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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9-01-30 13:59:30
  • 수정 2019-08-12 11:5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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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내일N 남상오 기자】 선거 때마다, 주요 정당들은 항상 청년정치라는 화두를 들고나온다. 청년정치라는 것이 세대교체를 위한 신진세력의 등용을 얘기할 수도 있고 청년의 활력으로 새로운 정책 아이디어를 얻을 수도 있다. 하지만 결론은 언제나 같다. 당신들에게 필요한 정책을 만들려면 직접, 혹은 적극적으로 정치에 참여해야 한다는 것.


미디어내일N은 청년정치가 새롭게 도약할 수 있는 공론의 장인 청년정치지키기 프로젝트 '청지기'를 시작한다. 청년들이 바라보는 정치, 청년들이 생각하는 정치 그리고 그들의 솔직하고 담담한 이야기. 기성 정치인들에게는 조금 거슬릴 수 있는 ‘청지기 이야기’를 미디어내일N에 담고자 한다.


미디어내일이 만난 청년 정치인은 박은수 전 더불어민주당 전국대학생위원장 출마자입니다.

▲ 왜 가장 순수해야할 집단이 세력화 되고, 집단화가 되어 있는지 안타깝다는 박은수. <사진 = 남상오 기자>


"이름과 학교에 대한 소개보다는 내가 이 선거에 왜 나오게 되었는지에 대해 먼저 말하고 싶다. 나는 오른쪽귀가 들리지 않는 장애인이자 신체 건강한 비장애인이다. 한마디로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사이에 있는 사람이다. 그리고 요즘 유행하는 몰카 범죄 피해자이기도 하다.

청각장애는 외관상 특별한 특징을 보이지 않는다. 남모를 고통을 겪을 때가 많아도 하소연할 때가 마땅치 않다. 하는 일, 능력과 상관없이 장애자라는 멍에는 늘 불편함을 동반했다.


나 자신에서 보듯 세상에는 보이지 않는 차별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누군가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한다. 하소연하고 부탁하고 싶은 일들이 길고 끝이 없다.


그런 사람들을 대변하기 위해 용기 내 이 자리까지 나서게 됐다. 이름이나 신분을 밝히기보다는 내가 누구를 위해 나왔고 어떤 사람들을 대표해서 나왔는지 말하고 싶다." 인터뷰에 응한 배경을 설명했다.


학교 청소노동자분들을 위해 무언가 해보고 싶었어요
"2013년 대학 새내기 1학년 때, 청소 노동자분들이 화장실 한 켠 변기통에 앉아 쉬고 있는 모습을 자주 목격했다. 당시에도 그 모습들은 낯설고 이상했지만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1년이 지나고 학교 밖 정치 활동에 눈뜨고 나서야 그들이 간절히 원했던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됐다. 복학하던 첫날 학교 운동장에서 시위하던 청소노동자분들을 보면서 새삼 내가 무엇을 해야 할 지 깨닫게 됐다. 졸업하기 전에 이들을 위한 활동에 참여하겠다고 말이다."

청소년 의회 활동, 사회문제에 눈을 뜨게 된 계기
"2010년 고1 때 우연히 청소년 의회에 대해 알게 되어 직접 참여하기 시작했다. 청소년 의회 의원 가입도 처음엔 불가능했다. 일정 조건을 충족해야 가입과 활동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나는 즉시 이의를 제기했다. 청소년 의회 목적이 청소년들의 정치참여를 도모하기 위해 만든 기구인데 청소년 참여에 제약이 있으면 안 된다고 말이다. 기준을 바꾸기 어렵다면 준의원 제도를 만들어서라도 참여를 희망하는 다양한 친구들에게도 문호를 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내부 토론 끝에 준의원 제도를 만들었고 지금은 대표직까지 겸직하게 됐다."

사회문제에 대해 단지 불평하는 목소리만이 아닌 대안제시가 필요

"청소년 의회 활동을 하면서 청소년으로서 느끼는 학교 폭력이라든가 성희롱 문제 등 많은 사회 문제에 대해 제 목소리를 내려 노력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리고 잘 몰랐기 때문에 문제 제기만으로도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했다. 사회 문제에 대해 청소년으로서의 목소리를 냈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믿었다는 뜻이다. 하지만 정작 성인이 돼 정당 활동을 시작해 보니 문제 제기를 위한 자기 목소리도 중요하지만, 대안도 함께 제안해야만 법안으로 발의되는 등 실질적 개선이 가능하고 절실한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걸 배웠다."

그는 사회문제에 대해 단지 불평하는 목소리만 내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해결책이나 대안도 함께 적극적으로 제시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래서 내 공약은 구체적인 대안을 만들기 위한 정책 스터디들을 만들자고 하는 것이다."

