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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9-01-11 16:09:03
  • 수정 2019-08-31 22:3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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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범, 수월성 교육은 선택권을 발휘한 개인에 의해 개별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사진 = 남상오 기자>


【미디어내일 남상오 기자】 지난 10월 국회에서 '학종 공정성 및 고교내신 신뢰도 제고 방안 제시를 위한 토론회'가 있었다.


토론회에 참석했던 많은 사람의 관심은 단연 이범 교육평론가에게 쏠렸다. 궁금했던 교육 관련 질문이 쏟아졌다. 당연한 결과였다. 과거 스타강사로 강남을 호령했고 지금의 30대에게는 교육 멘토로 타의 추종을 불허했으니 말이다.


세월이 흘러 교육 일선에서 한발 뒤로 물러났지만, 지금도 학생과 학부모 사이에서는 교육평론가로 이름을 알리고 있다. 대한민국 교육정책에 대한 정책 제안자로 활동 중인 이범 교육평론가를 미디어내일 사무실에서 만났다.


인터뷰 시작 전, 이범 교육평론가는 입시에 대한 생각이나 견해를 정치적 측면에서 접근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당부했다. 말 그대로 교육과 입시, 학생과 학교에 관한 이야기로 시작해 그것으로 마무리하는 자리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우선 각국의 입시제도에 대한 케이스 스터디를 통해 연구한 결과를 주제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현대 교육체계의 완성과 미국식 교육



“세계 각국의 내신과 입시를 산출하는 방식은 나라마다 다르고 방법도 다양합니다. 굳이 공통점을 찾자면 미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선진국이 입시에서 논술형 시험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선진국은 논술형 시험을 오랜 전통으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다만 입시에서는 다양한 방법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내신 없이 입학시험 성적만을 반영하는 국가로 영국, 프랑스가 있고 입학시험과 내신을 합산해서 반영하는 국가로는 독일, 스페인이 있습니다. 그리고 입학시험 성적과 내신성적 중 택일해서 반영하는 스웨덴과 입학시험 성적과 내신성적을 대학 자율로 판단하는 핀란드가 있습니다. 캐나다는 특이하게 내신만 평가합니다. 생각보다 다양한 입시제도가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교육제도는 해방 이후 미 군정 치하에서 완성된 관계로 미국식 교육 방식을 그대로 도입해 적용했다. 교육전문가 집단도 미국에서 교육받은 학자들이 중심을 이루고 있어 미국식 교육체계가 우리나라에 자리 잡는 과정은 필연적이라고 할 수 있다.



"교실붕괴, 그 원인

기만적인 이름, 일반고



오늘날 학교의 현실은 한마디로 표현하면 ‘교실붕괴’라고 할 수 있다. 요즘 수업 시간에 제대로 수업을 경청하는 학생은 전체의 1/3 정도에 불과하다고 한다. 나머지 학생들은 잠을 자거나 수업과는 관계없는 다른 일을 하며 시간을 보낸다. 이범 평론가는 한국에서 ‘교실붕괴’는 이제 일반적인 현상이라고 말한다.


"교실 붕괴의 원인은 아카데미 커리큘럼의 문제점입니다. 예전에는 고등학교를 실업계와 인문계로 나눴습니다. 실업계 학교는 직업교육 과정을 중심으로, 인문계 학교는 학문교육 과정을 중심으로 교육을 했습니다. 실업계고와 인문계고 비율도 5:5 정도로 균형도 이뤘죠. 하지만 90년대에 대학정원이 늘면서 실업계 비율이 확 낮아집니다. 대학에 공급할 학생 자원을 확보하려는 방편이었죠. 결과적으로 지금은 실업계(특성화고, 마이스터고 포함) 비율이 20%도 안 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대학교육의 포퓰리즘 시기가 있었다. 바로 90년대가 그런 시기였다. 당시 정부는 사학의 영향력에 휘둘리면서 잇단 유화 정책을 내놓기 시작했다. 그 대표적인 정책이 대학설립의 자율화였다. 정책의 여파로 대학이 엄청나게 늘고 말았다. 사람들이 별로 원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실업계를 줄여나갔다. 그 결과 지금은 인문계로 알려진 일반고가 고등학교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지금은 일반고로 불리지만, 원래는 아카데미 커리큘럼(학문교육 과정)을 운영하는 전문 교육기관이었다.


