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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춘자들의 행진] 입시말고 정치로 세상을 바꾸자! - 대학입시거부자들... 모든 학생들이 대학에 간다는 믿음을 깨고, 모든 사람들의 삶이 응원 받을 수 있어야
  • 기사등록 2018-11-17 16:53:31
  • 수정 2019-02-07 06:4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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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입시거부를 선언한 `멈춘자들의 행진` <사진 = 미디어내일 DB>


【미디어내일N 남상오 기자】2019년도 대학입학 수학능력 시험이 치러지던 지난 15일 대학입시 경쟁을 거부하는 '2018 대학입시거부선언 - 멈춘자들의 행진' 기자회견이 광화문 파이낸스 센터 앞에서 열렸다.


이날 회견에는 입시경쟁을 거부하고, 대학중심의 교육과 사회에 변화를 촉구하는 고등학교 3학년 학생, 청소년, 청년, 어르신 등 다양한 시민들이 함께 했다.


이들은 "매년 학생 10명 중 3명은 대학을 가지 않지만 대학을 가지 않는 사람들을 위한 정책과 지원은 찾기 어렵고, 대학을 가지 않은 삶에 대한 비하 또한 여전하다"며 대학에 가지 않는 선택과 모두의 다양한 삶이 존중 받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대학입시거부선언'을 했다고 밝혔다. 이어 '멈춘자들의 행진'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이날 행사에서 대학입시를 거부한 3명의 대학입시거부선언자가 단상에 올라 세상을 향해 자신들의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이알, 학교는 입시를 위한 공간이 아니라, 다양한 삶을 고민하는 공간이되어야....

성윤서, '입시경쟁을 멈추자'는 교육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의 문제 !

이윤경, 좋은 대학을 나온 훌륭한 사람들이 대체 무엇을 바꾸었는가?

박한희, 수능은 결코 모든 이들에게 평등하고 공정한 평가의 잣대가 아니다

올해 고등학교 3학년생이자 대학입시거부선언자인 이알 학생은 "수능이 다가오면 여기저기서 고3 학생들을 응원하지만, 대학을 안 가는 저에게 앞으로의 삶을 응원해 주는 사람은 없었다.


교사들조차도 그저 기술을 배우라고 하거나 고졸 성공 신화를 보여주면서 응원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학교가 오직 대학 진학을 준비하는 '공간' 뿐 아니라, 다양한 삶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학입시를 거부하고 탈학교를 선언, 자퇴서를 제출한 19살 김나연 발언자는 "학교에서, 저의 존재는 오직 성적으로만 평가되었고, 1등급 한우나 3등급 돼지고기처럼 사람들 앞에서 등급을 붙여졌다", "(학교에서) 등급은 사람을 대하는 태도이자 그 사람의 미래였다. 그 안에서 제가 누구인지, 어떤 삶을 살 것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그는 "학교에 (계속) 있으면 자신의 존재가 지워질 것 같아 자퇴를 결심하게 되었다"며 탈학교를 선언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사람이라는 존재는 어떤 것으로도 설명하기 힘들다고 말한 뒤 "그 사람이 좋아하는 것, 잘하는 것, 하고 싶은 것, 이런 것들이 서로 다 다르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어릴 때부터 학생들에게 하나의 목표만을 강요한다. 어떤 것이 하고 싶더라도 '대학을 가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요하며 "이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낙오자이자 패배자로 (낙인찍히고) 노력하지 않았기에 차별받아도 당연한 존재가 된다"며 우리 사회의 입시 위주 교육과 현실을 비판했다.


그는 "대학을 가지 않으면 사회에서 도태되는 것이 당연히 두렵다"며 솔직한 심정을 털어놓았다. 이어 "대학이 저의 전부를 표현하기에는 너무 미약하다"고 생각한다며, "우리는 모두 존중받아야 할 존재이기에 잔혹한 입시경쟁을 거부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사회가 정한 목표를 따라가기는 거부했다.