▲ <사진 = 남상오 기자>



청년, 어른세대와 가치관 차이에서 오늘 갈등을 해결해야

김학용 자한당 의원의 "청년들의 가치관이 바뀌어서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서 자신의 생각을 물었다.

"생각하는 관점은 각자 다르기 때문에 나와 의견이 다르다고 하여 막 비판하고 싶지 않다. 오랜 시간 동안 고착화되어 온 고정관념을 당장 바꾼다는 것은 어렵다는 걸 알기에 때문에 그들이 하루아침에 변해서 '청년들의 입장을 대변' 하게 되는 그런 현상은 기대하지 않는다. 다만 시대의 흐름을 볼 때, 지금 2019년의 흐름을 보는 것이 아니라 세대별로 흐름을 보려고 노력하고 있다."

"요즘 청년들을 빗대어 삼포 세대라고 하는 말도 맞지만, 젊은 세대의 가치관이 변한 것도 사실이다. 출산율 저하 이유로 결혼 적령기가 늦어지는 것과 여성의 왕성한 사회 진출도 원인이 됐다고 생각한다. 예전에는 2~3명을 낳았다면, 요즘은 결혼이 늦어지고 출산도 늦어지면서 1명만 낳는 가정이 많아졌다. 저출산 문제는 이런 시대적 변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대학생 정치, ‘순수함’

"순수함이다." 그가 생각하는 대학생정치란 무엇이냐는 질문에 주저 없이 나온 대답이었다.

"개인의 직업과 관계없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도전하고 활동한다는 면에서 대학생정치를 한마디로 말하면 '순수함'이다. 20대만큼 자신의 이해관계를 따지지 않고 무엇이든 도전할 수 있는 시기가 없다고 생각한다. 나의 많은 공약이 사실 표를 얻기는 어렵다는 걸 잘 안다. 내가 낸 선거 기탁금 50만원도 적은 돈이 아니다. 사실 이 돈이면 내가 하고 싶은 여행도 할 수 있었지만(웃음), 이 50만원이 내 목소리를 내기 위한 최소한의 기회비용이라고 생각한다."

대학생이 바라본 청년정치학교

"당에서 홍보도 하고, 또 당에서 만든 유일한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청년들이 많은 기대를 하고 정치 프로그램에 참여하는데 일회성으로 끝나는 경우가 허다하다. 가령 당이 아니라 국회의원한테 관심 있어서 온 사람들도 있을 텐데 그들을 설득하고 잡아야 하는 장치가 부족하다. 강의 형태도 문제인데 일방적으로 듣기만 하다가 끝나는 강의가 아니라 전문적인 스터디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인맥 쌓기 용으로 전락한 당내 청년정치학교 현실을 안타까워하며, 강의하는 정치인들도 청년들에게 얼굴을 알리기 위해 오는 거 같다고 조심스레 덧붙였다.

"청년정치학교에서는 경제학, 헌법 스터디 등 프로그램을 세분화하고 대학 아닌 곳에서 실무적인 지식을 배울 수 있는 커리큘럼을 만들었으면 한다. 우선 청년들이 각자 발제를 해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여기에 법안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누가 발의를 했는지, 누가 반대를 했는지 구체적으로 스터디를 하다 보면 청년들은 왜 법안 통과가 안 되는지 알게 된다. 필요한 법안의 통과를 위해서는 목소리를 더 내야 한다는 경각심도 갖게 된다."

끝으로 그는 '당내 성평등 아카데미'를 만들어 사회문제에 대한 인권 감수성과 젠더 감수성을 기르는 것에 중점을 두고 싶다고 덧붙였다.

대학생위원회, 청년 일상에 대한 목소리를 내야

"올드 보이의 귀환이라는 기사를 봤지만, 이분들이 귀환해서 구식 정치로 흘러갈 거라는 우려는 기우에 불과하다. 그들도 변화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줄 기회라고 생각한다. 한편으로 보면 올드 보이의 귀환은 오랜 시간 축적된 경험과 데이터의 활용 기회가 오는 걸 의미한다. 청년들의 정치적 입지는 줄었을지 모르지만, 자신들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기회는 여전하다고 본다. 나는 자리에 대한 욕심이 아니라 청년들의 일상에 대해 많은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대학생위원회가 되었으면 한다."

당신의 용기가 세상을 바꿀 때까지

지난 더불어민주당 전국대학생위원회 위원장 출마 공약 중 관심을 끌었던 '미투 특위 구성'에 대해, 그는 분명한 것은 ‘여성만을 위한 기구’는 아니라고 대답한다.

