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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8-11-14 18:41:40
  • 수정 2019-08-12 12: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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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매우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일부 고등학교 여학생들이 수능 날에 생리 주기를 피하기 위해 피임약을 복용한다고 한다. 안타까우면서 씁쓸했다. 수능 때문에 자신의 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모르는 피임약을 먹는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싶어서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는 한국의 교육 현실과 입시가 만들어낸 슬픈 자화상이다.


우리나라 대입 전형은 수시와 정시라는 두 가지 방법을 동시에 채택하고 있다. 수시는 학생부종합전형으로 학생의 능력을 평가하는 방법이다. 전체 입시 인원의 60∼70%는 이 방법으로 대학 입시를 치른다. 또 다른 방법은 정시로 수능시험이라고 하는 입학시험을 통해 대학에 지원하는 방법이다. 예전의 학력고사가 지금의 정시와 같은 것이다.


그런데 최근 숙명여고에서 발생한 내신부정 사건 때문에 학생부종합전형에 대한 믿음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몇몇 사람은 이를 계기로 학생부종합전형 자체를 철폐해야 한다는 주장한다. 그들은 학생부종합전형은 비리의 온상이며 부를 세습하는 내밀한 방법이라고 말한다. 따라서 모든 사람을 하나의 기준으로 평가하는 수능만이 가장 공정한 시험이라는 주장까지 하고 있다.


그들의 주장처럼 한 번의 시험으로 모든 것을 결정하는 정시가 가장 옳은 입시일까? 과연 입시는 학생의 무엇을 추구해야할까? 대학은 입시에서는 어떤 학생을 뽑는 것이 좋을까? 획일화된 학생일까? 아니면 다원화된 학생일까? 여러 생각이 든다.


대학은 학교마다, 학교에서도 과마다 각기 추구하는 인재상이 다르다. 학생들 역시 똑같은 능력을 갖추고 있지 않다. 학생들은 여러 방면에서 강점 또는 약점을 가지고 있다. 이런 다양한 학생 중에 대학은 자기 대학에 맞는 꼭 필요한 인재를 뽑으려 노력한다. 대학이나 과에 맞는 유능한 인재를 다양한 방법으로 평가한 다음 선발하고 싶어 한다. 그러려면 고등학교 3년 동안 학생이 어떻게 생활하고 공부했으며 어떤 꿈을 품었는지 알아야 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정시처럼 일 년 중 하루만 시험을 치르고 그 성적만으로 학생의 잠재적 능력과 가능성을 평가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획일화된 수능에서의 승자는 단순히 수능에서만 강점을 가진다. 수능으로 학생들을 평가하고 분류하는 것은 인간의 잠재 능력을 말살하는 잔인한 방법이다. 100명의 학생에게서 100가지 적성을 발견해 성장시키는 것이 맞다. 1명의 승리자와 99가지의 패배자로 가르는 획일적 입시는 절대 옳지 않은 방법이다.


숙명여고 사태로 수시의 불신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입시 사상 최악의 사건으로 절대 반복돼서는 안 되는 일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이를 이유로 학생부종합전형을 폐지해야하다는 주장은 너무 지나치다. 이번 사건은 제도의 문제라기보다 개인의 욕심이 문제가 된 사건임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내신보다는 학교 외의 생활 및 적성을 강조하는 학생부종합전형과 내신비리를 연결하는 것은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일 수도 있다.


미래사회에 대비하기 위한 교육은 다양한 시각을 가진 다양한 전문가를 양성하는 교육이어야 한다. 교육정책은 과거에만 매몰되어도, 미래만을 추구해서는 안 된다. 현재에 발을 딛고 시야는 미래를 향해야 한다. 정시 만능주의자들은 이런 사실을 무시한 채 편의성과 획일성에 의존하는 과거의 시각으로 모든 것을 재단하고 싶어 한다.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변해 간다. 그러나 일부의 주장이긴 하지만, 대한민국 입시정책을 일부 비리와 일탈을 이유로 다시 획일화된 학력고사로 되돌아가자고 주장하고 있다.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는다는 옛말이 있다. 그럴 수는 없다. 일부 비리가 무서워 획일적 입시로 되돌아가자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다. 우리는 이럴 때일수록 학생들의 각자 개성을 더욱 발전시킬 수 있는 학생부종합전형을 더욱 강조해야 한다. 오랜 시간 학생을 관찰하는 학생부종합전형이야말로 학생의 잠재성을 확인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기 때문이다.


얼마 있으면 201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다. 학생들의 다양성을 말살시키는 수능이라는 1년에 한 번 있는 획일적 시험 때문에 많은 학생이 고통 받고 있다. 그렇게 획일적인 시험에서 살아남기 위해 지나친 경쟁을 하고, 일부 여학생들이 피임약까지 복용하는 모습이 과연 맞는 모습일까? 정시 만능주의자들에게 묻고 싶다.


<양동규 칼럼니스트>

교육혁신단체 '프로젝트 위기' 기획자

교육과 공동체에 관심이 많은 사범대 학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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