끝으로 "저는 느리게 걷겠습니다. 그리고 느리게 가는 것이 얼마나 필요한 일인지 두고두고 보여주겠습니다"라며 세상을 향해 당당히 자신의 포부를 밝혔다.


작년 이맘때쯤 수능을 치렀지만 대학에 떨어지고 재수를 거부한 20살 성윤서 발언자는 한 선생님은 제게 대학에 가지 않는다면 하루살이로 알바해서 지낼 거냐?’라며 하루살이가 되면 안 된다고 하셨다. 제가 대학에 가지 않는 것은 하루살이로 사는 것을 의미하는 걸까요?"라고 되물었다.


이어 입시경쟁을 멈추자는 말은 단순히 교육의 문제가 아니라 이 사회의 문제이고, 10대만의 일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존엄성을 지키는 동시에 우리의 가치를 지키는 일임을 강조했다.

이윤경 회원(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은 지지발언을 통해 "올해도 국가행사인 수능일이 돌아왔다. 비행기 이착륙이 조정되고 출근 시간과 등교 시간이 늦춰지는, 국가 시스템보다 입시가 우선인 정말 이상한 나라에 살고 있다""불만이 있으면 좋은 대학 나와서 훌륭한 사람이 된 후에 제도든 법이든 바꾸라고 하지만, 그래서 좋은 대학 나온 훌륭한 분들이 무엇을 얼마나 바꾸었냐!"며 반문했다.


이어 "개인의 삶보다 중요한 입시제도는 청소년 자살률 1, 원칙 없는 학생 인권 침해 등 모든 가해행위의 면죄부가 되어 왔다"며 학생들을 입시 노예로 만든 입시제도의 폐해를 지적한 뒤 "촛불청소년인권법은 (이제) 청소년참정권을 실현하고 학생인권법, 어린이청소년인권법을 제정해 공부가 아니라 정치로 어린이와 청소년의 삶을 바꾸자고 이야기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한희 회원(차별금지법제정연대)"오늘은 수능 시험일이다. 몇몇 사람들은 수능만이 가장 공정한 시험이라고, 전 국민을 줄 세우고 점수에 맞춰 자격을 주는 그런 방식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개인의 학업능력이나 성적은 개인이 가진 신체, 사회, 경제적 조건에 의해 달라진다. 또한 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로 인하여 학업을 중단해야 하는 수많은 사람이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수능이 결코 모든 사람에게 평등하고 공정한 평가의 잣대가 될 수 없음을 역설했다.


이어 "그렇기에 수능은, 능력주의는 일정 부분 효율적일 수는 있어도 그것은 결국 틀 안에서의 공정함일 뿐"이라고 일축한 뒤 "우리는 틀 밖의 세상을, 대학을 나왔는지, 출신학교가 어디인지에 상관없이 모든 다양한 삶이 존중받는 그런 세상을 그리고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자회견에 이어 이어진 2'멈춘자들이 행진' 퍼포먼스에는 이날 모인 참가자들이 광화문 정부중앙청사까지 함께 걸으며 대학입시거부선언을 통해 경쟁과 불안에 내몰리는 삶을 멈추고, 다양한 삶을 상상하며 새로운 고민을 시작하자는 메시지를 사회에 전달했다.


광화문사거리 횡단보도에서는 '다양한 삶이 존중받는 세상', '대학은 당연하지 않으니까'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문장 퍼포먼스를 펼쳐 보였다. 행진 중간중간 '학력·학별 차별 반대한다. 차별금지법 제정하라!'는 구호를 큰소리로 함께 외치기도 했다.


끝으로 이날 행진의 종착지였던 정부 서울청사 앞에서는 강요된 입시경쟁에 내몰리기를 거부하는 '가방끈 컷팅식' 퍼포먼스를 거행하며 이날의 행사를 마무리했다.



남상오 기자 wisenam@usnpartner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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