"성 문제는 남성 여성 구분 없이 일어날 수 있는 문제다. 이 공약을 보고 남성들은 여자여자하다라고 표현하는데 저는 청소년과 방송 연예계 준비생들을 돕고 싶다. 대부분의 피해자가 미성년자이다 보니 부모님을 통해 고소하는데 익명성 유지가 어려운 게 현실이다.

당내 기구가 있으나 유명무실하다. 청소년들은 선거권이 없다는 이유로 정치에서 대부분 배제되는 것이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나는 대학생위원회가 청소년 미투 운동을 중심으로 활동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많은 청년이 '우리는 선거권이 있는데, 기성세대에 의해 우리의 정치적 자리가 좁다'며, 우리의 이해관계만 말하고 있다. 사실은 대학생은 대학생을 위한 정치도 중요하지만, 청소년도 같이 안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청소년과 가장 가깝게 있는 바로 우리의 이웃이기 때문이다. 오늘의 그들이 어제의 우리였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권리를 보호받지 못하는 청소년들의 문제는 배제하고 '국회의원 임명권 몇 자리 주세요' 하는 식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저 일상을 보냈을 뿐인 대부분의 피해자가 왜 수치심을 느끼고, 숨어야 하는지 안타깝다며 대학생이 아니어도, 당원이 아니어도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조직인 '스쿨미투 제보 센터'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저의 용기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고통받고 있는 분들의 용기가 되었으면 해요
대학생으로, 여성으로 느끼는 정치 진입장벽

"남성중심의 정치 문화들이 개선이 안 되고 있다. 아무렇지도 않게 ‘남자 친구랑 자 봤어!’하는 질문을 한다. 당당히 #me too하고 싶다. 역으로 '꽃뱀 프레임'에 쒸워질까 차마 그러지 못하는 경우 도 있다. 그간 상처도 많이 받고 정치를 그만둘까 하는 생각도 했다. 나는 정치에 관심도 많고 법학과 여성학을 공부했음에도 이런 문제에서 저항하는 저항력이 부족하다고 느낄 때가 많은데 나보다 더 약한 보통의 여자친구인 피해자들의 고통은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쉽진 않았지만 그런 분들을 위해서 용기 내고 있고 그 사람들을 보호하고 싶다."

이어 또 다른 참여장벽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이어 나갔다.

"sns를 통해 저의 활동을 일기형식으로 공유한 걸 보고 당원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묻는 친구들이 있다. 당원이 되는 메뉴얼 같은 게 없다 보니 당원이 되는 법을 직접 검색해야 하는데 너무 복잡하고 어렵다는 하소연이다."

정치에 관심이 있고, 참여하고 싶어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방법을 몰라 참여하지 못하는 친구들이 꽤 많음을 이야기하며, 당에서 이런 부분을 보완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우리 청년들도 이미 너무 어른들이 하는 정치를 하고 있어요. 가장 이해관계가 없어야 할 집단이 '이 사람은 안 돼. 저 사람이 되면 우리 활동에 너무 제약이 많아' 하는 식으로 이미 다 내정을 해 놓고 있다. 얼마 전 집단으로 어느 후보를 지지하라는 지령이 내려왔다는 제보를 받았다. 그런 상황이라 공개적으로 저를 지지하지는 못하지만, 성 소수자에 대한 목소리를 내줘서 감사하다는 등의 응원 메시지도 많이 받았지만, 가장 순수해야 할 집단이 세력화가 되어 있고, 집단화가 되어 있는지 안타까울 뿐이다."

박은수 출마자는 "청년들이 정치함에 있어 제도가 바뀌어야 한다" "제도 탓을 하기보다는 청년들 스스로도 많이 바뀌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청년들이 정치에 참여하기에 앞서 자신이 직책이 갖고 싶은 건지,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싶은 것인지에 대한 구분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 자리에 대한 욕심이 아니라, 청년들의 일상에 대해 다양한 목소리를 낼수 있는 대학생위원회가 필요하다.<사진 = 남상오 기자>




아직 한국에서 페미니즘을 논하면 여성우월주의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다. 페미니즘이라는 단어 자체가 부정적으로 인식되는 것도 현실이다. 하지만 이런 현실에서 자신을 당당히 페미니스트라고 밝히며, "남성과 여성, 성 소수자 등 우리 사회의 구성원 모두를 동등하게 대우하는 것에서부터 우리 세상은 변화한다"고 당차게 주장하는 그를 보며, 십 년 뒤, 이십 년 뒤의 모습을 자연스레 그려 보았다.

남상오 기자 wisenam@usnpartner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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