이슈가 된 단어 하나가 박물관이다. 많은 사람이 찾기는 하지만, 현실에서는 미디어의 현란함에 밀려 그리 관심을 받지 못하는 곳. 박물관은 가치 있는 유물을 보관하고 잘 다듬어 세상에 두루 알리기 위한 공간이자 지역 사회의 자랑거리 역할을 하는 곳이다.


이런 박물관이 요즘 우후죽순식으로 생겨나면서 자칫 골칫거리로 전락할 위험에 처했다. 보관할 유물이 많아서 만드는 박물관이라면 누구라도 쌍수를 들어 환영하겠지만, 정치인들의 치적 쌓기 용으로 여기저기 추진하는 박물관이 말 그대로 주먹구구식이라면 여간 걱정스러운 일이 아니다.


박물관은 건설비용도 만만치 않지만, 많은 관객이 방문하도록 유물과 그것을 관리하고 전시기획 업무를 맡는 학예사(혹은 학예연구사)의 확보도 건설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하지만 현실은 박물관의 양적 증가에만 초점을 맞춘 채 여기에 종사하는 핵심 인력인 학예사에 대한 고려는 우선순위에서 항상 밀리곤 한다.


오늘은 소관 상임위 국회의원들조차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우리나라 박물관과 학예사의 현실을 살펴보고 정치권의 접근 방식이 갖는 문제점, 그리고 그 대안에 관해 얘기해보고자 한다.


2018년 현재, 문화체육관광부 ‘문화기반시설총람’에 따르면 우리나라에 있는 전국 박물관 수는 873개로 거의 900개에 가깝다. 생각보다 큰 규모에 놀랄 사람이 많을 것이다. 산술적으로만 보면 우리나라 시·군·구 262개당 3.3개의 박물관이 있다는 말이 된다.


2017년과 비교하면 불과 1년 사이에 20개나 늘었다. 인구 100만명당 문화시설 개수가 2018년 기준 30.14개로 전국 최하위인 부산만 해도 박물관은 30개나 된다. 전국 기준으로는 11번째라 그리 많은 것이 아니지만 막상 숫자를 보면 정말 많다는 느낌이 든다.


올해도 전북, 인천, 서울 강북, 부산, 여수, 부안 등 다양한 지역에서 박물관 건립하고 있거나 배정된 예산에 따라 추진 예정에 있다.


박물관의 양적 규모는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지만 제대로 된 운영 계획도 그에 따라 착착 마련되고 있을까. 애석하게도 전혀 그렇지 않다. ‘2017년 문화시설기반총람’에 따르면 전국 250여개 박물관에 유물 전시를 관리해야 하는 핵심 전문 인력인 학예사가 하나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국립박물관을 제외한 공, 사립, 대학 박물관 1관당 배치된 학예사 수가 2명이 채 넘지 않는다는 통계로도 짐작할 수 있다. 또한 83개 박물관은 하루 방문객이 10명에도 못 미칠 정도로 겨우 박물관 이름만 유지하고 있다. 즉 양적 증가에만 치중한 나머지 운영의 내실화는 극히 소홀히 했다는 결론이다.


그럼 박물관 전시의 정확성, 신뢰도를 높여야 하는 학예사에 대한 처우는 또 어떨까?


우리나라에서는 학예사를 준학예사, 3급, 2급, 1급 정학예사로 구분한다. 준학예사는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 주관하는 준학예사 시험을 통과한 대학 졸업자가 1년, 1000시간 이상의 실무 경력을 쌓아야만 비로소 자격증 발급을 받는다. 문제는 여기에서 발생한다. 어렵게 공부해 시험을 통과한 예비 학예사는 1년간의 실무경력이 필수인데 대부분 박물관이 이들을 무급자원봉사 형태로 편법 채용하는 일이 많아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인턴을 채용하면서 자격 요건을 관련학과의 석사학위 이상 취득자, 학사학위 취득 이후 관련 분야 2년 6개월 이상 경력자 등으로 명시 비난을 자초하기도 했다.


박물관이 요구하는 인턴 생활까지 무사히 마치고 실무 담당 학예사가 된다고 하더라도 앞날이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보통 학예사는 석사 이상의 고학력자임에도 불구하고 한 달 평균임금은 247만원으로 전혀 높지 않다. 여기다 학예사의 고용 형태가 대부분 임기제 공무원이나 단기 계약직으로 채용되기 때문에 고용 안정성마저 바닥을 치고 있다. 미술관 학예사는 상황이 더 나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작년 초에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학예사 문제가 오른 일이 있었다. 14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이들 문제에 공감했고 일부는 응원의 답글을 달아 응원을 보냈다.


박물관은 지금이라도 양적, 질적 성장을 동시에 추구해야 한다. 이유는 앞에 언급한 내용만 보아도 충분히 알 수 있다. 문화예술 정책에 대한 정부 투자와 관심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이런 문제들을 더 방치한다는 것은 절대 바람직하지 않다.


먼저 정치권의 각성이 필요하다. 정치인들의 치적 쌓기 용도로 추진되는 박물관 건립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 이미 운영 중인 900여개의 박물관도 이제 외형보다 내실에 충실하도록 힘을 쏟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전문 학예사들이 실무경력을 쌓을 수 있는 인증기관을 늘리고 구직 경쟁에서 항상 ‘을’의 위치에 있는 학예사의 처지를 개선하고 유능한 전문 인력 양산에 힘을 쏟아야 한다.


국립 박물관, 미술관은 학예사들의 안전한 고용 보장해야 한다. 정규직 채용을 늘려야 할 뿐만 아니라 쪼개기 계약과 같은 불공정 채용을 탈피해야 한다는 뜻이다.


박물관은 건립 예산뿐만 아니라 유물 및 자료 관리에도 충분한 예산 집행이 필요하다. 여기에 박물관을 활용한 시민 참여 체험행사나 전시 유치와 같은 소통에도 발 벗고 나서야 시민들의 박물관에 대한 관심도를 높여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워라밸이 강조되는 현재 시대적 흐름으로 보면 박물관의 역할은 얼마든지 커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양적 팽창에만 치우친 정책 실기로 장기간 누적된 문제들을 해결하지 않는다면 예산만 붓는 구멍 난 항아리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지금이라도 양적, 질적 성장을 동시에 추구해야 한다. 우리 자손들에게 전해져야 할 자랑스러운 기록들이 박물관을 통해서 온전히 전해질 수 있을 것이다.



전상민 칼럼니스트 redline016@usnpartners.com


전) 새정치민주연합 전국청년위원회 부위원장 겸 운영위원

전) 새정치민주연합 부산시당 청년위원회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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