“학문교육 과정의 커리큘럼에 맞지 않는 아이들을 몽땅 일반고에 밀어 넣고선 졸지 말고 놀지 말라고 하는 것은 모순입니다. 그나마 7·80년대 주입식 교육에서 벗어나면서 교육 과정이 학생 중심으로 좋아지기는 했지만, 학생 대부분을 인문계고로 보내고 대학 진학을 위해 종일 책과 씨름하게 한 건 정말 잘못된 정책입니다. 다른 재능이 뛰어나지만, 학업에 흥미가 없는 학생도 있고 집안 사정상 직업을 일찍 선택해야 하는 학생도 있습니다. 학생들의 특징은 고려하지 않은 채 학생 대다수를 학문교육 과정이 중심인 인문계고에 진학하도록 한 정책이 ‘교실붕괴’의 근본 원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아이들에게 선택권을 주자



"’교실붕괴’를 막기 위한 정책 중의 하나가 학생들의 선택권입니다. 교육 당국과 학부모는 아이들에게 교육 선택권을 주자는 것에 동의해야 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학생 선택권은 보편적 선택권을 말합니다. 즉 어떤 교육을 받고 입시를 어떻게 치를지 학생들이 선택하도록 기회를 줘야 한다는 말입니다. 예를 들어 영국에서는 학생들에게 교육 선택권을 폭넓게 제공합니다. 영국은 고교 마지막 2년 동안 4과목만 배우는 대신 집중적으로 깊이 있게 공부합니다. 그리고 나머지 시간은 다양한 과목을 선택해 이수하면서 향후 진로를 모색합니다. 영국 학교에는 일반 교과 외에도 사진과 영화 관련 과목이 개설된 걸 흔히 볼 수 있는데 이런 과목들을 성실히 이수하면 졸업 후 여행사에 바로 취업하거나 대학에 진학할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아이들에게 선택권을 늘려주면, 아이들의 진로 역시 굉장히 다양하고 창의적인 조합까지 가능해지게 됩니다.”


▲ 이범 교육평론가, `논술형 입시`, `교권선진화`, `대학 공동입학시스템` 제안 <사진 = 남상오 기자>



대한민국의 입시제도의 개혁

‘논술형 입시’ ‘교권 선진화’ ‘대학 공동입학 시스템’ 제안


"학생선발제도만 가지고 한국 입시의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습니다. 현재 대학입시에 대한 과감한 패러다임 전환이 있어야 합니다. 유럽은 국어시험도 논술형이고 사회, 물리시험도 논술형이고 심지어 수학시험도 논술형으로 치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논술고사를 보는 곳이 많은데 과목이 애매하고 교육과정과 동떨어져 있어 애초의 의도하고는 달리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논술점수를 1점에서 100점까지 나누고 있어 이게 과연 옳은 과정인가 의문이 들 때가 많습니다.”


한국교육시스템은 미국식을 채택하고 있지만, 일본시스템과 유사점도 많다. 대입선발제도 등 전반적인 시스템은 미국식이지만, 몇몇 정책은 일본과 흡사하다. 특히 학생들이 사용하는 교과서를 국정이나 검정으로 만드는 것은 OECD 국가 중 한국과 일본이 유일하다. 교육 선진국은 우리와 달리 교사가 교재를 선택해 학생을 가르치는 것이 일반적이다. 아이들의 눈높이를 잘 아는 사람은 교과서를 만드는 교수가 아니라 바로 담당 교사라는 신념이 교육 현장에 자리 잡고 있다. 교실에서 학생을 가르치고 다독이며 교실을 안정시키는 사람도 교사다. ‘교실붕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교사에게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이유다.



교육과정이 너무 세세한 한국교육

자율성 확보가 불가능한 불임 교육!


그는 인터뷰 내내 교권 선진화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했다. 교사에게 다양한 권한과 창의적인 기회를 부여하는 것을 교권 선진화의 개념으로 접근했다.


"대한민국의 교육과정은 굉장히 자세해요. 교육과정이 자세하다는 것은 교사들에게 자율성이 없다는 걸 의미합니다. 즉 교육 당국이 모든 것을 정해 놓고 교사들에게 이거 해라, 저거 해라 지정하고 명령하는 체계입니다. 당연히 교사들에게 창의적 교육을 기대하기는 불가능하죠. 학교 내 평가 단위가 개인이 아니라는 점도 문제입니다. 즉 교사가 맡은 반의 특성에 맞게 시험문제를 출제하고 평가를 해야 하는데, 한국과 일본은 학년 전체가 똑같은 문제로 시험을 치르고 성적으로 평가하는 시스템을 고집하고 있습니다. 이런 환경에서 교사들에게 창의적인 교육을 하라는 것은 ‘언어도단’입니다.”



교육개혁 성패는 결국 대학입시



“프랑스나 독일이 대학 평준화에 성공했던 이유는 사립학교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사정은 그들과는 정반대입니다. 지금도 사립학교가 많고 심지어 전국 대학생의 75%가 사립대를 다니고 있습니다. 서울 수도권에 있는 이름있는 대학은 대부분 사립대학이죠.”


대한민국 교육 문제 해결은 대학 입시로부터 그 해결점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소위 일류대를 인정하고 존속시키면서 과열 입시경쟁을 피할 수 없다는 뜻이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 고교평준화 정책처럼 모든 사립대를 국공립대로 만들면 교육개혁이 더 쉬울 순 있겠지만, 헌법에 명시된 사립대의 자율권과 막대한 대학 재정 지원 문제를 해결하기 쉽지 않다.


“우리나라는 사립이 너무 많아서 좀 독특한 시스템이 없으면 교육개혁을 성공시킬 수 없습니다. 대학의 돈줄을 정부가 쥐고 흔들겠다는 게 문재인 정부, 김상곤 교육감의 판단인데 그것은 현실적인 정책 대안이 될 수 없습니다. 한마디로 김상곤 정책이 허당이라는 걸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결국 해답은 사립재단과 타협해야만 한다는 사실입니다.”



교육개혁의 시작은 특권 의식을 버리는 것

영재고, 과학고는 위탁 교육기관으로 활용


“교육개혁을 위해 특목고를 없애는 것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더욱 중요한 점은 교육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는 것입니다. 즉 일반고에서도 학생의 선택에 의해서 다양한 교육이 이뤄지고, 영재고나 과학고는 위탁 교육기관으로 활용해야 합니다. 일반고에서 연구력이 뛰어난 학생들을 1년 단위로 영재고나 과학고로 위탁 교육을 보내서 연구를 지원받도록 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합니다. 필요하면 1년 더 연장하는 식으로 말이죠. 그러면 그 학교는 졸업장을 주는 학교가 아닌 게 되죠. 졸업장은 원래 자기 소속 학교에서 받고 영재고나 과학고는 단순 위탁 교육기관의 역할을 하게 됩니다. 선발제만 바뀌는 게 아니라 사실은 학교의 존재 양태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정책입니다. 바로 교육 혁신이죠.”


이범 평론가는 "개인의 선택권을 보편적으로 보장하는 것'을 강조하면서, '수월성 교육은 선택권을 발휘한 개인에 의해 개별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다”라고 말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남상오 기자 wisenam@usnpartner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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